이불 덮고 눌러 원아 숨지게 한 어린이집 원장 "고의 없었다"

첫 재판서 혐의 일부 부인…피해 아동 부모, 방청석서 눈물

잠을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생후 9개월 된 원아를 이불로 덮은 뒤 자신의 몸으로 눌러 질식해 숨지게 한 60대 어린이집 원장이 첫 재판에서 "살해 고의는 없었다"고 항변했다.

수원지법 형사15부(이정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23일 첫 공판에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살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의 변호인은 "공소사실의 사실관계는 인정하고 피해자에게도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1월 10일 경기 화성시 자신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에서 B군을 엎드린 자세로 눕힌 뒤 이불로 머리까지 덮고 쿠션을 올린 뒤 자신의 상반신으로 B군을 14분간 압박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이후 3시간 동안 의식 없이 엎드려있던 B군을 방치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보육교사 등은 당시 낮잠 시간이 끝나고 B군을 깨워도 일어나지 않자 인공호흡과 심폐소생술(CPR)을 한 뒤 119에 신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법정에는 피해 아동의 부모와 지인 등 30여명이 아이의 영정을 들고 방청했다.

부모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눈물을 쏟았다.

피해 아동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피해 부모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 적이 없다"며 "집에 곰팡이가 슬어있어 아이가 건강하게 지내고 보살핌받을 수 있는 어린이집에 보낸 건데,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했다.

다음 재판은 내달 24일 열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