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국극 소재 인기 웹툰 원작…창극으로 재탄생
작창 맡은 이자람 "판소리에 만화적 재미 녹여내…제법 어울리는 만남"
창극으로 태어난 '정년이'…"여성 소리꾼의 욕망과 연대 무대에"
"웹툰 '정년이'에 독자들이 열광했던 이유는 여성 주인공들의 성장 서사와 성장에 대한 욕망, 연대의 메시지였다고 생각해요.

이것들을 무대 위에 그대로 옮겨오려고 합니다.

"
1950년대 인기를 끌었던 전통 음악극인 여성국극을 소재로 한 웹툰 '정년이'가 창극으로 만들어져 무대에 오른다.

국립창극단은 다음 달 3월 17∼29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신작 '정년이'를 공연한다.

'정년이'의 극본과 연출을 맡은 남인우 연출은 23일 국립극장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여성국극은 한국전쟁 때도 맥을 이어가며 여성 소리꾼들의 연대의 힘을 보여준 예술 장르"라며 "이를 소재로 한 창극을 소리꾼들과 함께 만들게 돼 영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창극으로 태어난 '정년이'…"여성 소리꾼의 욕망과 연대 무대에"
2019년부터 4년간 네이버에서 연재된 웹툰 '정년이'는 1950년대 최고의 소리꾼을 꿈꾸는 목포 소녀 윤정년이 서울에 올라와 당시 인기를 끌던 여성국극단에 들어가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솔직하고 당차면서도 꿈을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 정년과 주변 여성 소리꾼들의 이야기로, 탄탄한 줄거리와 생기 넘치는 그림체, 개성 있는 인물들로 사랑받았다.

창극 '정년이'는 원작의 줄거리는 그대로 유지한 채 작품 속에서 인물들이 만드는 여성국극 무대를 극중극으로 재현하며 생동감을 더한다.

남 연출은 "기본적인 이야기는 창극으로 진행되고 동시에 인물들이 만드는 여성국극 작품들도 극중극으로 만날 수 있다"며 "웹툰이 전하는 메시지와 매력을 무대 언어로 바꿔 전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웹툰 장르의 만화적 재미도 음악에 녹여냈다.

작창과 음악감독을 맡은 이자람 감독은 "만화라는 장르가 가지는 특유의 유머러스한 면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이런 재미를 살리고자 창을 현실적으로 짜기보다는 만화적인 유머를 놓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만화를 볼 때 독자들의 상상력이 발휘되듯, 판소리도 관객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음악"이라며 "이런 점에서 판소리와 만화의 만남이 제법 어울린다고 생각하며 재밌게 작업했다"고 말했다.

창극으로 태어난 '정년이'…"여성 소리꾼의 욕망과 연대 무대에"
주인공 윤정년 역은 국립창극단의 배우 이소연과 조유아가 맡는다.

두 배우는 "극 중 정년의 이야기가 내 얘기같았다"고 입을 모았다.

정년의 고향인 목포에서 고등학교 생활을 한 조유아는 "저도 정년이처럼 훌륭한 소리꾼이 되어 국립창극단에 들어와 큰 무대에 서는 게 꿈이었던 목포 소녀였다"며 "웹툰에서 보지 못했던 생생하고 능청스러운 정년이 연기를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극 중 정년의 대사 중에 '무대를 마치고 박수 소리를 들으면 컴컴해서 뵈지도 않던 관중석이 다 보이고, 눈앞이 훤해지고, 세상 만물이 내 안으로 들어옵디다'라는 말이 있어요.

저희는 정년이 말하는 무대의 맛과 희열을 이미 느껴 본 사람이잖아요.

정말 공감이 됐죠. '정년이'는 우리가 해야 하는 이야기고 또 창극으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이소연)
창극으로 태어난 '정년이'…"여성 소리꾼의 욕망과 연대 무대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