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역사박물관, '알려지지 않은 3·1운동 이야기'서 첫 공개
일본인이 창간해 50호까지 발행…"한국 독립운동사 연구에 기여할 듯"
3·1운동 이후 계속된 독립 투쟁…'반도신문'이 전하는 이야기
"오전에 시내에서는 배화여학교 생도들이 교내에서 만세를 고창하였고 …오후에 지하여서는 배재고등보통학교에서 경관과 충돌된 활극이 있었더라"
1920년 3월 19일 '반도신문'(半島新聞)은 '1주년이 되었다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서울(당시 경성), 일본 도쿄(東京),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등에서 일어난 3·1운동 1주년 행사를 크게 다뤘다.

같은 신문 3면에서는 만세 운동으로 인해 배재학교 교사 1명과 학생 14명이 경무총감부(警務摠監部·훗날 경찰부로 개칭) 강제로 끌려가게 됐다는 내용도 실렸다.

3·1운동 이후 계속된 독립 투쟁…'반도신문'이 전하는 이야기
그간 학계에서는 알려지지 않았던 독립운동 관련 기록이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3·1절 104주년을 앞두고 박물관 1층 로비에서 반도신문 38개 호 가운데 일부를 소개하는 '알려지지 않은 3·1운동 이야기' 전시를 선보인다고 23일 밝혔다.

반도신문은 1919년 5월 15일 일본에서 간행한 국한문 주간 신문이다.

박물관에 따르면 이 신문은 조선총독부가 허가한 '조선일보'(1920년 3월 창간)와 '동아일보'(1920년 4월 창간)가 발행되기 전,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를 제외하면 한국인을 대상으로 배포된 유일한 민간 신문이었다.

일본인 다케우치 로쿠노스케(竹內錄之助)가 창간해 총 50호까지 발행한 것으로 확인된다.

3·1운동 직후였던 만큼 한국인의 독립 투쟁에 대한 보도가 많아 3∼5호가 발매 금지 조치를 받기도 했다.

반도신문의 원본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외를 통틀어 신문을 소장한 건 박물관이 유일하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공개되는 자료에는 그간 알려지지 않은 기록이 여럿 있어 주목된다.

3·1운동 이후 계속된 독립 투쟁…'반도신문'이 전하는 이야기
1920년 3월 19일 신문의 경우, 당시 배화여학교 학생들의 만세 운동과 배재고등보통학교에서 일어난 독립운동의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또, 1920년 5월 19일 발간된 신문은 대한민국임시정부 재무총장이었던 최재형(1860∼1920)의 피살 소식을 다뤘다.

이 내용은 '매일신보'에는 보도되지 않아 독립운동사 이해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전시를 위해 자료를 분석·해제한 박환 수원대 교수는 "반도신문은 그동안 독립운동 자료로 활용된 적이 없는 사료로, 한국 독립운동사를 파악할 수 있는 외연이 확대하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보존 상태를 고려해 소장한 자료의 30%인 152면만 공개한다.

박물관은 추후 자료를 보존 처리한 뒤 영인본(影印本, 원본을 사진이나 기타 방법으로 복제한 인쇄본)으로 제작·배포해 자료를 학계에 공개할 예정이다.

남희숙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은 "그동안 학계에서 존재만 알려져 있던 반도신문의 원본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으로, 한국독립운동사와 언론사 연구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3·1운동 이후 계속된 독립 투쟁…'반도신문'이 전하는 이야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