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영원히 반복될 국가 간 투쟁"…신간 '해커와 국가'
1983년 개봉한 영화 '위험한 게임'에서 주인공 데이비드는 군 컴퓨터를 해킹해 그 안에 내장된 전쟁 게임 프로그램 '조슈아'와 게임을 진행한다.

조슈아는 국가에서 가상 3차대전을 대비해 만든 일종의 인공지능(AI)이다.

데이비드는 조슈아와 게임을 그만두고 전원을 끄지만, 조슈아는 홀로 게임을 계속하면서 핵미사일 발사 암호를 탐색한다.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영화를 보고 실제 해킹으로 핵 재앙이 발생할 수 있는지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이후 해킹은 발전소와 항공 통제시스템 마비, 식량 부족, 대규모 혼란 같은 종말론적인 이미지들로 채색됐다.

우려와는 달리 그런 일은 실제로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해킹 기술이 컴퓨터의 발전과 함께 정교해지면서 정부의 다양한 활동과 개인의 일상생활까지 감시할 수 있는 수준까지 향상됐다.

"해킹, 영원히 반복될 국가 간 투쟁"…신간 '해커와 국가'
미국 사이버안보 전문가 벤 뷰캐넌이 쓴 '해커와 국가'(두번째테제)는 지난 20년간 발생한 해킹의 역사를 추적한 책이다.

저자는 에스토니아와 조지아에 대한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 북한의 소니픽처스 해킹 및 국내 금융기관 공격, 미국 정부와 산업시설에 대한 중국의 사이버 공격 등 다양한 해킹 사례를 전한다.

그는 사이버 공격이 레이건 대통령이 우려했던 것보다는 파괴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훨씬 더 광범위하다는 점에서 위험하다고 덧붙인다.

해킹이 은밀하게 은행, 기술 및 의료시스템, 민주주의 등 우리 삶의 거의 모든 측면에 스며들었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인터넷 광케이블 역시 이미 정보기관의 감시·감청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해킹, 영원히 반복될 국가 간 투쟁"…신간 '해커와 국가'
해킹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중국 해커들은 미국 군사시설과 공공기관,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까지 해킹하며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이란 해커는 미국·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 사이의 분열을 획책 중이다.

러시아는 미국 핵심 기반 시설에 악성코드 20만 개를 심어두었고, 미국도 그와 비슷한 작전을 수행 중일 것으로 저자는 관측한다.

사이버 작전은 매일 일어나며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저자는 "이익, 의견, 세계관이 대립하는 국가 간의 해킹 전쟁은 지속할 것"이라며 "디지털 시대에 해킹은 조지 커넨이 말한 '영원히 반복되는 투쟁'의 일부분"이라고 말한다.

강기석 옮김. 484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