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부제소 합의 근거로 주민 청구 각하…대법 "소송 가능"
'소송 불가' 합의한 기준 초과 분양가…대법 "합의 무효"
임대주택의 분양 전환 가격이 법에서 정한 기준을 초과했다면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합의를 했더라도 주민들이 건설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A씨 등 아파트 주민 132명이 건설사 B사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소송에서 원심의 각하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B사는 1999년 공공 건설 임대주택(아파트)을 지어 무주택자 A씨 등에게 임대했다.

B사는 2013년 지방자치단체 허가를 받고 이 아파트를 분양 전환하기로 했고, 그해 11월 A씨 등과 분양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주민들과 B사는 분양 가격을 4천200여만원(64㎡)이나 5천200여만원(77㎡)으로 하고, 이 가격과 관련한 민·형사상 청구를 하지 않는다는 '부제소 합의'를 했다.

문제는 아파트 분양이 끝난 뒤 불거졌다.

주민들은 임대주택법 등 관련 법령이 정한 기준보다 1천만원 이상 비싸게 아파트를 분양받았다며 건설사가 100만원씩이라도 돌려줘야 한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주민들이 이미 부제소 합의를 한 만큼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며 본안 심리 없이 사건을 각하했다.

반면 대법원은 주민들과 건설사 간 부제소 합의를 무효로 보고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분양 전환 가격 산정기준에 관한 임대주택법 등 관련 법령의 규정들은 강행 법규에 해당한다"며 "그 산정기준을 초과한 분양 전환 가격으로 체결된 계약은 초과 범위 내에서 무효라고 봐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부제소 합의로 인해 '계약이 강행 법규에 반해 무효'라고 주장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강행 법규의 입법 취지를 몰각(아주 없애 버림)하는 결과가 초래되는 경우 그 부제소 합의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무효"라고 판시했다.

분양 계약에 부수적으로 따라온 부제소 합의가 분양 계약 산정기준과 관련한 문제 제기를 막는다면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는 취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