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회생법원장 "채무자 구제 중요…도산제도 문턱 낮추자"

안병욱(56·연수원 26기) 신임 서울회생법원장이 20일 도산 전문 법원의 존재 이유가 채무자를 구제하고 새 출발을 하도록 돕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안 법원장은 임기를 시작한 이날 취임사에서 법원 구성원들에게 "서울회생법원의 존재 이유는 '채무자 구제와 배려'라는 것을 항상 유념해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물가와 고금리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회생법원의 존재와 회생·파산·면책 등 좋은 제도를 알리고 채무자가 도산제도를 쉽게 이용하도록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작년 8월 수원에서 세 모녀가 생활고 끝에 극단적 선택에 이른 사건을 예로 들며 "이들이 극단적 선택 대신 회생법원을 찾아왔다면 새 희망이 생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도산 사건은 재판기관이 아닌 금융복지를 담당하는 공무원의 마음으로 채무자를 대하고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며 "도산 절차 남용이라고 볼 수 있어 구제하기 어려운 채무자가 아니라면 가급적 회생·파산 신청을 받아들이고 면책시키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법원장은 다만 "도산 전문 법원이 계속 생기고 도산제도가 활성화하는 것에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 등을 이유로 비판적 시각도 있다"며 "작년 우리 법원이 주식과 가상화폐 투자 손실금에 관한 실무 준칙을 제정하자 언론에서 상당한 비판을 했다"고 짚었다.

또 "물론 손해를 보는 채권자의 입장도 고려해야 하지만 과다한 채무에 시달리는 채무자가 새 출발을 하도록 돕고 다시 경제활동을 하는 경제 주체로 복귀시키는 것이 결과적으로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도산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회생법원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2017년 설치된 도산 전문 법원이다.

1999년 외환위기 당시 서울지방법원(현 서울중앙지법)에 설치된 파산부가 그 전신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