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 적극 참여" 광주여고 졸업생들, 보훈처에 포상신청
1960년 광주지역 4·19 시위에서 광주여고 학생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증언과 기록이 나왔다.

20일 광주여고총동창회 등에 따르면 광주여고 졸업생인 정찬선(80)·박덕자(83)·양사례(80) 씨는 "4·19 시위를 주도했다"며 지난해 12월 관련 기록을 모아 국가보훈처에 포상 신청을 했다.

이들은 1960년 4월 19일 오전 10시께 광주여고 학생 700여명이 판자로 된 담을 무너뜨리고 당시 전남도청 앞으로 진출해 시위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이를 주도한 5명 가운데 연락이 되지 않거나 숨진 2명을 제외하고 3명이 포상 신청을 냈다.

당시 시위에 나선 학생들은 교사와 학부모들의 설득으로 대부분 학교로 돌아갔지만, 일부는 광주일고 학생탑 앞에서 열린 부정선거 규탄시위에 참여해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고 총동창회 측은 설명했다.

여학생들이 시위에 참여한 사실은 지역 신문사에 보도되기도 했다.

당시 신문 기사에는 학생들이 담장을 밀고 나오는 장면부터 거리 시위를 하는 모습까지 사진으로 담겼다.

시위는 우발적인 동참이 아니라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씨를 비롯한 주도자들은 광주고·광주공고 등 학생들과 3차례 사전 회동을 통해 시위 계획을 구체화했다는 것이다.

광주여고 교사였던 고(故) 나철주 선생은 학생들에게 행동 요령을 알려주고 시위참여를 독려하는 등 적극적으로 도왔다는 증언도 나왔다.

그러나 광주여고 학생들의 시위 참여 사실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고, 단 한 명의 포상자도 없었다.

지금까지 광주·전남에서만 4·19 시위에 참여했던 학생 22명이 포상을 받았지만 모두 남학생들이었다.

포상 신청을 한 정씨는 "당시 사회 분위기상 여고생들이 시위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숨길 수밖에 없었고, 알리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며 "광주 시내 여고생 중 광주여고생의 시위가 유일했던 만큼 역사적으로 꼭 기록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보훈처는 공적 심사와 공개검증 절차 등을 거쳐 공적 내용이 사실일 경우 행정안전부에 서훈을 추천한다는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