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비야디(BYD)가 테슬라를 크게 앞서고 있다. 거의 말도 안 되는 얘기다(It’s almost ridiculous).”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의 단짝이자 오랜 사업 파트너인 찰리 멍거 벅셔해서웨이 부회장은 지난 15일 데일리저널의 화상 연례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실제로 중국 대표 전기차 기업인 BYD는 지난해 자국 시장 성장에 힘입어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전기차 판매 대수 기준으로 1위에 올랐다.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는 세계 최대 규모 내수 시장을 등에 업고 황금기를 맞았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올해 중국 기업들 간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시진핑의 ‘전기차 목표’ 이미 달성

테슬라 넘어선 BYD…리오프닝에 치열해지는 中 전기차 시장
지난해 세계에서 판매된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 가운데 중국 시장이 차지한 비중은 60.5%다. SNE리서치가 1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전기차 점유율은 유럽(24.3%), 북미(10.3%), 한국(1.6%)을 모두 합친 것보다 크다. 그중 BYD의 지난해 세계 판매 대수는 전년보다 205% 늘어난 187만 대로 미국 테슬라를 넘어섰다. 전년보다 40% 늘어난 131만 대를 지난해 판매한 테슬라는 2위로 밀렸다. 중국 상하이자동차(SAIC)가 97만8000대, 폭스바겐 81만5000대, 지리자동차 64만6000대, 현대차그룹이 51만 대로 3~6위에 올랐다. BYD를 포함해 상위 6대 기업 중 세 곳이 중국 기업이다.

중국의 전기차산업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강력한 의지에 힘입어 급성장했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은 거의 모든 산업에서 경쟁력을 갖췄지만, 자동차산업에서만큼은 독일 미국 일본 한국 등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이에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을 엔진이 아니라 모터로 가는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다짐으로 2012년 ‘7대 신성장산업’에 신에너지(친환경) 자동차를 포함했다. 전기차 생산 공장에는 각종 세제 혜택을, 소비자에게는 구매 보조금과 함께 현지에서는 ‘하늘의 별 따기’ 수준으로 확보하기 힘든 번호판을 따로 지급했다.

중국은 시 주석의 두 번째 집권 시기인 2020년 발표한 ‘신에너지 자동차산업 발전계획’에서 2025년까지 신차 중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수소전기차 포함) 비중을 2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목표를 지난해 3년이나 앞당겨 달성했다. 지난해 중국에서 판매된 신차 중 전기차 점유율은 25.6%다. 이 기세대로라면 올해는 2030년 목표인 30%를 달성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중국 전기차 판매 대수는 655만8000대로 2021년(332만7000대)보다 97.1%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유럽과 북미, 한국 전기차 시장 성장세는 각각 11.2%, 49.8%, 47.0%에 그쳤다.

○신생 브랜드 지커, 샤오펑 시총 넘어

중국 시장이 커지면서 올해 중국 브랜드 사이의 싸움은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말 전기차에 지급하던 보조금을 중단한 데다 전기차 신생 업체까지 가세하면서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단 소비 촉진을 목적으로 하는 지방정부의 지원은 이어질 전망이다. 중국 자동차공업협회는 올해 전기차 판매 대수가 작년보다 35%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에서는 이미 자국산 전기차가 상위권을 장악했다. 지난해 중국 전기 승용차의 소매판매량 상위 10위 중 순수 중국 브랜드가 8곳이었다. 2위 SGMW(GM 현지 합작회사), 3위 테슬라를 제외하곤 한국에선 이름도 생소한 브랜드들이 성장하고 있는 얘기다.

최근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는 지리자동차의 전기차 브랜드 지커(極·Zeekr)가 샛별로 떠오르며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지커는 중국 배터리업체 CATL 등 기업들로부터 7억5000만달러(약 9740억원) 투자를 유치해 기업가치 평가액이 130억달러(약 16조8800억원)로 불어났다. 중국엔 각 대기업의 투자를 받은 1세대 전기차 스타트업 삼총사(니오·샤오펑·리샹)가 있는데, 지커의 기업가치가 이 중 샤오펑(80억달러)을 넘어섰다.

중국 정보기술(IT) 기업들도 전기차 시장에 가세하고 있다. 샤오미는 자회사를 설립해 전기차를 개발 중이다. 지난달 26일 외장 사진이 일부 유출되기도 했다. 화웨이, 바이두, 알리바바 등은 중국 완성차 브랜드와의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SNE리서치는 “중국 내수시장이 성장하면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세계 10대 기업 중 BYD와 지리자동차만 지난해 세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며 “세계 전기차 시장의 11~20위 기업 중 14위인 포드를 제외하면 모두 중국계 업체”라고 분석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