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이스라엘 대사 '안보 공조 차질 빚을 수도' 경고
극우성향 집권연정 "내정간섭 말고 존중하라" 반발
미, 이스라엘 권위주의 사법개편에 "브레이크 밟아라" 견제구
미국이 사법 기능을 약화해 집권세력의 통치력을 강화하려는 이스라엘의 사법제도 개정을 견제하고 나섰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토머스 나이즈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는 전날 방영된 CNN 팟캐스트에서 사법 개편 논란에 대해 이스라엘 정부에 민주주의 국가답게 합의부터 도출하라고 촉구했다.

나이즈 대사는 "우리는 우리 애들에게 말하듯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늦추고 합의를 얻으면서 모든 이해당사자를 한데 모으라고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 총리는 '큰일을 하고 싶다'고 우리한테 말하고 있지만, 나는 '뒷마당에 불이 나면 같이 힘을 쏟고 싶은 것들에 시간을 들일 수 없다'고 그에게 백번은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사법제도 개정에 따른 이스라엘 정국불안 때문에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 개선, 이란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 대처 등 미국과 이스라엘의 안보협력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을 경고한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극우 성향의 이스라엘 연립정부는 이번 사법제도 개정으로 민주주의 국가의 견제와 균형 원칙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를 산다.

이스라엘 의회는 법관 임명에 행정부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대법원이 법률을 폐지하거나 행정부를 견제하는 판결을 할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에 20일 표결을 시작한다.

의원내각제 국가인 이스라엘에서 이런 방식으로 제도가 바뀌면 집권세력이 입법, 사법, 행정부를 모두 장악하는 권위주의 체제가 들어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 이스라엘 권위주의 사법개편에 "브레이크 밟아라" 견제구
나이즈 대사의 발언에 네타냐후를 필두로 한 집권연정 구성원들은 집단으로 반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주요 유대인 단체 지도자들을 모은 자리에서 "모든 민주주의 국가는 우리가 그렇게 하듯 그들도 자유로운 다른 민족들의 의지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잘렐 스모트리히 이스라엘 재무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미국 내정에 간섭하지 않도록 항상 신경을 썼다"며 "미국도 우리 내정에 끼어들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미하이 시클리 디아스포라(재외동포) 장관은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대사는 자신부터 브레이크를 밟으라"며 "참견 말고 자기 일에나 신경 쓰라"고 말했다.

시클리 장관은 "미국 대사는 여기에서 사법개혁을 논의할 주권자가 아니다"며 "외교와 안보 문제는 기꺼이 논의하겠지만 우리 민주주의는 존중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사법제도 개정 추진을 두고 이스라엘에서는 시민 수천명이 운집한 항의 시위가 되풀이되고 있다.

집권 연정의 무리수가 이스라엘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대형 투자은행 8곳은 이스라엘 법무장관, 야당 지도자에게 보낸 합동서한에서 "금융시장과 공공예금에 불확실성이 야기될 우려스러운 조짐이 있다"며 "모든 당사자에게 책임감과 리더십을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