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카우, 저작권 조각 투자로 美 진출…문화금융 아이콘 되겠다"
“문화 콘텐츠 산업에 기여할 여지가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음악 저작권 투자 플랫폼 뮤직카우에 대한 제재 면제를 결정하면서 그 이유를 이렇게 적었다. 코로나발(發) 초저금리 기조를 타고 떠오른 ‘조각 투자’는 이제 정식 증권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금융위는 그 1호인 뮤직카우의 음악 저작권 투자 상품에 대해 금융뿐 아니라 문화적인 가치도 인정한 셈이다.

정현경 뮤직카우 대표(사진)는 지난 17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금융과 플랫폼, 그리고 문화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융합하겠다는 뮤직카우의 지향점을 공인받은 것 같아 기뻤다”며 “스타트업 유니콘과 데카콘을 넘어 한국 대표 ‘문화금융 아이콘’이 되겠다”고 했다.

2017년 서비스를 시작한 뮤직카우는 개인도 참여할 수 있는 세계 첫 음악 저작권 거래 플랫폼이다. 지난해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이 주식·채권 같은 증권의 일종인 ‘투자계약증권’으로 인정받고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갖추면서 정식으로 제도권에 편입됐다. 형태가 없는 음악 저작권이 정식 수익증권으로 인정받은 것은 전 세계 최초다.

현재 가입자 120만 명, 누적 거래액 4000억원을 넘어섰다. 뮤직카우는 창작자로부터 음악 저작권 일부를 양도받아 이를 쪼개 경매에 부친다. 경매 수익의 절반은 다시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구조다. 경매 참여자들은 지분율에 따라 저작권을 소유한 뮤직카우로부터 향후 발생하는 저작권료 수익을 배당처럼 받는다. 저작권료 수익은 매달 들어오지만 방송·공연·스트리밍 등 매체별로 정산 주기가 달라 금액은 매달 차이가 있다. 올해 1월까지 1년간 뮤직카우의 저작권료 수익률은 8.96%였다. 같은 기간 -30%대였던 코스피지수 수익률보다 높다.

다만 수익률에만 초점을 맞춰 주식시장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시세 차익을 얻으려는 투자자가 많은 주식 시장과 음악 저작권 투자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뮤직카우 가입자의 투자 동기를 물어보면 ‘단기 시세 차익’은 28%에 불과했고 ‘안정적인 저작권료 수입’이 35%, ‘문화적 만족도’가 21%였다”며 “내가 좋아하는 곡을 장기 보유하고, ‘불황에 강한 자산’으로서의 성격에 주목하는 투자자에게 매력적”이라고 했다.

뮤직카우는 올해 세계 최대 음악시장인 미국에도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미 유력 음반사·프로듀서들과 사전 협의를 마치고 현지 파트너 영입도 준비 중이다. 스트리밍시장이 연평균 12% 성장(2021~2030년·골드만삭스 추산)하고 콘텐츠 플랫폼도 다양해지면서 블랙스톤·브룩필드·KKR 등 자본시장 큰손들도 음악 저작권 확보에 한창이다. 뮤직카우가 유명곡의 저작권을 확보하려면 이들과 경쟁해야 한다. 정 대표는 “창작자와 수익을 공유하고 팬도 참여하는 뮤직카우의 모델에 이미 아티스트들의 반응이 뜨겁다”며 “미국에서도 가능성을 검증받겠다”고 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