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시설 지적장애인들 성폭행·추행한 40대 '두 얼굴의 매니저'

1심, 징역 12년 법정구속…'그루밍' vs '억울' 2심 재판 진행 중
'입맞춤 사진 톡방에 올린다' 협박…"장애인 인격 무시한 범행"

장애인 관련 시설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함께 일하는 지적장애 여성 1명을 성폭행하고 3명을 강제 추행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1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40대가 억울하다며 항소해 진실 공방을 펴고 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1부(신교식 부장판사)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장애인 강간·장애인 강간 교사·장애인 강제추행) 등 5가지 혐의로 기소된 A(40)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또 7년간 신상정보 공개, 10년간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등에 취업제한, 15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각각 명령했다.

A씨의 제안대로 장애인을 강간하려 한 같은 복지시설의 B(26)씨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5년간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등에 취업제한 명령과 40시간의 성폭력치료프로그램을 이수하도록 했다.

B씨는 법정구속하지 않았다.

불구속 상태에서 1심 재판을 받던 A씨는 실형 선고와 함께 법정에서 구속되자 항소해 서울고법 춘천재판부에서 2심이 진행 중이다.

검찰 역시 1심에 불복해 항소한 이 사건은 2019년 5월 2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장애인 관련 시설 카페에서 매니저로 일하는 A씨는 사건 당일 피해자 C(22·지적장애 3급)씨에게 '동료인 B씨와 입맞춤 사진을 전송해라'고 한 뒤 이를 전송받자 '사진을 단톡방에 올리겠다'고 협박해 C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의 평소 제안대로 자신의 집에서 C씨를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B씨의 혐의도 공소장에 담겼다.

A씨는 이뿐만 아니라 카페에서 일하는 2급 지적 장애가 있는 부하 여직원 3명을 2019년 6월부터 2021년 4월까지 총 9차례에 걸쳐 강제 추행한 혐의도 공소장에 추가됐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피해자 C씨와는 사귀다 사이가 틀어졌을 뿐 협박해 성폭행한 사실이 없고 나머지 피해자들을 추행하거나 성적인 의도는 없었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일반적인 연인관계라기보다 A씨가 우월한 입장에 있었고, 피해자인 C씨는 정신적으로 A씨에게 종속된 이른바 '그루밍'을 당했다고 판단했다.

'그루밍'(Grooming·길들이기)은 신뢰 관계를 형성한 뒤 피해자를 길들여 성적으로 착취하는 행위를 말한다.

재판부는 "자신에게 호감을 느낀 피해자 C씨를 대상으로 한 강간 및 강간 교사는 장애인의 인격을 철저히 무시한 가학적·반인륜적 범행"이라며 "수사를 받자 공범 B씨와 일부 피해자에게 접근해 범행을 용의주도하게 은폐하려 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머지 피해자들에 대한 강제 추행 역시 매니저이자 정신적으로 우월하다는 점을 이용한 것으로 죄질도 불량하다"며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를 받지도 못했고 용서를 구할 노력조차 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