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실습확대 등 담은 직업교육촉진법 13건 개정안 발의…통과는 '0'

직업계고 현장실습생의 죽음을 다룬 영화 '다음 소희'가 개봉하면서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학생들이 겪어야 하는 위험한 근로환경과 부당한 대우가 다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현장실습생의 권익을 위해 발의된 법안들은 장기간 국회에 계류 중이어서 더 큰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달 8일 개봉한 '다음 소희'(Next Sohee)는 17일까지 열흘간 누적 관객 5만4천여명을 기록했다.

반복되는 '다음 소희'…직업계고교생 위한 법안은 국회 계류중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18일 특성화고 재학생·졸업생들과 함께 수원의 한 영화관에서 다음 소희를 보고 직업계고 현장실습 문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는 직업계고 졸업반 학생 소희가 현장실습을 나가 겪는 실적 강요 등 암담한 현실을 소희의 죽음을 조사하는 한 형사의 모습과 함께 보여준다.

이를 통해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구조적 문제점을 짚는다.

반복되는 '다음 소희'…직업계고교생 위한 법안은 국회 계류중
소희의 이야기는 2017년 전북 전주에서 발생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당시 통신사 콜센터에서 고객들의 계약 해지를 막는 업무를 담당했던 고교생 A(19)양이 저수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양이 숨지기 전 부모에게 '콜 수를 못 채워 늦게 퇴근할 것 같다'는 문자를 보내거나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고 말한 점이 알려지면서 직업계고 현장실습생의 근로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후에도 현장실습생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위험에 노출되는 일은 반복됐다.

A양이 숨진 2017년 제주에서는 음료 공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특성화고 졸업반 B군이 공장 기계에 끼어 목숨을 잃었고, 비슷한 시기 인천의 한 식품공장에서도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C군이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2021년에는 전남 여수의 한 요트장에서 현장실습 중이던 특성화고 3학년 D(17)군이 요트 바닥 청소를 위해 물에 들어갔다가 숨졌다.

18세 미만 근로자는 잠수 등 위험한 작업을 할 수 없게 되어 있었는데도 잠수 자격증조차 없었던 B군은 혼자서 물에 들어갔다 변을 당했다.

이후 교육당국과 국회는 제도 정비에 나섰지만, 현장에서는 안전한 노동환경을 보장하기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복되는 '다음 소희'…직업계고교생 위한 법안은 국회 계류중
전국 시·도 교육청 가운데 서울·부산·인천·광주·울산·세종·경기·전남 등 전국 8개 교육청은 현장실습 조례를 두고 있지만, 학생의 작업 거부권을 명시한 곳은 서울과 울산 등 2곳뿐이다.

국회에는 ▲ 공공기관 실습 확대 ▲ 감독관 배치 ▲ 전담 노무사 지정 등의 내용을 담은 '직업교육훈련촉진법' 개정안이 13건 발의돼 있지만, 모두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여수 사고 1년을 맞아 지난해 11월 '직업계고교의 안전한 현장실습 확보와 정부 현장실습 활성화를 위한 국회 결의안'이 통과됐을 뿐이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일부 법안이 법안소위에 상정됐지만 안건 순서에서 뒤로 밀려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다"며 "국회가 그간 학생의 안전과 권익을 위해 가장 시급하게 필요한 법안을 처리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