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값 급등에 꽃다발 직접 만들고 중고거래도
"졸업식 꽃다발 너무 비싸" 꽃집 대신 도매시장 생화 구매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 내 화훼도매상가는 지인의 졸업식을 맞아 꽃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생화를 사서 직접 꽃다발을 만들려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대학을 졸업하는 동생에게 꽃다발을 만들어 주러 왔다는 강도은(30)씨는 "요즘 꽃값이 비싼데 도매상가에서 사면 같은 값에 꽃다발을 더 풍성하게 꾸밀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튤립을 산 이의연(39)씨는 "곧 아들 유치원 졸업식이라 꽃을 사러 왔다"며 "집에 포장 재료도 사놨다.

유튜브 영상을 보고 포장법을 배워 꽃다발을 직접 만들어 줄 것"이라고 했다.

상가 곳곳에서는 고객들이 따로 사 온 생화를 꽃다발로 만들어주는 포장 가게들이 성업 중이었다.

한 가게에는 10여명이 꽃다발 포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기 줄 끝에서 순서를 기다리던 박모(52)씨는 "대학생 딸 졸업식 때 쓰려고 분홍 튤립을 샀다"며 "꽃값이 비싼데 도매시장에 오니 확연히 싸서 다행"이라고 했다.

상인들도 꽃다발을 직접 만들러 온 손님이 작년보다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고속버스터미널서 생화 도매 가게를 12년째 운영 중인 이모(50)씨는 "작년 2월보다 꽃을 사러 오는 개인 손님들이 30% 이상 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곳에서 포장 가게를 약 30년째 운영 중인 김모(53)씨도 "전면 대면 졸업식이 열리면서 생화를 꽃다발로 만들어가는 손님이 작년보다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화훼유통정보에 따르면 2월11∼17일 서울 양재동 화훼공판장의 장미 경매가격은 1단에 일평균 1만5천195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 1만186원보다 49% 올랐다.

코로나 방역 조치 해제로 대면 졸업식이 재개되며 꽃 수요가 많아진 데다 최근 난방비까지 올라 꽃 재배 비용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졸업식 꽃다발 너무 비싸" 꽃집 대신 도매시장 생화 구매
껑충 뛴 꽃값은 시민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15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화훼공판장에서 꽃을 둘러보던 김모(49)씨도 꽃값이 너무 올라 자연스레 도매 시장을 찾게 됐다며 "여기서 6만원에 살 수 있는 양을 시중에서는 10만원을 줘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관호(27)씨는 15일 국민대학교 졸업식에서 취업동아리 활동의 하나로 생화가 아닌 방향제를 뿌린 비누 꽃을 만들어 팔았다.

이씨는 "애초 생화로 만들 계획이었지만 남대문 꽃시장에서 생화 시세가 25%씩은 올랐다는 상인들의 얘기를 듣고 마음을 바꿨다"고 했다.

중고거래로 꽃을 사고파는 모습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는 최근 꽃다발을 판매한다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16일 오후 구로구의 한 판매자는 백화점에서 샀다는 프리지어 꽃다발 사진을 올리며 "오늘 오전에 졸업식 잘하고 3만원에 급히 처분한다"며 "꽃봉오리 안 핀 게 많아서 며칠 더 갈 것 같으니 이번 주 안에 필요하신 분께 좋을 것"이라고 적었다.

이 꽃다발은 글이 올라오고 한 시간 만에 거래됐다.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졸업식 때 잠시 들고 사진만 찍을 건데 꽃다발 보통 사이즈가 6만∼7만원이더라", "풍성한 건 10만원부터인데 좀 저렴하게 구할 수는 없느냐"며 꽃다발 가격에 부담을 느낀다는 게시글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졸업식 사진 찍을 때를 제외하면 꽃다발이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소비자들이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며 "물가가 오르면서 실용적으로 기념일을 맞이하자는 마음이 강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