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화를 사서 직접 꽃다발을 만들려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대학을 졸업하는 동생에게 꽃다발을 만들어 주러 왔다는 강도은(30)씨는 "요즘 꽃값이 비싼데 도매상가에서 사면 같은 값에 꽃다발을 더 풍성하게 꾸밀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튤립을 산 이의연(39)씨는 "곧 아들 유치원 졸업식이라 꽃을 사러 왔다"며 "집에 포장 재료도 사놨다.
유튜브 영상을 보고 포장법을 배워 꽃다발을 직접 만들어 줄 것"이라고 했다.
상가 곳곳에서는 고객들이 따로 사 온 생화를 꽃다발로 만들어주는 포장 가게들이 성업 중이었다.
한 가게에는 10여명이 꽃다발 포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기 줄 끝에서 순서를 기다리던 박모(52)씨는 "대학생 딸 졸업식 때 쓰려고 분홍 튤립을 샀다"며 "꽃값이 비싼데 도매시장에 오니 확연히 싸서 다행"이라고 했다.
상인들도 꽃다발을 직접 만들러 온 손님이 작년보다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고속버스터미널서 생화 도매 가게를 12년째 운영 중인 이모(50)씨는 "작년 2월보다 꽃을 사러 오는 개인 손님들이 30% 이상 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곳에서 포장 가게를 약 30년째 운영 중인 김모(53)씨도 "전면 대면 졸업식이 열리면서 생화를 꽃다발로 만들어가는 손님이 작년보다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화훼유통정보에 따르면 2월11∼17일 서울 양재동 화훼공판장의 장미 경매가격은 1단에 일평균 1만5천195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 1만186원보다 49% 올랐다.
코로나 방역 조치 해제로 대면 졸업식이 재개되며 꽃 수요가 많아진 데다 최근 난방비까지 올라 꽃 재배 비용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15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화훼공판장에서 꽃을 둘러보던 김모(49)씨도 꽃값이 너무 올라 자연스레 도매 시장을 찾게 됐다며 "여기서 6만원에 살 수 있는 양을 시중에서는 10만원을 줘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관호(27)씨는 15일 국민대학교 졸업식에서 취업동아리 활동의 하나로 생화가 아닌 방향제를 뿌린 비누 꽃을 만들어 팔았다.
이씨는 "애초 생화로 만들 계획이었지만 남대문 꽃시장에서 생화 시세가 25%씩은 올랐다는 상인들의 얘기를 듣고 마음을 바꿨다"고 했다.
중고거래로 꽃을 사고파는 모습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는 최근 꽃다발을 판매한다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16일 오후 구로구의 한 판매자는 백화점에서 샀다는 프리지어 꽃다발 사진을 올리며 "오늘 오전에 졸업식 잘하고 3만원에 급히 처분한다"며 "꽃봉오리 안 핀 게 많아서 며칠 더 갈 것 같으니 이번 주 안에 필요하신 분께 좋을 것"이라고 적었다.
이 꽃다발은 글이 올라오고 한 시간 만에 거래됐다.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졸업식 때 잠시 들고 사진만 찍을 건데 꽃다발 보통 사이즈가 6만∼7만원이더라", "풍성한 건 10만원부터인데 좀 저렴하게 구할 수는 없느냐"며 꽃다발 가격에 부담을 느낀다는 게시글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졸업식 사진 찍을 때를 제외하면 꽃다발이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소비자들이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며 "물가가 오르면서 실용적으로 기념일을 맞이하자는 마음이 강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