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조명…첩보전 최전선에, 전쟁범죄 기록 역할도
스마트폰, 우크라전서 위력…"첩보엔 꿈, 보안엔 악몽의 장비"
요즘 누구나 손에 쥔 '스마트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웬만한 무기 못지않은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적군 정보나 전쟁범죄의 증거를 수집하고, 상대국과 정보 전쟁을 벌이는 등 다양한 기능을 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무엇보다 '첩보전'에서 스마트폰이 맹활약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마트폰에는 각종 센서와 위치정보시스템(GPS), 고화질 카메라, 마이크 등이 탑재돼 있다.

카메라로 사진·동영상을 찍는 순간 정확한 시간·장소까지 기록된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군사전문가 엘리엇 코언은 스마트폰에 대해 WSJ에 "첩보 분야에서 꿈의 장비"라고 했다.

하지만 동시에 "보안 분야에서는 악몽의 장비"라고 평가했다.

스마트폰으로 적의 움직임을 포착해낼 수 있지만, 마찬가지로 우리 군의 움직임도 상대국의 스마트폰에 발각될 수 있어서다.

스마트폰을 잘못 사용했다가 아군을 위험에 빠뜨린 사례가 이번 전쟁에서도 적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가한 체첸 공화국 전투원들은 작년 11월 러시아 점령지인 남부 헤르손 외곽에서 일부 지역을 장악한 뒤 이를 자랑하는 동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그 30분 뒤 우크라이나는 이 지역에 폭격을 쏟아부었다.

이 공격으로 체첸 전투원 약 30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당시 체첸 전투원이 올린 동영상에 대해 우크라이나 당국자는 WSJ에 "영상 촬영자가 자기 동료를 여러 각도에서 찍어줬고 자기네가 있던 학교 부지까지 다 찍었다"고 했다.

스마트폰 덕에 전쟁범죄 증거 수집도 한결 수월해졌다.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 사례를 기록 중인 독일 인권단체 '네모닉'에 따르면 전쟁 발발 1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에 수집된 디지털 기록이 280만 건에 달한다.

영상 길이를 합치면 수년 치에 이른다고 한다.

이 단체 조사팀은 인공지능 등을 활용해 전쟁범죄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네모닉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병원 등 민간시설을 공격하는 동영상을 다수 확보했다고 WSJ에 전했다.

스마트폰 덕에 안방에서도 '정보 전쟁'에 참여할 수 있다고 WSJ는 전했다.

소셜미디어 등에서 자국에 유리한 정보를 열심히 퍼 나르는 식이다.

이번 전쟁에서 가장 치열한 '정보 전투'가 벌어지는 플랫폼은 암호화 메신저앱 '텔레그램'이라고 WSJ는 평가했다.

다만 워낙 정제되지 않은 정보가 오가고 있어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디지털 자료 분석단체 '벨링캣'의 창립자 엘리엇 히긴스는 "이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에 탱크를 집결하던 재작년부터 사람들은 양국 갈등이 어떻게 진전될지 지켜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WSJ는 스마트폰으로 평범한 사람들이 군에 표적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다면서 민간인과 전투원 사이의 구분이 모호해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군복, 드론을 포함한 군 장비를 위한 자금을 모으는 데도 스마트폰이 사용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군인들이 집에 전화를 걸 수도 있다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