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부부 제기한 소송 2심서 뒤집혀…法 "의견 표명"
"'징용 노동자상 모델은 일본인' 표현, 명예훼손 아냐"
서울과 부산 등에 세워진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의 조각가가 "조각상 모델은 일본인"이라고 주장한 사람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2심에서 패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7-2부(양철한 이정형 구광현 부장판사)는 조각가 부부인 김운성·김서경씨가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한 김씨 부부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의뢰를 받아 2016년 8월 일본 교토 단바 지역에 있는 단바망간기념관에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설치했다.

이후 2019년까지 서울, 부산, 대전, 제주 등에 노동자상이 세워졌다.

'반일 종족주의'의 공동 저자인 이 연구원은 2019년 3∼8월 "노동자상 모델은 1926년 홋카이도에서 강제 노동에 시달리다 풀려난 일본인"이라고 주장했다.

김씨 부부는 이 연구원이 허위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의 발언은 원고들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며 김씨 부부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피고의 발언은 사실 적시가 아닌 의견 표명인 만큼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1심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사실적 주장과 의견 표명을 구분하는 주요 기준은 '입증 가능성'으로,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내용이라면 사실 적시로 본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을 인용했다.

그러면서 "조각상이 무엇을 본뜬 것인지는 감상자의 평가 영역일 뿐, 입증 가능한 구체적 사실로 보기 어렵다"며 "대중도 피고의 발언 취지를 '노동자상이 일본인 사진과 유사하다'는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김씨 부부는 이 연구원과 같은 주장을 한 다른 이들을 상대로도 소송을 제기했는데 법원은 엇갈린 판단을 내놨다.

2021년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김씨 부부가 전 대전시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반면 이듬해 서울서부지법은 인터넷매체 대표 등을 상대로 한 소송에선 김씨 부부 손을 들어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