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숫자와 통계를 의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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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 공무원 출신 저자가 쓴
<세상을 바로 보는 힘 통계 안목>
입맛대로 요리한 데이터와 통계
어떻게 해야 속지 않을까
“세상 바로 보는 통계 안목 키워야”
<세상을 바로 보는 힘 통계 안목>
입맛대로 요리한 데이터와 통계
어떻게 해야 속지 않을까
“세상 바로 보는 통계 안목 키워야”
“2019년 미국에서 상어가 사람을 공격한 건수가 2018년 대비 28% 증가했다.”
이 기사를 접한 미국인들은 충격을 받았다. 부모들이 자녀의 바다 수영과 서핑을 말리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정보는 믿을 만한 것이었을까? 사실은 이랬다. 상어 공격 건수는 32건에서 41건으로 9건 늘었다. 28% 증가한 건 맞지만 느낌이 많이 다르다. 만약 ‘상어 공격 9건 증가’라는 제목을 달았다면 주목을 못 받았을 것이다.
<세상을 바로 보는 힘 통계 안목>은 이렇게 “숫자가 우리를 속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책을 쓴 송인창과 최성호는 각각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다 현재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저자들은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경험과 감’보다는 숫자로 이루어진 정보를 객관적이라 여기며 더 신뢰한다”며 “하지만 이런 신뢰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진단한다. “실수로 인한 통계 오류도 있지만 의도적인 통계 왜곡도 공공연하다”고 말한다.
책은 숫자와 통계를 오용한 다양한 사례를 담고 있다. 이런 주제를 다룬 책은 수없이 많다. 이 책의 장점이라면 두껍지 않아 금방 읽을 수 있고, 개념 설명이 명확하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통계 같은 최신 사례를 다룬 점도 눈에 띈다.
우리는 숫자로 말하지만, 그 숫자가 무엇을 뜻하는지 잘 모를 때가 많다. 코로나19 백신 예방 효과율도 그런 숫자다. 제약사들의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 백신의 예방 효과율은 얀센 66%, 아스트라제네카 70%, 모더나 94%, 화이자 96% 등이다.
예방 효과율이 95%라면 ‘백신 접종자 95%는 코로나19에 안 걸린다’는 뜻일까. 저자들은 그런 의미가 전혀 아니라고 설명한다. 제약사가 10만명을 모집해 5만명에게는 백신, 나머지 5만명에겐 위약을 투여했다고 치자.
백신 투여군에서 10명의 코로나 환자가, 대조군에서 50명의 코로나 환자가 나왔다면 백신이 40명의 환자 발생을 줄인 셈이다. 이렇게 백신이 코로나 환자를 50명에서 10명으로 80%(40명) 줄였을 때 ‘예방 효과율이 80%’라고 표현한다고 설명한다.
세상엔 정말 많은 통계가 있다. 코로나19만 해도 치명률, 치사율, 사망률, 감염 재생산 지수, 확진율 등이 있다. 어떤 기준을 적용하느냐, 언제까지 기간을 잡느냐에 따라 결괏값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이를 이용해 자기 입맛에 맞는 그림을 그려내는 건 너무 쉬운 일이다. 실업률, 고용률, 물가상승률, 집값 상승률, 소득 분배 지표 등도 마찬가지다.
저자들은 “사실과 증거를 기초로 하는 합리적 토론보다 이념 논리와 진영의 잣대가 앞서는 최근 사회상을 보면서 ‘통계를 통해 세상을 바로 보자’는 목소리를 내고자 함께 책을 썼다”고 했다.
좋은 취지지만 상황을 낙관하긴 어렵다. 이런 책은 수없이 많지만, 숫자와 통계를 과장하고 왜곡하는 일은 늘면 늘었지 줄지 않고 있다. 통계 왜곡을 일삼는 이들과 통계 왜곡을 지적하는 이들의 기묘한 공생 관계는 쉽게 끝나지 않을 듯하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이 기사를 접한 미국인들은 충격을 받았다. 부모들이 자녀의 바다 수영과 서핑을 말리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정보는 믿을 만한 것이었을까? 사실은 이랬다. 상어 공격 건수는 32건에서 41건으로 9건 늘었다. 28% 증가한 건 맞지만 느낌이 많이 다르다. 만약 ‘상어 공격 9건 증가’라는 제목을 달았다면 주목을 못 받았을 것이다.
<세상을 바로 보는 힘 통계 안목>은 이렇게 “숫자가 우리를 속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책을 쓴 송인창과 최성호는 각각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다 현재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저자들은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경험과 감’보다는 숫자로 이루어진 정보를 객관적이라 여기며 더 신뢰한다”며 “하지만 이런 신뢰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진단한다. “실수로 인한 통계 오류도 있지만 의도적인 통계 왜곡도 공공연하다”고 말한다.
책은 숫자와 통계를 오용한 다양한 사례를 담고 있다. 이런 주제를 다룬 책은 수없이 많다. 이 책의 장점이라면 두껍지 않아 금방 읽을 수 있고, 개념 설명이 명확하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통계 같은 최신 사례를 다룬 점도 눈에 띈다.
우리는 숫자로 말하지만, 그 숫자가 무엇을 뜻하는지 잘 모를 때가 많다. 코로나19 백신 예방 효과율도 그런 숫자다. 제약사들의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 백신의 예방 효과율은 얀센 66%, 아스트라제네카 70%, 모더나 94%, 화이자 96% 등이다.
예방 효과율이 95%라면 ‘백신 접종자 95%는 코로나19에 안 걸린다’는 뜻일까. 저자들은 그런 의미가 전혀 아니라고 설명한다. 제약사가 10만명을 모집해 5만명에게는 백신, 나머지 5만명에겐 위약을 투여했다고 치자.
백신 투여군에서 10명의 코로나 환자가, 대조군에서 50명의 코로나 환자가 나왔다면 백신이 40명의 환자 발생을 줄인 셈이다. 이렇게 백신이 코로나 환자를 50명에서 10명으로 80%(40명) 줄였을 때 ‘예방 효과율이 80%’라고 표현한다고 설명한다.
세상엔 정말 많은 통계가 있다. 코로나19만 해도 치명률, 치사율, 사망률, 감염 재생산 지수, 확진율 등이 있다. 어떤 기준을 적용하느냐, 언제까지 기간을 잡느냐에 따라 결괏값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이를 이용해 자기 입맛에 맞는 그림을 그려내는 건 너무 쉬운 일이다. 실업률, 고용률, 물가상승률, 집값 상승률, 소득 분배 지표 등도 마찬가지다.
저자들은 “사실과 증거를 기초로 하는 합리적 토론보다 이념 논리와 진영의 잣대가 앞서는 최근 사회상을 보면서 ‘통계를 통해 세상을 바로 보자’는 목소리를 내고자 함께 책을 썼다”고 했다.
좋은 취지지만 상황을 낙관하긴 어렵다. 이런 책은 수없이 많지만, 숫자와 통계를 과장하고 왜곡하는 일은 늘면 늘었지 줄지 않고 있다. 통계 왜곡을 일삼는 이들과 통계 왜곡을 지적하는 이들의 기묘한 공생 관계는 쉽게 끝나지 않을 듯하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