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월 하순 윤석열 대통령을 백악관 국빈 만찬에 초청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대통령실은 “협의 중”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취했지만, 정황상 공식 발표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 아세안 정상회의 이후 5개월여 만에 다시 만나는 양국 정상 앞에는 북핵 대응 외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후속 조치와 반도체법 가드레일 조항, 칩4 동맹 등 경제안보와 관련한 중대 현안이 산적해 있다. 윤 대통령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한국산 전기자동차 차별 논란을 부른 IRA에 한·미 동맹의 신뢰 문제가 걸렸다는 점을 부각할 필요가 있다. 리스·렌터카를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한 것에 만족할 게 아니라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인 한국산 제품은 법 적용의 예외로 하거나 현대자동차의 조지아 전기차 전용공장이 완공되는 2025년까지 유예받는 방안 등을 계속 요구해야 한다. 포드가 중국 CATL과의 기술 제휴로 미국에 공장을 짓는 방식으로 IRA 규제를 우회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배터리업체가 뒤통수를 맞은 만큼 조만간 세부 지침이 확정될 배터리 부품·원료 원산지 요건에서 한국 기업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국익 외교’가 절실하다.

발표를 앞둔 미국 반도체법의 가드레일 조항도 발등의 불이다. 미국 지원을 받은 기업은 10년간 중국 투자를 금지하는 내용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작년 10월 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제한할 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적용을 1년 유예받은 것처럼 이번에도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미국 일본 대만이 밀착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입지가 좁아지지 않도록 칩4 동맹을 적극 활용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최근 부쩍 높아진 한국 내 독자 핵무장 여론을 미국에 전달하고, 북핵 위협에 대응할 실효적 수단을 확보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은 양국이 굳건한 안보협력을 토대로 인공지능(AI) 반도체 배터리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핵심 동맹으로 거듭날 절호의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