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성 정정 규제 완화·스코틀랜드 독립 둘러싸고 영국정부와 갈등
영국으로부터 독립 추진해온 스코틀랜드 수반 돌연 사임
8년 넘게 재임해온 니컬라 스터전(52)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이 15일(현지시간) 갑작스레 사임을 발표했다.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을 이끌어온 스터전 수반은 이날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고 AFP, AP 통신 등이 전했다.

스터전 수반은 SNP가 새로운 대표를 선출할 때까지 직을 수행할 것이며, 2026년으로 예정된 차기 총선까지 의회에 남아있겠다고 말했다.

2014년부터 스코틀랜드 정부를 이끌어온 스터전 수반은 다른 사람을 위해 언제 길을 비켜줘야 하는지 아는 것도 국가에 잘 봉사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스터전 수반은 "머리와 마음으로 인제 그만둘 때라는 것을 안다"며 최근의 압박 때문이 아니라 오랜 기간 숙고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스터전 수반의 사임을 두고 앵거스 맥닐 SNP 의원은 트위터에 지난달 돌연 사임한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전 총리의 사임만큼 급작스럽다는 글을 올렸다.

스터전 수반은 스코틀랜드 의회가 지난해 12월 법적 성별을 쉽게 정정할 수 있게 만든 '성 인식 법'을 두고 영국 정부와 갈등을 빚어왔다.

이 법은 트렌스젠더가 법적 성별을 정정하는 데 필요한 성 인식 증명서(GRC) 발급 절차를 단순화하고 빠르게 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영국 정부는 이 법안이 영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1999년 스코틀랜드 의회 출범 이후 처음으로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스터전 수반은 영국 정부가 스코틀랜드 의회와 민주주의를 공격하겠다며,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운 지 약 한 달 만에 사임의 뜻을 밝혔다.

스터전 수반은 2023년 10월 영국으로부터 독립 여부를 결정할 두 번째 국민투표를 개최하려 했으나, 이 역시 영국 정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영국 정부가 동의하지 않으면 스코틀랜드 정부가 국민투표를 하더라도 그 결과가 법적 구속력을 갖지 못한다.

스코틀랜드는 영국의 동의를 얻어 2014년 분리 독립을 묻는 국민 투표를 했으나 찬성 55%대 반대 45%로 잔류했다.

그러다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자 EU 잔류를 선호해온 스코틀랜드 정부는 다시 한번 독립투표를 추진했다.

스터전 수반은 지난해 영국 정부 동의 없이 독립투표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대법원에 법적 판단을 구했으나 패배했다.

스터전 수반은 "후임이 누구든 간에 스코틀랜드를 독립으로 이끌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며 "그 또는 그녀를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차기 수반 후보군으로는 앵거스 로버트슨, 케이트 포브스, 훔자 유사프, 존 스위니 등 현재 내각에서 직을 맡은 SNP 의원들이 거론된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스터전 수반의 오랜 복무에 감사하다며 앞으로의 행보에 행운을 빌었고, 스코틀랜드 정부와 긴밀히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

영국 정부의 스코틀랜드 담당인 알리스터 잭 장관은 스터전 수반을 "위대한 정치인"이라고 부르면서도 후임에게는 "분열을 초래하는 독립에 대한 집착을 버려달라"고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