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분향소 지킬 것…철거는 위법·절차적 하자"
서울시 "행정대집행 불가피…답변 기다릴 것"
서울광장 분향소 철거 시한 넘겨…이태원 유족·서울시 평행선(종합)
이태원 참사 유가족 측이 서울광장에 설치한 분향소 자진 철거 시한이 지났지만 유족 측과 서울시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며 접점을 찾지 못했다.

유족 측은 15일 시의 행정대집행이 위법하다며 분향소를 지키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고, 시 역시 소통 창구를 열어놓겠다면서도 행정대집행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시가 철거 기한으로 명시한 이날 오후 1시 서울광장 분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 위법 행정을 규탄한다"며 "시는 더는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이태원 참사에 대한 기억과 추모를 지우려 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서울광장 분향소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집회 신고 의무가 없는 '관혼상제'에 해당해 적법한 집회라고 주장했다.

또 서울시가 유가족 측에 계고장도 제대로 전달하지 않고 언론에 전달했다고만 말해 행정대집행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했다.

시는 이달 6일 '분향소를 2월 8일 오후 1시까지 철거하라'는 내용의 2차 계고서를 전달한 뒤 7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이날 오후 1시까지로 기한을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하주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총장은 이날 회견에서 "절차적으로 유족은 합법적·적법한 계고 통지를 받은 바 없다"며 "계고 통지는 언론을 통해 하는 게 아니다.

누가 그걸 해야 하는지 명확히 특정해야 하는데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협의회와 대책회의는 "서울시는 분향소 운영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라"며 "진정 협의를 원한다면 사실 왜곡과 여론 호도를 중단하고 유가족에게 공식으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경찰에도 참사의 책임감을 느낀다면 행정대집행에 가담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이종철 협의회 대표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우리와 같은 참사 유가족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서울광장 분향소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전국공무원노조 서울지역본부도 이날 오전 서울광장 분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세훈 시장은 강제 철거를 운운할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유족이 원하는 장소에 분향소 설치를 허용하라"고 요구했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부대표는 "서울시의 진정성 있는 사과나 대화 요구가 없다면 더는 대화하지 않을 것"이라며 "(분향소 철거를 시도한다면) 모두가 병원에 실려 가는 일이 있더라도 무조건 몸으로 막겠다"고 말했다.

서울광장 분향소 철거 시한 넘겨…이태원 유족·서울시 평행선(종합)
시는 유가족 측 기자회견 직후 입장문을 내 "유가족이 15일 현재까지 아무런 답변 없이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추모의 취지는 백분 공감하지만, 추모 또한 법과 원칙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면서 "서울시와 서울시민은 충분히 인내하며 기다려왔다.

부득이 행정대집행 절차에 착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해달라"고 했다.

다만 구체적인 철거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시는 "서울광장의 불법 시설물 철거를 전제로 합법적인 어떤 제안도 상호 논의할 수 있다는 시의 입장은 변함없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유가족 측의 답변을 열린 마음으로 기다리겠다"고 강조했다.

유가족과 시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으나 시가 재차 대화 요청을 한 만큼 당장 행정대집행에 들어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시 안팎의 관측이다.

경찰은 서울광장 주변에 경찰 600∼700명을 투입해 마찰에 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