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 사람들] ⑫관제사들이 꼽는 최악의 순간 "심장 터지는 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급변풍에 하루 150차례 복행…관제 중 교신 끊기기도
"악몽·직업병 시달려도 책임감으로 최선 다해 업무"
[※ 편집자 주 = '공항'은 여행에 대한 설렘과 기대로 충만한 공간입니다.
그중에서도 제주공항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그 의미가 각별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지나 엔데믹(endemic·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으로 이어지는 이 시대에도 '쉼'과 '재충전'을 위해 누구나 찾고 싶어하는 제주의 관문이기 때문입니다.
연간 약 3천만 명이 이용하는 제주공항. 그곳에는 공항 이용객들의 안전과 만족, 행복을 위해 제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비록 눈에 잘 띄진 않지만,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하며 제주공항을 움직이는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 이야기와 공항 이야기를 2주에 한 차례씩 연재합니다.
] '하늘길의 안내자' 제주공항 관제사들이 꼽는 가장 큰 위기의 순간은 언제일까.
작은 실수 하나가 항공기 사고로 직결될 수 있는 업무 특성상 관제사들은 매 순간 신중히 결정하고, 그들의 말 한마디는 큰 무게감을 지닌다.
15일 제주공항 관제탑에서 근무하는 관제사들의 속사정을 들어본다.
◇ 악몽 같은 제주공항 위기 순간은
"관제사 대부분이 입사 후 훈련과정에서 꿈을 꿔요.
관제 지시를 잘못해서 사고가 나는 꿈을…."
지난달 27일 제주공항에서 만난 관제사들은 관제 업무에서 받는 중압감을 악몽을 꿀 정도의 스트레스라고 설명했다.
제주공항 관제 업무 20년차인 조영직 관제사는 "의사는 수술하다가 잘못하면 한 사람의 생명을 잘못되게 하는데, 저희는 말 한마디 실수에 비행기 안 수백명의 목숨이 위험해진다"며 "사고로 인해 제주공항에 합동 분향소가 설치되는 꿈을 꾸기도 한다"고 말했다.
수많은 항공기가 1분 30초 간격으로 분주하게 뜨거나 내리는 제주공항. 관제사의 작은 실수 하나, 비행기의 작은 결함 하나, 갑자기 휘몰아친 돌풍 등 다양한 변수가 항공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다행히 지금까지 제주공항에는 큰 인명피해로 이어진 사고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항공기 사고의 위험은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
제주공항 관제탑에서 근무하는 관제사들이 가장 위험한 순간으로 꼽는 상황 중 하나는 바로 항공기가 복행(復行, Go-around)하는 순간이다.
복행은 항공기가 착륙 시도 실패 후 급격히 기수를 높여 다시 날아오르는 과정을 일컫는다.
조종사들은 많게는 3차례까지 복행을 하면서 재착륙을 시도하고, 그럼에도 착륙하지 못하면 항공기 연료를 고려해 회항하기도 한다.
급변풍이 자주 발생하는 제주공항에는 항공기들이 착륙과정에서 복행하는 위험한 상황이 자주 연출된다.
예를 들어 출발 항공기가 지상에서 이륙하고 이어 바로 다음 항공기가 안전하게 착륙해야 하는데 급변풍 등 이유로 복행하게 되면, 앞서 이륙한 항공기와 겹쳐서 날아가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런 상황을 관제사들은 '비행기가 업어간다'는 표현을 쓰곤 한다.
일반 여객기는 전투기처럼 재빨리 방향을 바꾸기도 쉽지 않아 간격이 너무 가까워지면 항공기끼리 공중에서 충돌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이 때 관제사들은 다급하게 '빨리 방향을 틀라'고 외치고 조종사는 '힘들다'고 말하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 벌어진다.
제주공항 관제 업무 4년차인 정욱진 관제사는 "(사고가 나지 않았지만)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며 "고어라운드(복행)를 할 때가 제주 관제탑과 제주 접근관제소에서 느끼는 가장 위험한 순간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영등바람이라 일컬어지는 강한 바람이 제주에 부는 3월부터 5월 초까지가 특히 복행 횟수가 많다.
지난 2019년 5월에는 제주공항에서 하루 150차례 복행이 이뤄진 경우도 있다.
이렇게 되면 제주공항 하늘은 착륙을 시도하다 실패한 항공기들과 다른 지역에서 계속해서 내려오는 비행기로 교통혼잡이 빚어진다.
접근관제소 관제사들과 관제탑 관제사들이 극도로 예민해지는 순간이다.
관제사들은 제주로 오는 항공기의 비행 속도를 줄이도록 지시하고, 동시에 제주 하늘에 떠 있는 항공기들이 최대한 서로 거리를 유지하면서 사고가 나지 않도록 유도하지만 심한 경우 타지역에서 제주로 출발하는 항공기 이륙을 잠시 멈추도록 요구하기도 한다.
조영직 관제사는 "'비행기가 많아도 좋으니 정상적으로 이착륙하면 좋겠다', '놀러 가기 좋은 날씨가 일하기에도 좋다'는 말을 평소 입버릇처럼 하게 된다"며 "날씨가 안 좋으면 사고 위험 탓에 관제사들의 업무 부담이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관제업무 도중 발생하는 비상상황은 부지기수다.
지난 2015년 12월 12일 오후 6시 50분 제주공항 관제탑의 통신 장비가 먹통이 된 적이 있었다.
관제사들 사이에 일명 '12·12 사태'라 일컬어지는 바로 그날이었다.
당시 음성신호를 주고받는 통신장비의 고장으로 76분간 항공기 조종사와 제주공항 관제탑, 접근관제소 관제사 간 교신이 모두 끊겼다.
제주로 들어오는 비행기들이 공항 활주로의 이상 유무와 착륙 여부를 관제사를 통해 전혀 안내받을 수 없는 매우 위급한 상황이었다.
일단 인천 지역관제센터(인천 ACC)를 통해 고고도에서 비행하는 제주행 항공기들을 모두 회항시켰고, 제주공항 항공기 이륙도 모두 멈췄다.
문제는 제주 접근관제구역 관할로 들어와 제주공항으로 향해 오는 항공기들의 착륙이었다.
공항 관제탑 관제사들은 최후의 수단인 빛총(Light Gun)을 쓸 수 밖에 없었다.
관제탑에서 빨간색·흰색·녹색 세 가지 불빛을 쏘아 공항으로 들어오는 항공기들에게 착륙불가(복행하라)·대기·착륙 등 메시지를 보내는 도구다.
빛총으로 쏜 불빛은 공항 관제탑의 관제 반경인 9∼11㎞까지 빛이 나간다.
관제사들의 침착한 대처로 다행히 14대의 항공기가 무사히 착륙할 수 있었다.
◇ "직업병요? 대답 안하면 답답해요"
관제사들은 업무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직업병' 같은 게 생긴다.
항공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관제사들은 자신의 관제지시를 조종사들이 제대로 들었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친다.
이를 '리드백 / 히어백'(Readback & Hearback)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 조종사들이 관제지시를 다시 복창하는 과정을 '리드백'이라고 하고, 관제사가 조종사의 리드백이 맞는지 확인하고 틀렸을 경우 이를 바로잡는 과정을 '히어백'이라고 한다.
업무 중에 매번 이 과정을 거치다 보니 관제사들은 일상생활에도 이런 과정이 습관이 됐다.
제주공항 관제업무 1년차인 박지은 관제사는 "관제 업무할 때 조종사의 리드백을 들어야 대화가 이어지는데 일상생활에서도 상대방이 바로 대답이나 반응을 하지 않으면 답답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짧게 명령조로 말하는 관제용어로 인해 해외 레스토랑에서 벌어진 에피소드도 털어놨다.
저녁식사를 하다 식당 종업원의 말을 잘못 알아듣고 정중하게 '죄송하지만 다시 말해달라'는 의미로 'sorry?' 또는 'pardon?'이라 해야 할 걸 무선교신 하듯 'say again!'(재송신 바람!)이라고 말해 입을 틀어막은 적이 있었다고 했다.
이러한 직업병과 에피소드 모두가 말 한마디를 잘못하거나 잘못 알아들었을 경우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관제업무의 중압감을 보여준다.
참고로 관제사들은 영어로 교신해야 하는 만큼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영어 구술능력이 필수다.
한국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권고에 따라 2008년 3월부터 항공영어구술능력시험(EPTA·English Proficiency Test for Aviation) 제도를 도입했다.
관제사를 비롯해 국제선 조종사는 1∼6등급 가운데 4등급 이상 자격을 취득해야 하고 4등급은 3년마다, 5등급은 6년마다 재시험을 쳐야하고 6등급을 받으면 영구자격이 주어진다.
관제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항공교통관제사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는 국토교통부에서 지정한 전문교육기관의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하는데 국내 항공교통관제사 전문교육기관은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교통물류학부, 한서대학교 항공교통물류학과, 경운대학교 항공교통물류학과, 한국공항공사 항공기술훈련원, 공군교육사령부 정보통신학교 등이 있다.
관제사가 되려면 이 교육과정을 이수해 항공교통관제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국토부 공무원 채용과정을 거치면 된다.
조영직·정욱진·박지은 관제사는 "관제사들이 해외 사례들처럼 엄청난 대우를 받는 것으로 오해하는 분들이 있지만, 저희는 대한민국 정부에 소속된 공무원"이라며 "공항에 있는 많은 분이 열심히 근무하고 있지만, 저희 관제사들 역시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말 한마디 하나에 큰 책임감을 느끼고 최선을 다해 업무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악몽·직업병 시달려도 책임감으로 최선 다해 업무"
[※ 편집자 주 = '공항'은 여행에 대한 설렘과 기대로 충만한 공간입니다.
그중에서도 제주공항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그 의미가 각별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지나 엔데믹(endemic·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으로 이어지는 이 시대에도 '쉼'과 '재충전'을 위해 누구나 찾고 싶어하는 제주의 관문이기 때문입니다.
연간 약 3천만 명이 이용하는 제주공항. 그곳에는 공항 이용객들의 안전과 만족, 행복을 위해 제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비록 눈에 잘 띄진 않지만,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하며 제주공항을 움직이는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 이야기와 공항 이야기를 2주에 한 차례씩 연재합니다.
] '하늘길의 안내자' 제주공항 관제사들이 꼽는 가장 큰 위기의 순간은 언제일까.
작은 실수 하나가 항공기 사고로 직결될 수 있는 업무 특성상 관제사들은 매 순간 신중히 결정하고, 그들의 말 한마디는 큰 무게감을 지닌다.
15일 제주공항 관제탑에서 근무하는 관제사들의 속사정을 들어본다.
◇ 악몽 같은 제주공항 위기 순간은
"관제사 대부분이 입사 후 훈련과정에서 꿈을 꿔요.
관제 지시를 잘못해서 사고가 나는 꿈을…."
지난달 27일 제주공항에서 만난 관제사들은 관제 업무에서 받는 중압감을 악몽을 꿀 정도의 스트레스라고 설명했다.
제주공항 관제 업무 20년차인 조영직 관제사는 "의사는 수술하다가 잘못하면 한 사람의 생명을 잘못되게 하는데, 저희는 말 한마디 실수에 비행기 안 수백명의 목숨이 위험해진다"며 "사고로 인해 제주공항에 합동 분향소가 설치되는 꿈을 꾸기도 한다"고 말했다.
수많은 항공기가 1분 30초 간격으로 분주하게 뜨거나 내리는 제주공항. 관제사의 작은 실수 하나, 비행기의 작은 결함 하나, 갑자기 휘몰아친 돌풍 등 다양한 변수가 항공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다행히 지금까지 제주공항에는 큰 인명피해로 이어진 사고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항공기 사고의 위험은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
제주공항 관제탑에서 근무하는 관제사들이 가장 위험한 순간으로 꼽는 상황 중 하나는 바로 항공기가 복행(復行, Go-around)하는 순간이다.
복행은 항공기가 착륙 시도 실패 후 급격히 기수를 높여 다시 날아오르는 과정을 일컫는다.
조종사들은 많게는 3차례까지 복행을 하면서 재착륙을 시도하고, 그럼에도 착륙하지 못하면 항공기 연료를 고려해 회항하기도 한다.
급변풍이 자주 발생하는 제주공항에는 항공기들이 착륙과정에서 복행하는 위험한 상황이 자주 연출된다.
예를 들어 출발 항공기가 지상에서 이륙하고 이어 바로 다음 항공기가 안전하게 착륙해야 하는데 급변풍 등 이유로 복행하게 되면, 앞서 이륙한 항공기와 겹쳐서 날아가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런 상황을 관제사들은 '비행기가 업어간다'는 표현을 쓰곤 한다.
일반 여객기는 전투기처럼 재빨리 방향을 바꾸기도 쉽지 않아 간격이 너무 가까워지면 항공기끼리 공중에서 충돌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이 때 관제사들은 다급하게 '빨리 방향을 틀라'고 외치고 조종사는 '힘들다'고 말하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 벌어진다.
제주공항 관제 업무 4년차인 정욱진 관제사는 "(사고가 나지 않았지만)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며 "고어라운드(복행)를 할 때가 제주 관제탑과 제주 접근관제소에서 느끼는 가장 위험한 순간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영등바람이라 일컬어지는 강한 바람이 제주에 부는 3월부터 5월 초까지가 특히 복행 횟수가 많다.
지난 2019년 5월에는 제주공항에서 하루 150차례 복행이 이뤄진 경우도 있다.
이렇게 되면 제주공항 하늘은 착륙을 시도하다 실패한 항공기들과 다른 지역에서 계속해서 내려오는 비행기로 교통혼잡이 빚어진다.
접근관제소 관제사들과 관제탑 관제사들이 극도로 예민해지는 순간이다.
관제사들은 제주로 오는 항공기의 비행 속도를 줄이도록 지시하고, 동시에 제주 하늘에 떠 있는 항공기들이 최대한 서로 거리를 유지하면서 사고가 나지 않도록 유도하지만 심한 경우 타지역에서 제주로 출발하는 항공기 이륙을 잠시 멈추도록 요구하기도 한다.
조영직 관제사는 "'비행기가 많아도 좋으니 정상적으로 이착륙하면 좋겠다', '놀러 가기 좋은 날씨가 일하기에도 좋다'는 말을 평소 입버릇처럼 하게 된다"며 "날씨가 안 좋으면 사고 위험 탓에 관제사들의 업무 부담이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관제업무 도중 발생하는 비상상황은 부지기수다.
지난 2015년 12월 12일 오후 6시 50분 제주공항 관제탑의 통신 장비가 먹통이 된 적이 있었다.
관제사들 사이에 일명 '12·12 사태'라 일컬어지는 바로 그날이었다.
당시 음성신호를 주고받는 통신장비의 고장으로 76분간 항공기 조종사와 제주공항 관제탑, 접근관제소 관제사 간 교신이 모두 끊겼다.
제주로 들어오는 비행기들이 공항 활주로의 이상 유무와 착륙 여부를 관제사를 통해 전혀 안내받을 수 없는 매우 위급한 상황이었다.
일단 인천 지역관제센터(인천 ACC)를 통해 고고도에서 비행하는 제주행 항공기들을 모두 회항시켰고, 제주공항 항공기 이륙도 모두 멈췄다.
문제는 제주 접근관제구역 관할로 들어와 제주공항으로 향해 오는 항공기들의 착륙이었다.
공항 관제탑 관제사들은 최후의 수단인 빛총(Light Gun)을 쓸 수 밖에 없었다.
관제탑에서 빨간색·흰색·녹색 세 가지 불빛을 쏘아 공항으로 들어오는 항공기들에게 착륙불가(복행하라)·대기·착륙 등 메시지를 보내는 도구다.
빛총으로 쏜 불빛은 공항 관제탑의 관제 반경인 9∼11㎞까지 빛이 나간다.
관제사들의 침착한 대처로 다행히 14대의 항공기가 무사히 착륙할 수 있었다.
◇ "직업병요? 대답 안하면 답답해요"
관제사들은 업무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직업병' 같은 게 생긴다.
항공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관제사들은 자신의 관제지시를 조종사들이 제대로 들었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친다.
이를 '리드백 / 히어백'(Readback & Hearback)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 조종사들이 관제지시를 다시 복창하는 과정을 '리드백'이라고 하고, 관제사가 조종사의 리드백이 맞는지 확인하고 틀렸을 경우 이를 바로잡는 과정을 '히어백'이라고 한다.
업무 중에 매번 이 과정을 거치다 보니 관제사들은 일상생활에도 이런 과정이 습관이 됐다.
제주공항 관제업무 1년차인 박지은 관제사는 "관제 업무할 때 조종사의 리드백을 들어야 대화가 이어지는데 일상생활에서도 상대방이 바로 대답이나 반응을 하지 않으면 답답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짧게 명령조로 말하는 관제용어로 인해 해외 레스토랑에서 벌어진 에피소드도 털어놨다.
저녁식사를 하다 식당 종업원의 말을 잘못 알아듣고 정중하게 '죄송하지만 다시 말해달라'는 의미로 'sorry?' 또는 'pardon?'이라 해야 할 걸 무선교신 하듯 'say again!'(재송신 바람!)이라고 말해 입을 틀어막은 적이 있었다고 했다.
이러한 직업병과 에피소드 모두가 말 한마디를 잘못하거나 잘못 알아들었을 경우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관제업무의 중압감을 보여준다.
참고로 관제사들은 영어로 교신해야 하는 만큼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영어 구술능력이 필수다.
한국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권고에 따라 2008년 3월부터 항공영어구술능력시험(EPTA·English Proficiency Test for Aviation) 제도를 도입했다.
관제사를 비롯해 국제선 조종사는 1∼6등급 가운데 4등급 이상 자격을 취득해야 하고 4등급은 3년마다, 5등급은 6년마다 재시험을 쳐야하고 6등급을 받으면 영구자격이 주어진다.
관제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항공교통관제사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는 국토교통부에서 지정한 전문교육기관의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하는데 국내 항공교통관제사 전문교육기관은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교통물류학부, 한서대학교 항공교통물류학과, 경운대학교 항공교통물류학과, 한국공항공사 항공기술훈련원, 공군교육사령부 정보통신학교 등이 있다.
관제사가 되려면 이 교육과정을 이수해 항공교통관제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국토부 공무원 채용과정을 거치면 된다.
조영직·정욱진·박지은 관제사는 "관제사들이 해외 사례들처럼 엄청난 대우를 받는 것으로 오해하는 분들이 있지만, 저희는 대한민국 정부에 소속된 공무원"이라며 "공항에 있는 많은 분이 열심히 근무하고 있지만, 저희 관제사들 역시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말 한마디 하나에 큰 책임감을 느끼고 최선을 다해 업무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