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제22대 회장에 노연홍 전 식품의약품안전청장(67·사진)을 14일 선임했다. 임기는 3월 1일부터 2년이다. 노 회장은 제27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식품의약품안전청장, 대통령실 고용복지수석비서관을 역임했다. 이후 가천대 부총장,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장 등을 지내고 지난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코로나 특별위원으로 참여했다.
6년간 한국제약바이오협회를 이끌어온 원희목 회장(사진)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정부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제약주권 없이는 제약강국도 없다”며 업계가 체감할 수 있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원 회장은 30일 서울 방배동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서울대 약대 출신인 원 회장은 2017년 2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에 취임했다. 대한약사회 회장, 제18대 국회의원 등을 역임했다. 보건산업계에 몸담은 기간만 40여 년에 달한다. 원 회장은 “우리나라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20%대 수준이고, 이는 보건 안보 문제와 직결된다”며 “국가가 자력으로 백신, 필수의약품을 생산할 수 없으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제대로 지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임상 2, 3상 단계의 신약 개발에 정부의 연구개발(R&D) 투자가 집중돼야 한다”며 “제약·바이오를 국가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던 정부 약속을 지켜달라”고 요청했다.협회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해 기업 등에 지원한 금액만 14조원에 이른다. 4000억원대에 그친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일본은 2015년 범정부 컨트롤타워를 세우고 5년간 제약·바이오 R&D에 8조원을 투입했다. 중국은 2030년까지 자국 바이오산업 규모를 1800조원까지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반면 한국의 지난해 제약·바이오 R&D 예산은 1조8000억원에 불과했다.원 회장은 “화이자와 모더나는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3년이 걸릴 백신 개발을 3개월 만에 마쳤고, 세계적으로 100조원가량의 부가가치를 창출했다”며 “한국 정부도 최대한 지원하고 신약 창출의 재정적 토대가 되는 보험의약품 가격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을 지낸 노연홍 전 식품의약품안전청장(사진)이 신임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으로 내정됐다. 임기는 오는 3월 1일부터 2년이다. 노 신임 회장은 경동고와 한국외국어대를 졸업한 뒤 행정고시 27회로 공직에 입문해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본부장, 가천대 부총장 등을 지냈다. 현재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으로 일하고 있다.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정부가 바이오의약품 개발·제조에 쓰이는 핵심 기술을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바이오산업을 지원하고 기술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바이오업계에서 해외 진출 등을 가로막는 규제가 될 수 있다며 반발해 논란이 일고 있다.14일 업계와 관계 부처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동물세포 배양·정제 기술 등을 국가첨단전략산업에 포함하기 위해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반도체·디스플레이·2차전지 등 3개 산업 내 15개 기술을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선정했다. 여기에 바이오를 추가하려는 것이다.동물세포 배양·정제 기술은 바이오의약품을 대량생산하는 데 필수적이다. 국가첨단전략산업에 지정되면 연구개발(R&D)과 시설투자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하지만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에도 바이오업계는 손사래를 치고 있다. 실익보다 행정 규제 부담이 더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가첨단전략산업에 지정되면 기술 수출과 해외 기업 인수합병(M&A), 합작법인 설립 때 산업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정부 당근책에도…업계 "해외진출 족쇄 될라"정부의 바이오 국가첨단전략산업 지정 움직임에 업계가 반대하고 나선 것은 해외 진출 때 오히려 족쇄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지정된 반도체 등과 달리 바이오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한참 뒤처진 분야다. 보호를 명분으로 정부가 관여할 경우 급변하는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세제혜택 등 전폭 지원”정부가 항체·단백질의약품, 백신 상업화에 필수적인 동물세포 배양·정제 기술을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지정하려는 건 바이오 산업을 적극 지원하기 위한 의도에서다. 앞서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선정된 반도체·디스플레이·2차전지에 버금가는 혜택을 바이오에도 줘 산업을 제대로 키워보겠다는 의지가 깔려있다.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지정되면 인프라 지원과 각종 인허가 신속 처리를 위한 특화단지 지정은 물론 특성화 대학 설치도 지원받는다. 조세특례제한법상 국가전략기술에 해당하는 기술은 연구개발(R&D) 비용의 최대 40%(대·중소기업)를 공제받을 수 있다. 시설투자에 대해서도 8~16% 세액공제를 해준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다양한 지원 정책을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에 바이오업계에 이득”이라며 “업계를 설득하겠다”고 했다. 업계 “없던 규제 생기는 것”‘반도체급 대우’를 해주겠다는데도 바이오업계가 이를 마다하는 건 행정규제 부담 때문이다.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지정되면 관련 기술을 가진 기업이 해외 인수합병(M&A)을 하거나 합작법인을 설립하려면 산업부 장관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항체의약품·백신 개발 및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사업 추진에 정부 규제가 늘어나는 셈”이라고 했다.이중규제 우려도 나온다. 바이오의약품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항체의약품(1만L 이상 생산)은 이미 산업기술보호법 적용을 받고 있다. 대규모 생산 기술을 포함한 항체의약품 기술을 해외에 이전하거나 규제기관의 품목승인을 받으려면 산업부 장관 승인이 필요하다. 업계 입장에선 산업기술보호법에 국가첨단전략산업법까지 더해져 규제 대상 법률이 늘어나는 것이다.백신업계도 걱정스럽긴 마찬가지다. 코로나19 백신에 적용된 메신저 리보핵산(mRNA) 기술의 경우 한국은 걸음마 단계다. 한창 성장이 필요한 단계인데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반도체 디스플레이와 동일선상에서 규제를 받는 게 부담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는 한국의 주력 산업으로 기술 보호 명분이 있다”면서 “반면 백신 등은 아직 성장이 필요한 분야”라고 했다. “신약 개발 속도에도 악영향”바이오산업의 특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높다. 바이오의약품 개발을 위해서는 동물실험과 사람 대상 임상 1~3상, 품목승인 등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해외 임상수탁기관(CRO), 위탁생산(CMO) 업체는 물론 해외 규제기관과 기술 자료를 수시로 주고받는다.관련 기술이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지정되면 해외에 기술 자료가 나갈 때마다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R&D 과정에서 필요한 기술 자료를 해외에 보낼 때마다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면 신약 개발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고 했다.한재영/김소현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