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아방궁' 설계했다는 이탈리아 건축가 주장
"서방 대러제재에 런던·파리 떠나서도 호의호식"

"올리가르히(러시아의 신흥 재벌)들은 갈수록 서방의 자산 동결에 분해하며 자신들의 재산을 두바이와 베트남, 태국 등으로 옮기고 있다".
Meet The 'Poor Italian Architect' Who Designed 'Putin's Palace'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의혹이 제기된 러시아 흑해 연안의 고급 리조트 시설 설계를 맡아 '푸틴의 건축가'로도 불리는 이탈리아 출신 건축가 란프랑코 치릴로(63)가 영국 일간 더타임스의 취재에 응했다.

13일(현지시간) 이 매체에 따르면 치릴로는 모스크바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올리가르히들은 처음에는 걱정했지만, 전쟁이 발발하고서 1년가량 지나면서 상황이 변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서방이 스스로 선택된 집단으로 생각하지만, 세상은 넓다고 말한다"며 "아랍은 러시아에 가깝다.

두바이에는 이제 러시아어 사용자가 100만 명으로, 인구의 10%를 차지한다"고 전했다.

또 올리가르히들은 이제 파리나 런던에서 쇼핑하지 않고 몰디브나 태국에 투자하며 베트남에서도 스파나 5성급 호텔 투자에 돈을 쓰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탈리아 출신의 치릴로는 20년 이상 러시아에서 살면서 44명의 올리가르히를 위해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을 '이탈리아 스타일의 대사'로 표현하는 그는 많은 올리가르히에게 이탈리아 와인을 보급해왔으며 흑해 주변 포도밭에서 이탈리아 포도를 심어 한해 60만 병의 포도주를 생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그는 '푸틴의 아방궁'으로 지목된 흑해 연안의 대규모 리조트를 설계했다.

이 리조트는 지하 아이스하키장, 포도밭, 헬리콥터 착륙장 등을 갖추고 있다.

"러 올리가르히 재산 은닉처는 이제 두바이·베트남·태국"
이 시설은 구속 중인 러시아 야권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이끄는 '반부패재단'에 의해 '푸틴의 궁전'으로 지칭되며 탐사 보도물 형식의 영상으로 유튜브에 공개되기도 했다.

크렘린궁은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치릴로는 "그 시설은 리조트이지 집이 아니다"라며 "푸틴과 그 프로젝트를 논의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쟁후 러시아 생활과 관련해서는 TV나 신문을 접하지 않으면 전쟁 전과 차이를 알 수 없다며 "(러시아에 있던) 이탈리아 기업의 93%는 아직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또 "분열시켜 지배하려 하는 서방측의 목적을 알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절대로 푸틴 대통령과 함께하고 있다"고 친 푸틴 성향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현재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탈세 등 혐의로 조사를 받는 처지다.

이에 대한 재판이 이달 중 열릴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치릴로는 "이탈리아가 아직 러시아에 범죄인 인도 요청서를 보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은 이탈리아에서 사업을 하지 않음에도 이를 증명하고자 이탈리아 당국이 8만5천건의 감청을 하고 심지어는 3천만유로(약 410억원)의 탈세 혐의를 얘기하면서 1억4천100만유로의 재산을 압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가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친구라면 그들이 나를 감옥에 잡아넣으려 하겠느냐"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