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 이끈 민중이 가장 위대"…영웅·독재자 나폴레옹 조명
프랑스 역사 '20년 수학' 열정…"역사의 가치만은 알았으면"
[대학人] ⑤ 프랑스 혁명을 사랑한 역사학자 김대보 교수
[※ 편집자 주 =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지방 대학들은 존폐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대학들은 학과 통폐합, 산학협력, 연구 특성화 등으로 위기에 맞서고 있습니다.

위기 속에서도 지방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대학 구성원들을 캠퍼스에서 종종 만나곤 합니다.

연합뉴스는 도내 대학들과 함께 훌륭한 연구와 성과를 보여준 교수와 연구자 또 학생들을 매주 한 차례씩 소개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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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평범한 민중이 가장 위대합니다.

"
원광대학교 역사문화학부 김대보 교수는 14일 프랑스 혁명 중 가장 동경하는 인물로 혁명가가 아닌 '민중'을 꼽았다.

민중은 스스로 군대를 조직해 전장으로 나가고 과감하게 선봉에 서서 개혁을 끌어낸 힘 그 자체였다.

김 교수는 "프랑스 혁명은 혁명가들만의 업적이 아니다"며 "민중은 누군가의 뒤에 숨지 않고 기꺼이 총칼을 들고나와 스스로 힘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2021년 tvN 예능 '벌거벗은 세계사'에 출연해 프랑스 혁명사를 알기 쉽게 소개했다.

18세기 장대한 역사 중 전쟁 영웅의 모습 뒤에 가려진 독재자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프랑스를 구해 국민 영웅이 된 나폴레옹이 언론 통제를 통해 이미지 메이킹을 하며 권력을 좌지우지했던 공과를 모두 조명했다.

김 교수는 역사 자료가 있는 곳이라면 프랑스 시골 마을의 문서고까지 찾아다닌 '열정 역사학자'다.

사실 그가 프랑스 혁명에 관심을 둔 이유는 대단하지 않다.

석사 과정에 들어갈 즈음 '자료 찾기가 쉬운 18세기 프랑스를 연구해보라'는 지도교수의 말이 전부였다.

미국 출신의 역사가인 로버트 단턴의 단행본 '책과 혁명'은 프랑스 혁명에 몰두하기에 충분했다.

역사책은 보통 익히 알고 있는 사건을 시대순으로 나열하는 따분함이 있는데, 책과 혁명은 몰랐던 것들을 알려줬다.

프랑스 사상가 루소의 사회계약론보다 더 많이 읽힌 금서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정식 경로로 유통된 책보다 어둠의 경로로 팔린 해적판이 실제 당대의 시민에게 큰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우리나라 유신정권 시절의 금지곡인 양희은의 '아침이슬'이 큰 사랑을 받았던 것처럼.
김 교수는 내친김에 2010년 3월 프랑스로 가 2018년 1월까지 파리1대학에서 어학연수를 했다.

지방의 문서보관소에서 수서본(手書本)을 읽고 프랑스 혁명 직전과 초의 지방 사회를 연구했다.

[대학人] ⑤ 프랑스 혁명을 사랑한 역사학자 김대보 교수
김 교수는 그렇게 프랑스 혁명사를 탐닉하다가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원광대학교 강단에 서면서 프랑스 역사를 알기 쉽게 소개하기 위해 '네이버 프리미엄 채널'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혁명의 역사, 바스티유, 왕정의 몰락 등을 주제로 5∼9분이면 읽을 수 있는 글을 18편 업로드했다.

유료인 다른 프리미엄 채널과 달리 올해 4월까지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다고 한다.

프랑스 역사를 20년 넘게 공부한 김 교수는 요즘 쏟아지는 '잘못된 정보'에 민감하다.

얼마 전 TV를 틀었는데,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유명 강사의 프랑스 역사 강의에 놀랐다고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틀린 정보였다.

김 교수는 "문헌으로 공부한 나로서는 블로그, 지식 검색 등 출처를 알 수 없는 곳에서 퍼온 정보들이 불편하다"며 "압축해 기술해놓은 역사를 마음대로 가지치기해서 퍼트리면 선후 관계가 뒤얽히고 역사 인식이 흩어진다"고 강조했다.

대학의 학생들에게도 역사의 가치만은 알아달라고 부탁한다.

그는 "학생들의 관심사는 오직 취업이고, 안타깝게도 역사는 그들의 취업에 당장 도움이 되지 않아 배척된다"며 "나중에라도 꼭 인문학에 관심을 두고 역사의 가치를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그러면서 "역사는 사람의 관계를 이해하는 학문"이라며 "관계를 이해하면 사회와 집단을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역사학을 통해서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첨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