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자신 있는 클럽으로 드라이버를 꼽은 김민선7이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이솔 기자
가장 자신 있는 클럽으로 드라이버를 꼽은 김민선7이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이솔 기자
2015년에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스타들이 쏟아졌다. 1995년생 동갑내기 고진영, 백규정, 김민선(현재 김시원으로 개명) 3명이 ‘트로이카’로 불리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도 이때였다. 이들은 이후 국내 투어에서 모두 19승을 쓸어 담으며 이름값을 높였다.

그로부터 8년. 골프 관계자들은 올 시즌 KLPGA투어에 데뷔하는 김민선(20) 황유민(20) 이지현(21)을 새로운 ‘트로이카’로 묶는다. 그중 김민선은 지난해 드림투어 상금 순위 13위를 기록해 20위까지 주어지는 시드를 확보하며 가장 먼저 KLPGA 정규투어 진출을 확정했다. 최근 만난 김민선은 “엄청난 선배들의 뒤를 이어 관심받게 돼 영광”이라며 “나도 누군가의 롤모델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선은 공교롭게도 김시원이 8년 전 트로이카를 이룰 때 썼던 개명 전 이름 김민선과 같다. 당시 김시원은 KLPGA투어 동명이인 등록명 규정에 따라 김민선5로 활약했다. 그래서 김민선이라는 이름으로 여섯 번째 협회에 등록한 ‘후배’ 김민선은 김민선6이 돼야 한다. 그런데 6이라는 숫자가 당기지 않았다. 하필이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뛰는 이정은6(27)과 겹쳤다. 이정은은 별명이 ‘핫식스’일 정도로 이름 뒤 숫자를 자신의 상징처럼 여긴다.

그래서 선택한 게 ‘김민선7’이다. 김민선은 “숫자 ‘7’을 말하면 대부분 ‘행운’ 등 좋은 이미지를 떠올리지 않나”라며 “만약 추후 LPGA투어에 진출하면 이정은 선배님과 이름 뒤 숫자가 겹치는 부분도 고려했고, 또 존경의 의미로 6을 피했다”고 설명했다.

김민선은 김시원처럼 장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장타를 주무기로 삼는다는 점도 닮았다. 키 175㎝인 김시원은 2015년(252야드), 2016년(254야드) 장타 부문에서 2년 연속 2위를 기록했다. 선배보다 2㎝가 더 큰 김민선은 드라이버로 262야드 정도를 친다. 지난해 기준으로 투어 전체 2위에 해당하는 장타다. 김민선은 “공이 멀리 나가는 게 좋아서 10살 때 처음 골프를 시작했다”며 “당시에는 40m 앞에 있는 밧줄을 넘기고 싶다는 마음으로 쳤는데 공이 목표물을 넘어갈 때마다 희열감을 느꼈다”고 했다.

김민선7의 또 다른 장점은 경기 중에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이 ‘포커페이스’일 정도다. 김민선은 “승부욕이 강해 모두 열정적으로 접근하다 보니 얼굴에 표정을 지을 여유조차 없는 것 같다”며 “그런 성격이 필드에서 좋게 발휘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데뷔 해에 우승하고 싶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라며 “(이)정은 언니의 숫자 6처럼 김민선 뒤 숫자 7도 유명하게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