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논쟁] ①'인간을 위한, 인간에 의한' 개체수 조절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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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에 끌려든 동물 길고양이뿐 아냐…인간이 정하는 '동물의 지위'
'유해동물' 한해 44만여마리 포획, 올겨울에만 587만마리 살처분 지금 한국사회에서 가장 논쟁적인 동물을 꼽으면 길고양이다.
13일 한국언론재단 빅데이터 분석시스템인 '빅카인즈'로 전국일간지와 방송사 기사 가운데 '길고양이'나 '들고양이' 혹은 '유기묘'가 들어간 기사를 검색해보니 1990년부터 현재까지 약 5천800건에 달한다.
길고양이 기사 1천건을 분석했을 때 주어인 '고양이들'과 단위인 '마리' 등을 빼고 가장 많이 나온 키워드는 '중성화', '급식소', '캣맘'(사람들·주민들), '개체수', '생태계' 등이었다.
길고양이를 두고 '먹이 주기'와 '개체 수 조절'을 중심으로 논란이 이어져 왔음을 방증한다.
그간 한국 사회에서 동물이 논란의 중심에 서거나 '사회문제'로 여겨지는 일이 드물진 않았다.
길고양이 외에도 들개, 멧돼지, 도롱뇽, 산양, 곰, 금개구리, 검은머리물떼새 등 논란과 문제의 '당사자'였거나 지금도 당사자인 동물은 수없이 많다.
물론 동물들이 제 발로 논란과 문제의 중심에 들어온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산양은 인간이 산양 서식지인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놓으려고 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끌려들어 온 상황이다.
법원에서 인정받지 못했지만, 산양은 케이블카 설치를 막으려는 소송에 원고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산양은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으로 보호 대상이지만 케이블카를 원하는 주민에겐 '애물단지'일 수 있다.
이처럼 동물의 '지위'는 인간에 의해 정해진다.
길이나 야생에 사는 고양이도 법적으로 지위가 2개이다.
'도심지나 주택가에서 자연적으로 번식해 스스로 살아가는 고양이'는 길고양이로 동물보호법에 따라 서식지에서 살아가도록 보호받는다.
그러나 고양이가 국립공원 등에서 '야생동물과 알·새끼·집에 피해를 주는 경우'엔 야생생물법상 들고양이로서 '포획 등의 조처' 대상이 된다.
길고양이와 들고양이는 담당 부처도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로 다르다.
사실 인간은 '피해를 준다'라고 판단한 동물을 '유해하다'라고 규정하고 '포획 등의 조처'를 서슴없이 해왔다.
환경부는 인가 주변에 출현해 인명이나 가축에 위해를 가하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멧돼지와 맹수류, 분묘를 훼손하는 멧돼지, 장기간 무리를 지어 농작물이나 과수에 피해를 주는 참새·까치·어치·직박구리·까마귀·갈까마귀·떼까마귀, 전력시설에 피해를 주는 까치, 일부 지역에 서식밀도가 너무 높아 농업·임업·수산업에 피해를 주는 꿩·멧비둘기·고라니·멧돼지·청설모·두더지·쥐류·오리류 등을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하고 포획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포획된 유해야생동물은 재작년 한해 44만2천868마리에 달했다.
고라니가 16만2천272마리로 가장 많이 잡혔고 이어 까치(15만1천405마리)와 멧돼지(6만5천572마리), 오리류(6천243마리), 꿩(4천450마리) 순이었다.
조류인플루엔자(AI)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전염병 방역을 위해 살처분되는 경우를 포함하면 인간의 처분으로 목숨을 잃는 동물은 기하급수로 는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겨울(작년 10월 17일부터 올해 1월 11일까지) AI 방역을 위해 살처분된 가금류는 587만1천여마리다.
이전 겨울(2021년 11월 8일부터 2022년 4월 7일까지) 살처분 가금류는 730만7천여마리다.
ASF와 관련해선 2019년부터 작년 9월까지 돼지 40만8천540마리가 살처분됐다.
AI나 ASF 모두 살처분이 현재 사실상 유일한 효과적인 방역법이긴 하다.
ASF는 아직 백신이 없고 AI는 백신을 만들 수는 있으나 이론적으로 아형이 144종에 달하는 등 바이러스 종류가 다양해 접종 실효성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AI의 경우 인수공통감염병으로 백신 접종 시 바이러스 변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커져 인간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점도 백신이 방역법에서 제외되는 이유다.
다만 살처분이 불가피하더라도 일정 범위 내 가축을 모두 죽이는 현재 방식은 지나치게 잔혹하고 인간 관점에서 효율만 따진 것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특히 '예방적 살처분'을 두고 이런 비판이 거센데 지난겨울 살처분 가금류 30%(232만3천마리), 2019~2022년 9월 살처분 돼지 84%(34만3천136마리)가 예방적 살처분을 당했다.
인간이 '포획 후 중성화한 뒤 서식지로 돌려보내는 방식'(TNR)으로 개체 수를 조절하는 길고양이는 그래도 살처분은 피했다는 점에선 인간한테 좀 나은 대우를 받는다고 볼 수도 있다.
같이 도심에 사는 비둘기와 비교하면 길고양이 처지가 확실히 낫다.
일각에서는 길고양이와 비둘기를 달리 처우하는 것을 두고 '동물의 외모에 기반한 종 차별주의'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서식 밀도가 지나치게 높아 분변이나 털로 건물 등 재산이나 생활에 피해를 주는 집비둘기는 2009년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됐다.
환경부 '유해 집비둘기 관리업무처리 지침'에 따라 먹이를 줘선 안 되고 포획할 수도 있다.
작년부턴 민물가마우지가 개체 수 조절 대상이 됐다.
철새인데 '텃새화'해 물고기를 먹어 치워 어족자원을 훼손하고 분변으로 나무에 백화현상을 일으킨다는 이유에서다.
일단은 민물가마우지가 둥지를 재활용하지 못하도록 빈 둥지를 제거하는 등 '비살생적 방식 개체 수 조절'만 이뤄지고 있지만, 환경부는 작년 7월 관련 지침을 발표하면서 "필요한 경우 포획 등 적극적 방법도 검토하겠다"라고 여지를 남겼다.
집비둘기와 민물가마우지 모두 인간 탓에 개체 수가 급증했다.
집비둘기는 1950년대 집단사육으로 개체가 늘기 시작해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식과 1993·1998년 대통령 취임식 등 대형 행사 때 '평화의 상징'으로 수천 마리씩 날려 보내지며 급증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민물가마우지는 원래 철새인데 온난화로 겨울이 따뜻해지자 국내에 눌러앉아 버려서 인간에게 골칫거리가 됐다.
최근 한 탐조 유튜버가 올린 영상으로 온라인상에서 '길고양이 편'과 '새 편'으로 나뉜 격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고양이와 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지만 모든 문제의 원흉이 인간이라는 점에서 '양자택일'이 아닌 '공존의 해법'을 찾을 책임이 있다.
/연합뉴스
'유해동물' 한해 44만여마리 포획, 올겨울에만 587만마리 살처분 지금 한국사회에서 가장 논쟁적인 동물을 꼽으면 길고양이다.
13일 한국언론재단 빅데이터 분석시스템인 '빅카인즈'로 전국일간지와 방송사 기사 가운데 '길고양이'나 '들고양이' 혹은 '유기묘'가 들어간 기사를 검색해보니 1990년부터 현재까지 약 5천800건에 달한다.
길고양이 기사 1천건을 분석했을 때 주어인 '고양이들'과 단위인 '마리' 등을 빼고 가장 많이 나온 키워드는 '중성화', '급식소', '캣맘'(사람들·주민들), '개체수', '생태계' 등이었다.
길고양이를 두고 '먹이 주기'와 '개체 수 조절'을 중심으로 논란이 이어져 왔음을 방증한다.
그간 한국 사회에서 동물이 논란의 중심에 서거나 '사회문제'로 여겨지는 일이 드물진 않았다.
길고양이 외에도 들개, 멧돼지, 도롱뇽, 산양, 곰, 금개구리, 검은머리물떼새 등 논란과 문제의 '당사자'였거나 지금도 당사자인 동물은 수없이 많다.
물론 동물들이 제 발로 논란과 문제의 중심에 들어온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산양은 인간이 산양 서식지인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놓으려고 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끌려들어 온 상황이다.
법원에서 인정받지 못했지만, 산양은 케이블카 설치를 막으려는 소송에 원고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산양은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으로 보호 대상이지만 케이블카를 원하는 주민에겐 '애물단지'일 수 있다.
이처럼 동물의 '지위'는 인간에 의해 정해진다.
길이나 야생에 사는 고양이도 법적으로 지위가 2개이다.
'도심지나 주택가에서 자연적으로 번식해 스스로 살아가는 고양이'는 길고양이로 동물보호법에 따라 서식지에서 살아가도록 보호받는다.
그러나 고양이가 국립공원 등에서 '야생동물과 알·새끼·집에 피해를 주는 경우'엔 야생생물법상 들고양이로서 '포획 등의 조처' 대상이 된다.
길고양이와 들고양이는 담당 부처도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로 다르다.
사실 인간은 '피해를 준다'라고 판단한 동물을 '유해하다'라고 규정하고 '포획 등의 조처'를 서슴없이 해왔다.
환경부는 인가 주변에 출현해 인명이나 가축에 위해를 가하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멧돼지와 맹수류, 분묘를 훼손하는 멧돼지, 장기간 무리를 지어 농작물이나 과수에 피해를 주는 참새·까치·어치·직박구리·까마귀·갈까마귀·떼까마귀, 전력시설에 피해를 주는 까치, 일부 지역에 서식밀도가 너무 높아 농업·임업·수산업에 피해를 주는 꿩·멧비둘기·고라니·멧돼지·청설모·두더지·쥐류·오리류 등을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하고 포획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포획된 유해야생동물은 재작년 한해 44만2천868마리에 달했다.
고라니가 16만2천272마리로 가장 많이 잡혔고 이어 까치(15만1천405마리)와 멧돼지(6만5천572마리), 오리류(6천243마리), 꿩(4천450마리) 순이었다.
조류인플루엔자(AI)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전염병 방역을 위해 살처분되는 경우를 포함하면 인간의 처분으로 목숨을 잃는 동물은 기하급수로 는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겨울(작년 10월 17일부터 올해 1월 11일까지) AI 방역을 위해 살처분된 가금류는 587만1천여마리다.
이전 겨울(2021년 11월 8일부터 2022년 4월 7일까지) 살처분 가금류는 730만7천여마리다.
ASF와 관련해선 2019년부터 작년 9월까지 돼지 40만8천540마리가 살처분됐다.
AI나 ASF 모두 살처분이 현재 사실상 유일한 효과적인 방역법이긴 하다.
ASF는 아직 백신이 없고 AI는 백신을 만들 수는 있으나 이론적으로 아형이 144종에 달하는 등 바이러스 종류가 다양해 접종 실효성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AI의 경우 인수공통감염병으로 백신 접종 시 바이러스 변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커져 인간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점도 백신이 방역법에서 제외되는 이유다.
다만 살처분이 불가피하더라도 일정 범위 내 가축을 모두 죽이는 현재 방식은 지나치게 잔혹하고 인간 관점에서 효율만 따진 것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특히 '예방적 살처분'을 두고 이런 비판이 거센데 지난겨울 살처분 가금류 30%(232만3천마리), 2019~2022년 9월 살처분 돼지 84%(34만3천136마리)가 예방적 살처분을 당했다.
인간이 '포획 후 중성화한 뒤 서식지로 돌려보내는 방식'(TNR)으로 개체 수를 조절하는 길고양이는 그래도 살처분은 피했다는 점에선 인간한테 좀 나은 대우를 받는다고 볼 수도 있다.
같이 도심에 사는 비둘기와 비교하면 길고양이 처지가 확실히 낫다.
일각에서는 길고양이와 비둘기를 달리 처우하는 것을 두고 '동물의 외모에 기반한 종 차별주의'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서식 밀도가 지나치게 높아 분변이나 털로 건물 등 재산이나 생활에 피해를 주는 집비둘기는 2009년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됐다.
환경부 '유해 집비둘기 관리업무처리 지침'에 따라 먹이를 줘선 안 되고 포획할 수도 있다.
작년부턴 민물가마우지가 개체 수 조절 대상이 됐다.
철새인데 '텃새화'해 물고기를 먹어 치워 어족자원을 훼손하고 분변으로 나무에 백화현상을 일으킨다는 이유에서다.
일단은 민물가마우지가 둥지를 재활용하지 못하도록 빈 둥지를 제거하는 등 '비살생적 방식 개체 수 조절'만 이뤄지고 있지만, 환경부는 작년 7월 관련 지침을 발표하면서 "필요한 경우 포획 등 적극적 방법도 검토하겠다"라고 여지를 남겼다.
집비둘기와 민물가마우지 모두 인간 탓에 개체 수가 급증했다.
집비둘기는 1950년대 집단사육으로 개체가 늘기 시작해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식과 1993·1998년 대통령 취임식 등 대형 행사 때 '평화의 상징'으로 수천 마리씩 날려 보내지며 급증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민물가마우지는 원래 철새인데 온난화로 겨울이 따뜻해지자 국내에 눌러앉아 버려서 인간에게 골칫거리가 됐다.
최근 한 탐조 유튜버가 올린 영상으로 온라인상에서 '길고양이 편'과 '새 편'으로 나뉜 격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고양이와 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지만 모든 문제의 원흉이 인간이라는 점에서 '양자택일'이 아닌 '공존의 해법'을 찾을 책임이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