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주요 시장금리가 일제히 기준금리를 밑도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1년 반 동안 이어진 긴축적 통화정책의 ‘약발’이 다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과 시장의 괴리가 커지면서 통화정책 신뢰도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채권시장 벤치마크(지표)인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10일 연 3.398%에 거래를 마쳤다.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달 13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3.5%로 올린 뒤 한 달째 기준금리를 밑돌고 있다.

은행이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91일물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도 지난 3일 이후 6거래일째 기준금리를 밑돌았다. 10일 종가는 연 3.47%였다.

기준금리는 한은이 금융회사에 7일물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각할 때 적용하는 금리다. 채권은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높아야 정상인데 시장에서 정반대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금융사끼리 급전을 빌릴 때 적용하는 1일물 콜금리도 1월 금통위 후 이달 7일을 제외하고는 기준금리 아래에서 움직이고 있다. 한때 연 3.27%까지 떨어졌다.

기준금리와 시장금리가 일시적으로 역전되는 경우가 있지만 이번에는 역전 기간이 길어지는 데다 격차도 크다. 3일에는 3년 만기 국채 금리(연 3.110%)와 기준금리의 차이가 0.39%포인트로 벌어졌다. 기준금리와 3년 만기 국채 금리의 격차가 이보다 더 큰 폭으로 역전된 것은 기준금리 정책을 도입한 2008년 3월 이후 한 차례(2019년 8월 16~20일)뿐이다. CD 금리가 기준금리 아래에서 움직이는 것도 기준금리 정책을 도입한 이후 역대 두번째로, 금리인상기에는 처음이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경기 침체를 예상하며 기준금리가 더 이상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 기대가 반영된 것”이라며 “시장에서 낮은 금리가 형성되면 총수요를 억제하려는 금리 인상 효과도 반감된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