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소멸 대비 장기체류 '워케이션' 유치로 관계인구 늘리기 시동
[현장in] 부산 인구 1명 빠져나가면 관광객 몇 명이 더 와야할까?
부산 인구 1명이 유출됐을 때 지역 경제가 그대로 유지되려면 몇 명의 관광객이 필요할까?
답은 숙박 여행객 31명이다.

12일 연합뉴스가 한국관광공사에 의뢰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부산시민 연간 총 소비액은 61조 원이고 이를 인구수(335만명)로 나누면 1인당 평균 소비액은 1천823만원이다.

소비액 중 37.03%을 지역 내에서 쓰고 있어 1인당 지역 소비액은 675만원 정도다.

만약 인구 1명이 유출되면 연간 675만원 만큼 지역 소비액이 줄어든다고 해석할 수 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여행조사' 자료를 보면 부산을 방문한 숙박 여행객은 하루 평균 21만5천원을 썼다.

당일치기 여행객들은 하루 7만 6천을 소비했다.

유출된 주민 1명이 지역에서 사용한 소비액을 메우려면 숙박관광객만으로는 31명이 필요하고, 당일치기 여행객으로는 89명이 필요한 셈이다.

보통 당일치기 여행객이 54.75%, 숙박 여행객이 45.25%의 비율을 보이기 때문에 숙박 여행객 14명, 당일 여행객 49명의 조합이 주민 1명을 대체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숙박 여행객은 1박을 하는 사람이 기준으로 계산된 것이어서 장기 여행자의 경우 경제적 효과는 더 크다.

[현장in] 부산 인구 1명 빠져나가면 관광객 몇 명이 더 와야할까?
최근 인구 소멸 위기 지자체들은 이들 방문자의 경제효과에 주목한다.

일본에서 이들을 '관계 인구' 등으로 정의하며 인구소멸의 대안으로 내세우자 국내 지자체들도 관계 인구 유치에 열을 올리고 나섰다.

전국 대도시 중 가장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부산시도 관계 인구를 늘리기 위해 '워케이션' 유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워케이션'은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로, 최근 IT기업들을 중심으로 떠오르는 새로운 근무 형태다.

휴양지에서 근무도 하고 여가도 즐기면서 삶과 업무의 균형을 잡는 기업 복지 제도 중 하나다.

시는 워케이션을 유치하기 위해 지난 7일 부산항이 발아래로 펼쳐지는 동구 아스티 호텔 24층 꼭대기 층에 '부산워케이션 거점센터'를 만들어 개소했다.

지역 호텔 등과 연계해 부산을 찾는 기업 직원들이 호텔에서 숙박하고, 워케이션 거점센터로 출근해 일을 할 수 있는 일종의 공유 사무실을 지자체가 나서서 조성한 것이다.

거점센터는 1인 업무에 초점을 맞춘 몰입형 좌석과 회의형 좌석으로 구성한 50인 규모의 업무공간과 독립된 전화부스, 화상회의 회의실, 참가자가 서로 교류하는 이벤트 라운지 등 다양한 공간으로 구성됐다.

시는 이곳 외에도 영도구 2곳, 금정구 1곳에 사무공간인 위성센터를 만들었으며, 연내 최대 10곳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시는 부산에서 5일 이상 머무르며 기업들이 워케이션을 할 경우 1인당 5만의 체류비도 지원하기로 했다.

이미 구글코리아 등 IT기업 4곳이 참가 의사를 밝혀 다음 달부터 워케이션 인구 유입이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시는 최근 워케이션을 고민하는 25개 기업의 인사담당자들도 초대해 1박 2일간의 팸투어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 전역에 파트너 센터를 구축해 업무공간 지원은 물론 숙박과 다양한 관광콘텐츠를 제공할 예정"이라면서 "부산 생활인구 증가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와 장기적으로는 역외기업 유치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관광공사 임혜미 책임연구원은 "제주, 부산, 강릉을 중심으로 워케이션이 시작되고 있다"면서 "워케이션 기업의 직원들이 주말이면 가족을 초청해 여행할 수도 있고, 워케이션을 하며 경험했던 지역에 대한 좋은 인상들이 결국 이주로도 이어질 수 있어 확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