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아동 절반 "교육기관 안 다녀"…외부 노출 안되는 아동 더 위험
전문가 "대응보단 예방 중심 정책·제도 필요…인프라 확충해야"
반복되는 아동학대 사망 한해 평균 38명…전문기관·인력 역부족
최근 홀로 방치돼 숨진 두 살배기와 멍투성이로 세상을 뜬 12세 아동 사건은 사각지대에서 끊이지 않는 아동학대의 비극을 여실히 보여준다.

아동학대 사망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사회적 관심이 쏠리고 대책 마련 논의도 이어지지만, 관련 인프라 확충을 비롯한 실질적인 예방 대책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보건복지부의 '아동학대 주요 통계'에 따르면 학대로 인해 사망한 아동은 2017년 38명, 2018년 28명, 2019년 42명, 2020년 43명, 2021년 40명으로, 연평균 38명꼴이다.

2021년 기준으로 학대로 사망한 아동은 전체 아동학대 피해아동 중 0.15% 수준이다.

남아가 17명(42.5%), 여아가 23명(57.5%)이었다.

연령대로 보면 아동학대 사망 아동 중 0세부터 만 3세까지 영유아가 26명으로, 65.0%를 차지했다.

사망 아동 중 교육기관을 다니지 않은 경우가 19명(47.5%)으로 절반에 육박했다.

최근 인천에서 친부와 계모의 학대 끝에 숨진 12세 아동도 등교하지 않고 홈스쿨링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사례 학대 행위자는 친부모인 경우가 37명(68.5%)으로 가장 많았다.

친인척은 5명(9.3%)이었다.

대리양육자인 경우는 4명(7.4%)이었는데 이중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인 보육 교직원도 2명이 있었다.

아동학대 의심 사례는 2017년 3만923건에서 2021년 5만2천83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아동학대에 대한 신고가 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아동학대처벌법상 신고 의무자는 교사, 의료인,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등 아동을 자주 접하거나 학대 징후를 발견할 가능성이 높은 25개 직군이다.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아동학대 사건으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신고 자체는 늘고 있으나, 이것이 사망 아동 감소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반복되는 아동학대 사망 한해 평균 38명…전문기관·인력 역부족
전문가들은 신고에만 기대서는 학대 아동을 찾아내기는 한계가 있고 사후 대응에 그칠 수밖에 없다며, 선제적으로 학대를 막기 위해서는 '찾아가는' 지원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류경희 아동권리보장원 아동학대예방본부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가정 내에만 있어 외부 노출이 어려운 영유아들이 사망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는데 결국 예방과 조기 발견이 관건"이라며 "외부에서 아이가 잘 크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한 임산부·영유아 대상 생애 초기 가정 방문 사업을 예시로 언급하며 "이런 유사 사업을 아동학대 예방과 연계해 지역 보건소, 사회복지사나 아동학대 전문 인력이 동행해 양육과 관련한 전반적인 상황을 확인하도록 하는 제도가 전국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학대 징후 신고를 받고 공권력이 해당 가정을 방문하려 하면 가정 측의 거부감이 있고 학대가 확인되지 않으면 방문이 무위에 그칠 수 있다.

그러나 학대 확인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다수의 일반 가정을 대상으로 건강·발육부터 부모의 양육 태도까지 두루 살펴보는 국가 차원의 방문 모델을 도입하면 자연스럽게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류 본부장의 지적이다.

복지부는 아동학대 후유증 회복과 재학대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방문형 가정회복 프로그램 시범사업'을 지난해부터 27개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함께 실시하고 있다.

다만 이 사업도 사후 처방이고 현재 시범 사업 단계라 전국으로 확대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이나 아동보호 전문기관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도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은 852명, 아동보호전문기관은 85개소, 학대피해아동쉼터는 115개소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7월 "아동학대 사건 발생 현황에 비해 전담 공무원 인력이 부족해 실효적인 예방·구제에 한계가 있고 아동복지시설의 학대 아동 보호도 미흡하다"며 복지부와 지자체에 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류 본부장은 "공공과 민간의 아동학대 전담 인력이 업무 과중과 낮은 처우로 근속 기간이 짧아 전문성이 쌓이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절대적으로 인력과 인프라가 확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복되는 아동학대 사망 한해 평균 38명…전문기관·인력 역부족
정부는 '전방위 아동학대 예방 시스템 구축'이라는 국정과제 하에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올해 10월부터 피해 아동에 대한 치료·상담과 그 가정의 기능 회복까지 돕는 역할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사례관리 전담 기관으로 전환한다.

현재 85개소인 아동보호전문기관은 2025년 120개소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또한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도 교육과 전문직위 지정 등을 통해 전문성을 높이고 장기근속을 유도할 방침이다.

시범사업으로 지난해 도입했던 광역 단위 아동학대 전담의료기관은 올해부터 전국으로 확대해 아동학대 대응체계에서 의료기관의 역할을 강화한다.

예방·조기발견, 사후대응 등에 대한 정책뿐만 아니라 자녀 양육 및 학대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교육도 제도화돼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류 본부장은 "아이의 언행을 문제라고 보고 고쳐주겠다는 목적의 훈육이 학대로 발전하곤 한다"며 "부모 교육이나 어릴 때부터 교과 과정을 통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