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닷새째인 10일 사망자가 2만 명을 넘어섰다. 강추위에 식량·식수난까지 겹치면서 희생자가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CNN방송에 따르면 이날까지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2만1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튀르키예에서 1만8000여명, 시리아에서 30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 20년 동안 전 세계에서 일어난 지진 가운데 여섯 번째로 많은 사망자가 나왔다.

'생존의 골든타임'인 72시간이 지나면서 사망자는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옷가지를 제대로 챙겨나지 못한 채 추위에 떨고 있는 생존자들은 생수와 식량, 연료 부족 등으로 '2차 위기'에 처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는 규모 7.8의 이번 대지진으로 10만 명 이상이 사망할 것으로 보인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틀 전에 내놓은 추정치 보다 10%포인트 높아졌다. 튀르키예의 경제적 손실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6%에서 10%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현지의 열악한 인프라가 구조 작업을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차량 부족, 황폐화된 도로 등 수많은 물류 장애로 인해 10만 명 이상의 구조대원들의 작업이 방해를 받고 있다고 BBC방송이 보도했다. 시리아 반군 측 구조대인 '하얀 헬멧'은 "잔해 속에 갇힌 사람들을 구조하기 위해 90시간 이상 쉬지 않고 일하고 있다"면서 "생존자를 찾는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고 했다.

국제사회의 지원은 계속되고 있다. 전날에는 긴급 구호품을 실은 첫 번째 유엔 호송차량이 튀르키예를 거쳐 시리아 반군 점령지에 도착했다. 세계은행(WB)은 같은 날 대지진 피해 구호와 복구를 위해 튀르키예에 17억8000만달러(약 2조2500억원)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대지진이 오는 5월 대선을 앞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을 가를 시험대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003년 총리가 된 에르도안 대통령은 2014년 대통령에 취임해 현재까지 장기 집권하고 있다. 그는 오는 5월 14일 예정된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민심은 돌아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구조 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구호품 전달도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8일 한 피해 지역을 방문해 "이렇게 큰 재난을 준비하기는 불가능하다"는 회피성 발언을 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