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장·수식어 등 세세한 변화 들어 출현의도 추측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후계 편견 불식 시도"
"김정은 개인숭배용…후계 아직 모른다" 분석도
외신 "후계자설 증폭"…김정은 딸 주애 두고 갑론을박
외신이 북한 지도자 김정은의 딸 주애가 지난 8일 군사 퍼레이드 등에 잇따라 출현한 것과 관련, 전문가들을 인용해 후계설을 연일 조명하고 나섰다.

영국 BBC방송 등은 9일(현지시간) 김주애가 '괴물 미사일'이 등장한 퍼레이드에 아버지 김정은, 어머니 리설주와 함께 군사지도자들에 앞서 행진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방송은 지난해 11월 김주애가 김정은과 함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장면을 참관한 이후 3개월도 채 안 된 사이 5번째 공개석상에 나섰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도 열병식 전날 밤 최고위 군사지도자들의 연회에도 김주애가 김정은과 리설주 사이 중앙에 자리하면서 사진을 찍은 모습을 거론했다.

또 김주애에 대한 북한 매체의 호칭이 앞서 '사랑하는'에서 '존경하는'으로 변화한 점도 외신의 관심을 끌었다.

'존경하는'은 김정은 등 북한 최고지도자를 수식하는 형용사다.

BBC방송은 김주애의 옷차림이 지난해 11월 재킷에서 이번에는 정장 차림으로 변화한 점도 주목하면서 "김정은의 둘째 자녀로 알려진 주애의 후계설이 증폭하고 있다"고 전했다.

방송은 김정은이 39세의 나이에 10세로 추정되는 주애를 후계로 미리 내세우는 듯한 것과 관련,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이 죽기 1년 전 후계자로 공식화돼 이후 권력 기반을 다지는 길이 험난했기 때문에 딸에게는 '더 쉬운 길'을 제공하려는 것일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어 김정은 자신의 건강 문제를 고려하고 뿌리 깊은 가부장적 사회인 북한에서 여성을 후계로 내세우는 데 대한 편견을 불식하기 위해서일 수 있다고 방송은 분석했다.

외신 "후계자설 증폭"…김정은 딸 주애 두고 갑론을박
NK뉴스의 분석가인 제임스 프레트웰은 방송에 "북한은 남성 지배 사회이지만 김씨 일가가 지배하는 사회이기도 하다"면서 4대째 신성한 '백두혈통'을 내세워 후계 작업을 하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방송은 다만 김주애의 후계 지위가 아직 보장된 것은 아니라면서 그가 앞으로 더 공개석상에 나타날수록 가능성도 더 커지리라 전망했다.

로이터통신은 김주애의 출현과 관련, 김정은이 딸을 애지중지해서일 수도 있지만, 후계 리더십 훈련 차원이거나 최소한 후계자 가능성을 띄우기 위해서라는 메이슨 리치 한국외대 교수의 견해를 소개했다.

레이철 민영 리 스팀슨센터 연구원은 김주애가 후계자가 준비되고 있다고 결론 내리기는 아직 이르지만, 그를 퍼레이드에 등장시킨 것은 북한 주민들에게 미래 세대의 안보를 위한 핵무기 지속 개발의 중요성을 부각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경제난 속에도 국방에 투자를 계속하는 데 있어 지도자의 어린 딸이 메시지 전달자로 적절하다는 것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온라인매체 바이스에 북한 지도자의 딸이 군 지휘부에 둘러싸여 사진을 찍은 것은 처음이라면서 김주애 후계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북핵 프로그램을 다루는 에드워드 하웰 연구원은 그러나 김주애가 아직 어리다면서 후계자 내정을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주애가 연회에서 사진을 찍은 것도 북한의 경제난 속에서 부모 같은 리더십을 부각하려는 김정은의 개인숭배와 관련이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WP)도 김주애가 그동안 공개석상에 출연한 것이 모두 주요한 군사 이벤트였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그가 북한 정권의 4대 후계자로 키워지고 있는지에 대한 관측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8일 최근 김주애가 공개석상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면서 김주애 후계설의 증폭을 소개했다.

CNN도 북한이 연회에 이어 다음날 열병식까지 김주애를 띄우고 있다며 이는 김정은이 딸을 후계자로 키우고 있을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