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문화재 안전하게 보존되길"…10일 밤새 조명 환희 밝혀
이상한 움직임 포착하자 '삑'…"숭례문의 24시간 지킵니다"
"삐비빅, 삐비빅!"
지난 8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숭례문(崇禮門). 저마다 업무를 보던 중 갑자기 상황실에서 알림음이 울리고 폐쇄회로(CC)TV 모니터 화면이 켜졌다.

평소 사람들이 잘 오가지 않는 성벽 아랫부분에 '침입자'가 있다는 알림이었다.

30여 개 CCTV 화면과 주변 동향을 살피던 김홍범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덕수궁관리소 방호팀장이 "근무자가 뭔가 확인하러 갔다"고 말하자 일순간 굳어있던 분위기가 풀리는 듯했다.

2008년 2월 10일, '그날' 이후 숭례문에서 종종 반복돼 온 일상이다.

이상한 움직임 포착하자 '삑'…"숭례문의 24시간 지킵니다"
조선 한양도성의 정문이자 현재 서울에 남아있는 목조 건물 중 가장 오래된 문. 한때는 '국보 1호'(현재 지정번호 폐지)로 불렸던 숭례문에서 화재가 발생한 지 10일로 꼭 15년이 된다.

설 연휴 마지막 날 저녁을 깨운 불은 지금도 많은 이들의 뇌리에 생생히 남아있다.

한 남성이 홧김에 저지른 불은 5시간 가까이 이어지며 화마의 위력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줬다.

누각이 무너져 내리고 나무 현판이 바닥으로 떨어진 모습을 본 국민들의 비통함과 상실감은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렇다 보니 화재를 수습하고 복원하는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도 안전 관리였다.

실제로 직접 찾은 숭례문에는 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시설이 곳곳에 갖춰져 있었다.

관리소에 따르면 문루(門樓·문 위에 세운 높은 다락)에는 상·하층 스프링클러 152개를 비롯해 소화기 32개, 불꽃 감지기 16개, 약 220m 길이의 광센서 형 감지기 등이 설치돼 있다.

이상한 움직임 포착하자 '삑'…"숭례문의 24시간 지킵니다"
숭례문 좌우에는 소방펌프가 설치돼 있어 매달 자체 소방 훈련도 한다.

또 정문과 후문에는 감시 역할을 하는 초소가 각각 설치돼 24시간 인력이 상주하고 있다.

김홍범 팀장은 "주간과 야간으로 나눠 안전요원이 배치된다"며 "야간 근무는 5명씩 한 조를 이뤄 총 2개 조(10명)를 운영하고 있으며 초소 근무, 상황실 근무, 순찰 등을 나눠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8년 화재 당시 불길이 시작됐던 문루는 현재 출입할 수 없다.

김 팀장은 "양쪽 계단을 이용해야 문루에 올라갈 수 있는데 그러려면 펜스(울타리)를 2번 넘어야 한다"며 "펜스를 넘는 즉시 CCTV 모니터에서 '침입자 발생'이란 알람이 울려 직원이 출동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매 순간 긴장의 연속이다 보니 웃지 못할 일도 종종 발생한다.

술에 취한 행인이 펜스를 넘으려다 뛰어온 직원을 보고 놀라기도 하고, 늘 비슷한 시간대에 문화재 안내판에 '볼일'을 보는 노숙자를 찾아 헤매기도 했다고 한다.

이상한 움직임 포착하자 '삑'…"숭례문의 24시간 지킵니다"
김 팀장은 "부담감도 있지만 사명감이 더 크다.

화재 이후에 뽑혀 근무하는 직원들까지 모두 '다시는 반복되어선 안 된다'는 생각만큼은 같다"며 "많은 분이 잊지 않고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시민들은 화마를 딛고 다시 선 숭례문이 오래도록 제자리를 밝혀주길 바랐다.

숭례문을 둘러보던 조광민(61) 씨는 "15년 전 불에 타던 모습이 생생한데 복원을 거쳐 이렇게 다시 볼 수 있어 좋다"며 "'국보 1호'였던 대표 문화재인 만큼 앞으로도 안전하게 잘 보존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숭례문 화재를 계기로 만들어진 '문화재 방재의 날'(매년 2월 10일)을 맞아 이날부터 숭례문 야간 경관 조명의 점등 시간을 일부 조정할 예정이다.

10일 당일에는 야간에 조명을 끄지 않고 다음 날 일출 때까지 계속 켜둘 방침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숭례문 화재 15년을 잊지 않고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취지"라며 "이달 말까지는 평소보다 1시간 늘려 밤 12시까지 불빛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상한 움직임 포착하자 '삑'…"숭례문의 24시간 지킵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