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흥행을 하고도 제작진이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논란을 부른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과 같은 사례의 재발을 막기 위한 법안을 둘러싸고 9일 국회에서 창작자와 플랫폼 사업자 등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치열한 토론이 벌어졌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이날 오후 저작권법 개정에 관한 공청회를 열어 각계 의견을 청취했다.
현행 저작권법의 '영상저작물 특례' 조항은 영상물의 저작자가 저작재산권을 양도한 경우, 특약이 없는 한 복제·배포·방송 등 모든 권리를 양도한 것으로 추정한다.
이에 따라 해당 영상물이 크게 흥행해 반복적으로 소비되더라도 창작자는 애초 맺은 계약 이상의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된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
국회에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창작자가 이용 수익에 따른 정당한 보상을 받을 권리를 규정한 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돼 있다.
법안 논의를 위해 열린 이날 공청회에서 창작자 측은 '을'의 권리를 보호하고 창작 의지를 북돋아 K-콘텐츠를 계속 활성화하려면 공정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반대로 플랫폼 사업자 측에서는 헌법상 '계약의 자유'가 침해될 소지가 있고 궁극적으로는 국내 콘텐츠 산업의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반박했다.
김병인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대표는 "과거 드라마 작가의 경우도 방송사로부터 받는 고료는 첫 방송에 관한 것이었고, 재방·삼방·사방을 하는 경우 각각 정해진 요율에 따라 보상을 받는 것이 당연한 관행이었다"며 "그런데 재방 개념이 없는 넷플릭스라는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기존의 비즈니스 관행이 완전히 파괴됐다.
시장에서 저작권을 사용한 만큼 사용료를 줘야 한다는 정신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동환 ㈜콘텐츠웨이브 정책협력팀장은 "국내 미디어 사업자들이 적자 구조로 어려운 상황인데 추가보상청구권이 도입될 경우 국내 미디어 사업자가 해외로 (창작자들에게) 지불해야 할 비용의 수준이 높아진다"며 "글로벌 OTT는 보상제도가 없는 국가의 저작권법을 준거법으로 활용해 오히려 국내 OTT가 역차별받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해외 사례와 관련해서도 노 팀장은 "보상권 제도를 도입한 국가는 세계적으로 일부에 불과하다"며 "규제가 아닌 사적 계약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유럽의회의 디지털 단일시장 저작권 지침에 따라 유럽연합 소속 27개국 모두 저작권법을 개정하고 있어 어떤 형태로든 보상권이 적용된다"며 "미국의 경우 작가 조합의 파업으로 정당 보상을 받은 지 벌써 70년이 됐고, 지난해에만 넷플릭스가 작가들에게 지급한 보상이 1천억원을 넘는다"고 반박했다.
학계에서도 엇갈린 의견을 제시했다.
이규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상 주체가) 영상물의 최종 공급자라는 표현에는 복제 등의 방식이 포함되므로 심지어 항공사, 비디오숍, PC방 등도 포함될 수 있다"며 "계약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게 받는 구조가 되기 때문에 헌법상 영업의 자유 및 재산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고 과잉금지 원칙에 반할 수 있다"고 신중론을 폈다.
반대로 이해완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적 자치 원칙은 존중돼야 하지만, 임대차나 노동계약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계약의 자유를 제한하는 사례는 많다"며 "열악한 위치의 창작자를 보호하기 위해 일정한 예외를 만드는 것은 충분히 합헌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