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혔던 시리아 구호 통로 복구…EU, 정부·반군 지역 양쪽 지원 의지

내전으로 기반시설이 크게 파괴된 상황에서 강진이 덮친 시리아 북부에 구호 손길이 미치지 못해 참혹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 지역에도 구호가 닿도록 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해외 언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튀르키예 강진] 시리아 구호 상황도 참혹…"시신 가방도 없어"
AP 통신은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 간 전투가 가장 치열했던 곳 중 하나인 북부 알레포 주민들에게도 이번 강진으로 인한 엄청난 규모의 파괴와 공포는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며 주민 고통이 배가되고 있다고 전했다.

알레포에서 전투는 2016년 정부군 승리로 끝났지만 파괴된 건물 중 보수가 되거나 새로 건설된 것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주민들은 경기 침체로 인한 식료품 가격 상승 등으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지진 재앙을 맞았다.

알레포에서만 건물 수십 채가 무너지고 360명 이상이 숨졌으며 수백 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주민들이 사흘째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생존자를 찾고 시신을 수습하고 있으나 제대로 된 지원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튀르키예 가지안테프에서 구호활동을 하는 살라흐 압둘레가셈 씨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서 동료들로부터 시리아에서는 시신 가방까지 부족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중동지부는 난방기구와 텐트, 식음료 등 생필품은 물론 시신을 수습할 가방도 부족한 상태라며 지원을 호소했다고 영국 BBC 방송은 전했다.

압둘레가셈 씨는 스카이뉴스에서는 "튀르키예에서는 조직적인 수색·구조가 이뤄지고 있으나 시리아에는 그런 게 없다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13년간 내전으로 국경지대에는 난민이 100만 명이나 되고 가장 추운 계절이라는 점이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며 "이 문제는 내일 당장 끝날 게 아니고 상당히 오래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튀르키예 강진] 시리아 구호 상황도 참혹…"시신 가방도 없어"
국제사회는 급박한 상황에 몰린 시리아 북부 주민들을 돕기 위해 나서고 있다.

유엔 관리들은 이날 튀르키예와 시리아 국경을 통해 시리아 북서부 주민 수백만 명에게 유엔 구호품을 전달하는 작업이 지진으로 중단됐으나 9일부터는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무하나드 하디 유엔 시리아 위기 인도주의 조정관은 이날 구호품 호송대가 최전방 전선을 통과해 북서부 주민들에게 갈 수 있게 하기 위한 준비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구호품 전달이 내일부터 가능해질 것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시리아 북서부 지역에 대한 국제사회 구호는 터키와 시리아를 잇는 바브 알하와 국경지대 한 곳을 통해서만 이뤄져 왔으나 지진 피해로 주변 도로가 일부 파손되면서 이 통로가 막혔다.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가운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14년 4곳의 구호 통로를 제시했으나 시리아 정부를 통한 구호를 주장하는 러시아 등의 반대에 막혀 한 곳만 가동돼 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유럽연합(EU)이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과 협력해 시리아 내 정부군 지역과 반군 지역을 모두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발라즈 우즈바리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EU가 알아사드 대통령과 일부 경제 영역에 대한 엄격한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시리아를 인도적으로 돕는다는 의지는 확고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다만, 그는 시리아 정부와 적신월사가 서방에 경제 제재 해제를 요구한데 대해서는 "시리아에 대한 식량, 의약품, 의료장비 등의 수출은 금지하지 않고 있다"며 "EU의 최우선 순위는 시리아와 튀르키예 모두에서 생명을 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