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대체율 '40% 유지' vs '50% 상향' 맞서 연금 개혁 논의 주춤
"명목 소득대체율보다 실질 소득대체율 올리는 방안 강구해야"
[이슈 In] 연금개혁 '관건' 소득대체율…우리나라 어느 정도길래?
국민연금을 지금처럼 유지할 경우 기금 소진 시점을 2년 앞당겨진 2055년으로 전망한 재정 추계결과를 토대로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개혁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노후소득 보장 수준이 연금개혁의 관건으로 떠올랐다.

기금 고갈 시점이 더 빨라진 만큼 1999년 이후 24년째 소득의 9%로 묶여 있는 보험료율을 최대 15%로 올려야 한다는데 전문가들이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소득대체율(생애 평균 소득 대비 노후 연금 수령액 비율)을 두고서는 입장이 크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연금재정의 안정을 강조하는 그룹은 그러잖아도 취약한 재정 상황을 고려해 소득대체율을 현행(40%)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반해 노후소득보장론을 펼치는 그룹은 50%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 '더 내고 그대로 받는 안' vs '더 내고 더 받는 안'
현재 국민연금 개혁 논의는 정부 주도와 국회 주도 등 두 가지 경로로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국민연금법에 따라 5년마다 별도의 재정계산위원회를 구성해 연금의 재정 건전성을 진단하는 재정계산을 한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기금고갈 시점을 고려해 노후소득 보장 수준과 보험료율은 얼마로 조정해야 할지 등을 담은 연금 운용계획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한다.

이번에 5차 재정추계는 애초 마감 시한이 3월이었지만 두 달 앞당겨 지난 1월 27일 공개됐다.

추계결과 국민연금 기금은 5년 전인 2018년 4차 재정추계 때보다 2년 이른 2055년에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는 현재 이런 추계 결과를 근거로 재정계산위원회 주축으로 연금제도 개선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으며, 오는 10월 정부안을 국회로 넘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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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정부 논의 틀과는 별도로 국회 차원에서도 현재 여야 의원 13명으로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가 구성돼 가동 중이다.

연금특위 활동 기한은 4월이다.

연금특위 산하에 민간전문가 16명으로 꾸려진 민간자문위원회는 애초 1월말까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어떻게 조정할지 등 주요 개혁 초안을 마련해 특위에 보고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자문위원들 간에 소득대체율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해 추가로 더 논의하기로 한 상태다.

민간자문위는 지난 1월 27∼28일 집중 논의에 들어갔는데, 이 자리에서 '더 내고 그대로 받는 안'과 '더 내고 더 받는 안'이 팽팽하게 맞서며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한쪽에서는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하되 국민적인 수용성을 고려해 보험료율을 향후 10년 동안 매년 0.6%씩 2034년까지 15%까지 올리자(보험료율 9%→15%, 소득대체율 40% 유지)고 주장했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소득대체율 40%가 노후빈곤 해소 측면에서 너무 낮으니 소득대체율을 50%로 10%포인트 더 올리는 대신에 보험료율은 14%+알파(상황 봐가면서 추가 인상)로 인상하자(보험료율 9→14%+알파, 소득대체율 40%→50%)고 맞섰다.

이렇게 두 안을 두고 충돌하자 회의 종료 30분을 남겨두고, 민간전문위 공동위원장 중재로 소득대체율을 5% 포인트 인상한 45%에 보험료율을 15%까지 올리는 중재안(보험료율 9%→15%, 소득대체율 40%→45%)이 제시됐지만 결국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회의 막판에는 보험료율을 12%까지만 올리고,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해 소득대체율은 오히려 현행 40%에서 30%로 낮추자(보험료율 9%→12%, 소득대체율 40%→30%)는 제안도 나와 혼란이 가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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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OECD 평균보다 낮을까?
전문가들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부딪히는 데서 알 수 있듯이 국내 연금개혁 논의에서 소득대체율 인상 여부는 늘 쟁점이었다.

국민연금은 1988년 도입 당시 소득대체율이 40년 가입 기준 70%로 높았다.

하지만 1998년 1차 개혁을 거쳐 10년 만에 소득대체율이 60%로 낮아졌고, 다시 2차 개혁을 통해 2008년부터 60%에서 매년 0.5%포인트씩 낮아져 2028년까지 2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40%까지 하락하게 돼 있다.

올해 소득대체율은 42.5%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특히 노동시장에서 불안정 노동자, 영세 자영업자가 많아 실제 가입 기간을 반영한 국민연금의 실질 소득대체율은 2060년 신규 수급자도 24.9%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의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해 명목 소득대체율(40%)을 일부라도 회복해 45∼50%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21년 연금보고서에서 한국의 미래 공적연금 소득대체율을 회원국 평균(42.2%)보다 낮은 31.2%로 보고하면서 논란이 더욱 커졌다.

사실 이전까지만 해도 OECD는 한국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수준을 회원국 평균과 비슷하다고 제시했는데, 이와는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그러자 소득대체율 인상론을 펼치는 쪽은 그간 OECD가 한국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과대 계산했다가 이제야 외국과 동일한 방식으로 교정한 결과 국민연금 보장 수준이 OECD 최하위권으로 드러났다며 소득대체율 인상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OECD의 2021년 연금보고서의 소득대체율 수치는 한국 국민연금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해 한계가 뚜렷하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연금은 서구 다수 국가의 완전 소득비례연금과는 다른 급여구조인데다, 소득대체율 평가에서 중요 변수인 기준 소득과 완전 가입 기간도 다르고, 여기에다 공적연금인 기초연금은 아예 소득대체율로 인정조차 되지 않아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국민연금의 명목 소득대체율(40%)은 OECD 회원국보다 그리 낮지 않다는 목소리가 강하다.

이를테면 오건호 '내가 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한국 공적연금 소득대체율 수준의 재구성-OECD 국제 비교'란 연구논문에서 한국 공적연금 소득대체율이 최소 36.2%에서 최대 44.1%+알파(기초연금)에 달할 것으로 계산했다.

이는 국민연금을 외국의 완전 소득비례 급여구조로 가정하고, 완전 가입 기간을 OECD 평균(44.1년)과 일치시키며, 기초연금의 일부를 소득대체율로 포함해서 산정한 결과이다.

오 위원장은 "단계적으로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명목 소득대체율을 인상하자는 주장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외국보다 미약한 출산·실업·군복무 크레딧 등을 대폭 확대하는 등의 방법으로 가입 기간을 늘림으로써 실질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게 국민연금 보장 수준을 강화하는 올바른 방향"이라고 밝혔다.

[이슈 In] 연금개혁 '관건' 소득대체율…우리나라 어느 정도길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