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장관질책 후 즉시폐쇄로 전환"…피고측 "경제성 높은 고리1호기도 영구정지"
월성원전 재판 첫 증인신문 끝나…'부당지시'vs'정책결정' 팽팽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월성 1호기 원전(월성원전) 조기 폐쇄를 부당하게 지시한 혐의를 받는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과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재판의 첫 증인신문 절차가 마무리됐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11부(박헌행 부장판사)는 월성원전 조기 폐쇄 결정 당시 실무를 맡았던 산업부 A 국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전날 마무리했다.

지난해 8월 23일 처음 증인으로 출석한 지 170일 만이다.

검찰은 A씨에 대한 신문 과정에서 당초 월성원전을 연장 가동키로 했지만, 백 전 장관의 질책 이후 즉시 폐로하는 것으로 정책 방향이 바뀌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A씨는 "조기 폐쇄하더라도 한수원 입장 등을 고려해 2∼3년 더 가동한다는 것이 산업부 실무자들의 결론이었고 백 전 장관께도 그렇게 보고했다"며 "2017년 12월 보고 당시 (보고를 받은 장관이) '그렇게 하지 마라'라든가 반대를 하지 않으셨고, 이는 통상적으로 승인했다는 의미로 안다"고 답했다.

검찰은 산업부 내부 방침으로 연장 가동안을 확정했음에도 즉시 폐쇄를 결정한 것은 2018년 4월 2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월성 1호기 영구 가동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인가요'라는 댓글이 계기가 됐다고 보고 있다.

A씨는 "대통령의 댓글 이후 백 전 장관의 질책과 함께 즉시 가동 중단 지시가 내려왔고, 실무진 입장에서는 당황했지만 달리 방도가 없다고 판단해 지시받은 방향으로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백 전 장관이 월성원전을 연장 가동하겠다는 산업부 보고를 받고 "'너 죽을래? 어떻게 이런 보고서를 청와대에 보고하느냐'고 질책했다"는 산업부 B 과장의 진술과 "굉장한 압박과 부담을 가졌다고 들었다"는 A씨 증언 등을 토대로 백 전 장관에 대해 배임교사 혐의를 추가해 지난해 9월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고, 법원도 허가했다.

월성원전 재판 첫 증인신문 끝나…'부당지시'vs'정책결정' 팽팽
피고인들은 당초부터 월성원전 연장 가동 방안을 승인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맞섰다.

채희봉 측 변호인은 "2017년 12월 말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발표 당시 산업부 내부 문서를 비롯해 어디에도 2년 반 추가 가동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없다"면서 "산업부에서도 조기 폐쇄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가 한수원 입장을 반영해 추가 가동을 검토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조기 폐쇄는 정당한 정책 결정에 의해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채희봉 측 변호인은 "경제성이 수천억원에 달하며 안전성 문제도 없는 고리 1호기 원전도 영구정지 결정이 내려졌다"며 "당시 원전 확대 정책을 편 정부에서조차 안전성과 지역 수용성을 고려해 정책적으로 폐로를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리 1호기보다 경제성은 훨씬 낮고 최신 안전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속 운전 허가가 위법이라는 판결까지 내려진 월성원전을 영구정지하는 데 한수원의 배임에 대한 우려가 있었느냐"고 질의했고, 이에 대해 A씨는 "한수원은 월성원전 조기 폐쇄를 결정하는 데 근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을 뿐, 배임 문제에 대해서는 고민한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A씨는 조기 폐쇄 의향은 한수원이 스스로 결정했다고 증언했다.

A씨는 "한수원 측은 탈원전 국정과제를 이행하는 것에 대해 못하겠다고 언급한 적 없었고, 실무진에서도 그런 얘기는 나온 적이 없다"면서 "내부 법률 검토를 통해 한수원 자체 결정으로 조기 폐쇄 의향서를 제출키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재판부터는 산업부 서기관 B씨에 대한 증인신문 절차가 시작될 예정이다.

앞서 A씨와 B씨는 2019년 12월 PC에서 월성 1호기 원전 자료를 삭제해 감사원 감사를 방해한 혐의(감사원법 위반·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등)로 기소돼 지난달 열린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대전지검 관계자는 "당초 증인신문을 예정했던 산업부 과장은 상황을 봐서 소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면서 "다음 공판기일에는 인사이동으로 바뀌는 재판부가 공판 갱신 절차를 진행할 예정으로, 증인신문은 차 기일부터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음 기일은 내달 14일이다.

채 전 비서관과 백 전 장관은 월성원전을 계속 가동하는 것이 한수원에 더 이익인 상황에서 정부 국정과제를 신속 추진한다는 목표로 한수원에 조기 폐쇄 의향을 담은 설비현황조사표를 제출하게 하고, 이사회 의결로 조기 폐쇄·즉시 가동 중단하게 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업무방해 등)를 받고 있다.

월성원전 재판 첫 증인신문 끝나…'부당지시'vs'정책결정' 팽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