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인들의 토크쇼 '모내기 클럽'…훈련병 군기 잡는 '신병캠프'
아이돌 오디션 벗어난 서바이벌…넷플릭스 '피지컬: 100'·웨이브 'WET!'
콘텐츠 구독·검색 시대에 예능이 살아남는 법…"타깃 세분화"
'탈모인들을 위한, 탈모인들에 의한, 탈모인들의 축제'
환호성과 함께 방청객들이 쓰고 있던 각자 모자를 공중으로 집어 던졌다.

출연자도 방청객도 시청자도 '탈모'로 대동단결한 MBN 예능 '모내기 클럽'의 오프닝 장면이다.

지난 4일 처음 방송된 '모내기 클럽'은 탈모를 겪고 있는 출연진이 모발이식 지원금을 걸고 사연 대결과 퀴즈 배틀을 펼치는 프로그램이다.

전국 1천만명 탈모인들을 타깃으로 탈모 관리 비법과 탈모에 대한 각종 유익한 정보들을 전한다.

7일 방송가에 따르면 각 방송사는 이처럼 특정 시청자층의 취향이나 관심사를 제대로 저격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유튜브, 온라인동영상 서비스(OTT) 등을 통해 각자 관심사에 따라 콘텐츠를 골라보는 시대가 오면서 예능의 홍수 속에 살아남기 위한 방송사들의 생존 전략인 셈이다.

'모내기 클럽'은 연예계 탈모인으로 꼽히는 박명수, 김광규가 MC를 맡고, '탈밍아웃'(탈모가 있다는 사실을 공개)한 유명인들도 출연한다.

첫 방송에서는 모발이식을 한 지 5년 차인 윤석민 전 야구선수의 모발 상태 점검 과정을 통해 모발이식에 관한 궁금증을 낱낱이 파헤쳤고, 가수 육중완은 과거 탈모를 숨기기 위해 매직으로 헤어라인을 그렸던 것을 까먹고 무대에서 흥분해 물을 뿌리다가 머리에서 검은 물이 흘러내렸다며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경험을 공유했다.

연출을 맡은 김성 PD는 "전국 천만 탈모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라며 "숨기고 싶은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가장 친숙한 소재인 예능으로 풀어가면 좀 더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NA는 군대 생활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블랙코미디 드라마 '신병'의 스핀오프 예능 '신병캠프'를 선보였다.

'신병캠프'에서는 드라마에서 개성 강한 캐릭터들을 연기했던 차영남, 이충구, 김민호, 이정현, 남태우, 전승훈, 이상진, 김현규가 계급장을 떼고 훈련소에 재입소한다.

이들은 707 특수부대 대 테러 교관 출신 최영재의 불호령에 허둥지둥하며 미션을 수행한다.

또 '군 예능 대통합 프로젝트'라는 포부 아래 과거 방영된 군대 예능 '가짜 사나이', '강철부대', 군대 배경 시트콤 '푸른 거탑'의 멤버들과 대결을 예고하며 이른바 '밀리터리 덕후'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푸른 거탑'과 '신병'에 이어 '신병캠프'를 연출한 민진기 PD는 지난 6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제대로 된 군대 리얼 버라이어티를 만들고 싶었다"며 "밀리터리 콘텐츠는 마니아적이긴 하지만, 시청자들의 충성도도 있다"고 말했다.

콘텐츠 구독·검색 시대에 예능이 살아남는 법…"타깃 세분화"
이 밖에도 JTBC 예능 '최강야구'는 김성근 감독, 이대호, 장원삼 등 전설의 야구선수들을 섭외해 야구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고, '육아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오은영 박사가 진행하는 ENA '오은영 게임', 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 등은 육아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부모들을 애청자로 삼고 있다.

'팬덤'을 바탕으로 하는 서바이벌 예능도 10·20대 전체를 공략한 아이돌 오디션을 벗어나는 분위기다.

특히 OTT 서바이벌 예능은 고액의 상금을 걸고 각 분야의 최고 능력자를 가리는 프로그램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넷플릭스는 가장 강한 신체 능력을 갖춘 사람을 뽑는 '피지컬: 100'을, 웨이브는 국내 최정상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 DJ를 뽑는 'WET!(World EDM Trend)'을 순차 공개하고 있다.

이처럼 예능이 남녀노소를 아우르는 대중적인 주제보다 특정 시청자층을 타깃으로 한 주제를 다루는 데는 콘텐츠를 즐기는 소비 형태의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요즘 시청자들은 무방비 상태에서 TV를 보는 게 아니라 구독이나 검색을 통해 원하는 콘텐츠만을 골라 본다"며 "시청자와 콘텐츠의 관계성이 강한 만큼 대규모 집단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보다는 대상이 적더라도 호평을 받아 오래갈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바이벌 예능 역시 보편적이지는 않지만, 골수팬들이 있는 서브컬처가 주목받고 있다"며 "이런 분야는 충성도가 높은 팬들뿐만 아니라 '그동안 몰랐지만 굉장한 세계가 있구나'라고 느끼는 이들도 새로운 시청자로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