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키는 살아갈 의욕조차 잃어가는 밑바닥 인생들의 죽음과도 같은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했고, 구로사와 감독은 여기서 한층 더 나아가 광기에 물드는 밑바닥 인생들의 이야기를 괴기스럽게 그렸다.
영화에서 두 인물의 대화가 인상적이다.
한 명이 "넌 분명 지옥에 떨어질 거야"라고 말하자, 그와 대화하던 다른 인물이 "여기가 지옥인데 도대체 어디로 간다는 거야"라고 맞받아친다.
간호사 김수련도 그렇게 빠져나갈 수 없는 지옥 같은 삶을 살았다.
아침 세시에 기상. 병원에 도착하면 네 시였다.
전임 간호사에게 인계를 받고, 정맥 주사, 테이프 등의 개수를 세며 이상 유무를 파악했다.
그 과정에서 1천700원짜리 가위라도 분실하면 쓰레기통을 뒤졌다.
쓰레기봉투를 헤집으면 그 안에 대변 묻은 기저귀, 가래 묻은 휴지 등이 나왔다.
어쨌든 가위를 찾기만 하면 다행이었다.
일은 계속 이어졌다.
환자 상태 확인, 투약, 보호자들의 전화, 컴퓨터단층촬영(CT) 일정 확인 등…. 그 과정에서 알람에 답하지 않으면 선배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의사들은 제대로 지시하지 않고 있다가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미뤘다 그는 태울 때까지 괴롭힌다는 이른바 '태움'의 희생자가 되기도 했다.
특히 중환자실에서의 실수는 치명적이었다.
"너 컬처(세균배양검사)도 못 해?" "너 거기 서서 거치적거릴 거면 나가" "너 선배에게 다 시켜놓고 지금 기록해?" "내가 할 거니까 너 다른 일 해" "네 환자잖아.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이런 식으로 이 선배, 저 선배에게 돌아가면서 이른바 '조리돌림'을 당했다.
그는 신촌 거리를 매일 울면서 퇴근했고, 어떻게 죽을지 계획을 세웠다.
그러면서 "노인처럼" 늙어갔다.
김수련은 7년간 그런 세월을 버텼다.
이명과 우울증, 십이지장궤양, 불면증이 부산물로 따라왔다.
하지만 새내기 간호사는 책임 간호사로 성장했다.
코로나19 때는 대구로 파견 나가기도 했다.
지금은 국경없는의사회 소속으로 미국에 파견돼 '미국 적십자 재난 의료팀'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새내기에서 경력 있는 간호사로 성장한 것이다.
김수련이 쓴 '밑바닥에서'(글항아리)는 랭보의 시집 제목처럼 '지옥에서 보낸 한철' 같은 삶을 경험한 그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겼다.
그러나 단순히 '태움'과 한 인간의 성장 이야기만 담긴 건 아니다.
이 책의 미덕은 뒷부분, 그러니까 간호사의 인력 구조, 교육 문제 등 의료계 구조 문제에 더욱 집중한다는 데 있다.
저자는 '태움'도 인력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 때문에 발생한다고 말한다.
설사 인력이 채워진다 해도, 불합리한 처우와 시스템 탓에 금방 그만두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덧붙인다.
요컨대 저자가 말하는 건, 간호사가 경력을 이어갈 수 있는 구조다.
"문제의 초점은 제대로 된 교육제도와 기간 없이 도제식 교육에 일임하는 행태, 도무지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관대함과 자비를 유지할 수 없게 만드는 업무량에 있다.
문제가 일어났을 때 말할 수 없도록 압박하는 서열문화에 있다…. 일이 무겁고 무거운 부서일수록, 폐쇄적인 부서일수록 괴롭힘은 더욱 악랄해진다.
" 실제 국내 간호사들의 업무량은 과다하다.
책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간호사 대 환자 비율은 1인당 6~8명이다.
2016년 통계상 미국은 간호사 한 명이 5.3명을, 한국의 종합병원은 16.3명을, 일반 병원은 43.6명을 본다.
간호사 한 명이 담당하는 환자가 한 명 증가할 때마다 환자 사망률이 7% 증가한다는 통계도 있다.
부족한 간호 인력과 의료 인프라 탓에 일부 환자는 중환자실에서 기도삽관으로 끝냈을 것을 심폐소생술을 해 사망하거나 심각한 후유증을 얻기도 한다.
의료가 간호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로 비화할 수 있는 이유다.
저자는 말한다.
의료는 "시스템"이라고. 어떤 스타플레이어, 가령 드라마에 나오는 천재 의사 한 명이 있다고 해서 환자가 살아나는 게 아니라고. "결국 환자를 24시간 옆에서 돌보는 이는 간호사이고, 환자를 지켜주는 것은 간호사의 대처 능력, 모니터링 능력, 통합적 역량과 업무 연속성"이라고. 256쪽.
“피아노 음악을 20세기에 이끈 곳이 러시아라면 21세기는 아시아가 될 겁니다. 한·중·일 피아니스트들과 협력해 아시아만의 피아니즘을 선보이고 싶습니다.”한상일 아시아퍼시픽 피아니스트협회(PAPA) 대표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세계에서 주목하는 아시아의 피아노 메이저 무대를 만들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내파 피아니스트 1세대로 꼽히는 한 대표는 한국, 중국, 홍콩 등의 피아니스트들이 교류하는 축제인 ‘PAPA 2025 국제 페스티벌’을 주도한 인물이다. 독일, 러시아 등 서양 중심인 피아노 음악계에서 아시아만의 색채를 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중국, 일본, 동남아 등의 피아니스트 함께하는 자리 만들 것”PAPA는 지난달 17~20일 서울 서초구 로데아트센터에서 PAPA 2025 국제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아시아 지역 피아니스트들의 교류를 위해 한 대표가 만든 단체인 PAPA가 연 이번 행사엔 함수연, 이진상 등 국내 피아니스트뿐 아니라 윤지에 첸, 레이첼 청, 알빈 주 등 중국 피아니스트 등이 함께했다. 중국 피아니스트들의 소속 음악원이나 대학교의 위치를 보면 베이징, 광저우, 상하이, 톈진, 홍콩 등 지역이 다양했다. 이번 행사에선 아시아 지역 피아노 영재들이 음악회를 열거나 콩쿠르 방식으로 경연을 하기도 했다. 홍콩 출신의 13세 피아니스트인 호은가이팅(유진 호)이 이 콩쿠르의 초대 우승자가 됐다.한 대표가 이번 행사를 마련한 건 아시아인들이 함께 즐기는 피아노 축제를 만드려는 포석이다. 그는 “서양의 클래식 음악, 그중에서도 피아노를 특히 활발하게 하고 있는 이들이 아시아인”이라며 “아시아의 피아니스트들
요즘은 아트바젤과 키아프 홍보를 했던 'FITZ & CO’나 프리즈 서울의 홍보를 맡고 있는 '매그피알 앤 이미지’처럼 미술 관련 사업의 홍보를 전문적으로 하는 에이전시가 생겨났지만 이전에는 아트페어를 전문적으로 홍보하는 에이전시가 없어 직접 홍보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홍보 담당자는 보도자료 작성, 기자 간담회 준비, 매체 광고 집행, 현장 기자 관리 등을 담당한다. 언론이나 홍보에 대한 경험이 있는 담당자라면 업무 수행이 가능하지만, 미술과 미술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없다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아트페어에서 운영하는 홍보 방법들을 알아보자. 1. 보도자료보도자료는 아트페어 홍보의 핵심 자료이다. 전체적인 홍보의 방향성을 잡아가며, 보도자료를 작성해야한다. 작성된 보도자료를 기준으로 외부로 나가는 내용에 통일성이 있어야 홍보가 길을 잃고 중구난방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보도자료는 사전, 개막, 폐막 단계로 나뉜다. 사전 보도자료는 주요한 이슈들이 있을 때마다 2-3회로 나누어 배포하기도 하지만, 행사 2-3주전 기자 간담회를 통해 나가는 공식 보도자료가 가장 중요하다. 사전에 나간&
보글보글. 맛있는 소리보글하우스에서 라면 먹고 갈래?익산역 맞은편에 자리해 익산 여행 시작이나 끝에 넣으면 완벽한 여정이 되는 곳! 익산문화예술의 거리에 자리한 익산아트센터가 지난해 11월 16일 라면콘텐츠복합문화공간인 ‘보글하우스’로 새롭게 개관했다.화사한 주황색에 오밀조밀한 전시물, 풍덩 뛰어들고 싶은 볼풀장, 보글이 캐릭터로 단장한 내부는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시선을 잡아 끈다. 입구에 마련된 전시 콘텐츠부터 살펴본다. 1960년대 한국 최초의 라면인 ‘삼양라면’이 탄생한 후 신라면, 짜파게티, 팔도비빔면 등 1980년대 라면 황금기를 지났다. 지금까지 먹은 라면의 종류, 라면의 양은 헤아릴 수도 없다. 매일 다시 써내려가는 대한민국 라면의 역사를 지나, 구불구불한 면발 머리를 한 보글이 캐릭터와 기념사진을 남기고 2층으로 걸음을 옮긴다.익산과 라면의 관계가 궁금했는데 삼양관에서 의문이 풀렸다. 삼양식품의 창립자인 고 전중윤 명예회장이 6·25 전쟁 중 연고가 없던 익산에 내려온 것을 계기로 1971년 익산에 삼양라면 공장을 세운 것이 인연이 된 것이다.삼양관과 함께 보글키친에서는 상시체험인 보글하우스 컬러링과 예약체험으로 이뤄지는 보글레시피카드 DIY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직접 만든 컵라면 용기에 라면을 조리해 맛보는 일련의 과정까지 재미나다. 이 드라마도 여기서!익산교도소세트장에 갇혀 볼래?7번방의 선물, 신의한수, 내부자들, 전우치, 드라마 시그널, 종이의집, 베를린, 악마판사, 샤크, 펜트하우스… 우리나라 드라마·영화에 등장하는 감옥 씬 대부분은 익산교도소세트장에서 촬영했다고 해도 과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