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의 소비가 놀라운 속도로 부활하고 있다.”

5일(현지시간)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코로나19 감염자가 예상보다 급격하게 늘어 집단면역 체계를 갖춰가면서 경제도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중국은 인구의 80%가 이미 코로나19에 걸린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 공식 집계 기준으로 입원한 코로나19 환자 수는 지난달 5일 정점을 찍고 감소세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은 세계 경제성장률도 끌어올릴 것이란 전망이다.
中 보복소비 터지자…중화권 증시 5년새 최대 '뭉칫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현금을 쌓아온 중국인들은 보복 소비에 나서기 시작했다. 중국 최대 음식 배달 플랫폼 메이퇀에는 1000건 이상 예약이 밀린 식당이 많다. 중국의 최대 명절 춘제(春節·설) 연휴(1월 21~27일) 기간 영화 흥행 수입은 67억6200만위안(약 1조2400억원)으로 역대 두 번째로 높았다.

중국 가계 저축이 늘어난 것도 경제 낙관론에 힘을 싣고 있다. 보복 소비의 탄약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씨티그룹에 따르면 중국 은행의 예금은 작년 국내총생산(GDP)의 100%가 넘는 120조위안(약 2경2000조원)에 달한다. 코로나19 전보다 13조위안가량 더 많다. 초과 저축분이 소비로 전환되면 올해 가계 소비가 14%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다.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정부 지출을 포함해 80%에 이를 것으로 씨티그룹은 예측했다.

소비뿐만 아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서비스업·건설업 등의 경기를 가늠하는 비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해 12월 41.6에서 올 1월 54.4로 급상승했다. 4개월 만에 확장 국면으로 전환한 것으로 상승폭은 역대 두 번째로 크다.

미 중앙은행(Fed) 경제학자들은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5~6%로 높아지면 세계 GDP 증가율을 0.5~0.75%포인트 추가로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5.2%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의 에너지 수요 증가로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5~21달러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골드만삭스는 내다봤다.

글로벌 자본도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 미 CNBC는 중국 증시와 홍콩 증시로 유입된 글로벌 자금 규모가 2018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EPFR)의 집계에 따르면 해외 펀드 매니저들은 지난달 25일까지 4주 동안 중국 증시에 13억9000만달러(약 1조7315억원), 홍콩 증시에는 21억6000만달러(약 2조6907억원)를 투자했다. 스티븐 센 EPFR 매니저는 “지난 5년 동안 액티브 펀드 매니저들이 중국 시장에 대해 이렇게 긍정적이었던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날부터 국경 문도 활짝 열었다. 팬데믹 이후 중단됐던 중국인의 해외 단체여행이 20개국에서 재개됐다. 홍콩·마카오와의 왕래도 전면 개방됐다.

다만 중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 증권사 번스타인은 “미국 투자자와 중국 본토 투자자가 추가 매수에 나서지 않으면 중국 증시의 상승세가 꺾일 수도 있다”고 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