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굳게 닫혀있던 세계 각국의 국경이 활짝 열리면서 겨울 휴가로 해외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많은 분들은 높은 해외 결제 수수료가 걱정돼 카드보다는 고액의 현금을 환전해가는 걸 선호합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잘 맞는 해외 결제 특화 카드를 사용하면 현금을 환전해 들고 다니는 것보다 안전하고, 무엇보다 환차손도 더 줄일 수 있습니다.

카드는 '해외 결제 수수료' 면제가 핵심

지난달 19일 설 연휴를 이틀 앞둔 인천공항 출국장./ 김병언 기자
지난달 19일 설 연휴를 이틀 앞둔 인천공항 출국장./ 김병언 기자
최근 많은 금융회사들은 해외 결제에 특화된 카드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카드로 결제할 때 드는 각종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결제시 환율도 크게 우대해주는 방식입니다.

먼저 하나카드의 ‘비바 X 체크카드’는 해외 서비스 이용 수수료와 국제 카드 브랜드 수수료를 모두 면제해줍니다. 국내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로 해외에서 결제하면 일반적으로 결제액의 1% 안팎의 카드 브랜드(비자·마스터카드·아멕스 등) 수수료와 건당 0.5달러 내외(하나은행 기준)의 해외 이용 수수료가 부과됩니다. 비바 X 체크카드는 일반 국내 체크카드지만 해외에서 결제할 때 이같은 수수료 면제를 핵심 혜택으로 내세우는 상품입니다. 해외에서 결제하면 수수료 없이 결제할 당시의 환율이 적용돼 연결된 원화 계좌에서 빠져나가는 방식이죠.

이처럼 결제할 당시 환율이 적용돼 원화계좌에서 빠져나가는 상품은 비교적 환율이 낮을 때나 환율이 떨어지고 있을 때 유리합니다. 이럴 땐 굳이 현금을 환전해서 가져가는 것보다 오히려 환차손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명동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 최혁 기자
지난 2일 오후 서울 명동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 최혁 기자
반대로 환율이 크게 오르는 시기나 불안정한 시기에 유리한 종류의 카드도 있습니다. 바로 외화 충전식 카드입니다. 국내 스타트업 트래블월렛이 내놓은 ‘트래블페이 카드’가 대표적인 외화 충전식 카드입니다. 결제할 때마다 당시의 환율이 적용돼 계좌에서 빠져나가는 방식이 아니라 미리 환전해서 가상계좌에 충전해 놓은 돈에서 결제액이 빠져나가는 방식입니다. 환율이 낮을 때 미리 충전해 놓을 수 있기 때문에 현금을 환전해가는 것의 장점과 카드 결제의 장점을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트래블월렛의 경우 달러·엔·유로 등 주요통화는 100% 환율우대를 적용해줍니다. 이밖에도 기타 28개 통화를 지원하는데 이들 통화에 대해서는 0.5~2.5%의 환전 수수료를 부과합니다. 충전된 금액에서 결제액만큼 빠져나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여행 경비를 정해놓고 아껴서 쓰실 분들이라면 총 얼마를 환전해서 얼마를 썼는지 파악하기에 좋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현지의 비자 로고가 붙어있는 자동화입출금기(ATM)에서 출금할 때도 1회 400달러, 월 500달러 이하에 한해 출금 수수료를 면제해주는데요. 다만 현지 ATM에 따라 인출 수수료 폭탄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출금 전 반드시 미리 확인해보셔야 합니다.

하나카드에서도 '트래블로그'라는 외화 충전식 카드 상품을 갖고 있습니다. 사실상 하나카드에서 트래블월렛을 겨냥해 내놓은 상품인 만큼 방식도 혜택도 큰 차이가 없습니다. 해외 이용 수수료와 국제브랜드 수수료, 해외 ATM 인출 수수료도 면제해줍니다. 다만 트래블월렛과 달리 트래블로그는 8개 통화만 지원해줍니다. 지원하는 통화의 수는 적지만 트래블로그의 경우 오는 8월 말까지 중국, 싱가포르, 캐나다, 호주에 대해 100% 환율우대 이벤트를 진행중이기 때문에 이 세 국가를 갈 경우엔 환전 수수료가 부과되는 트래블월렛에 비해선 트래블로그가 더 유리합니다.

해외에서 결제할 때 막강한 캐시백 혜택을 앞세운 카드도 있습니다. 바로 토스뱅크 체크카드입니다. 토스뱅크 카드는 해외에서 결제할 때마다 결제액의 3%를 캐시백해줍니다. 결제할 때마다 돈을 돌려주니 굳이 현금을 쓰는 것보단 유리해 보입니다.

단, 해외 캐시백엔 함정이 있습니다. 토스뱅크 카드의 경우 결제 건당 3%의 캐시백을 제공하는 대신 앞서 설명드린 상품들이 면제해주는 1%의 국제브랜드 수수료와 건당 0.5달러의 해외서비스 수수료는 부과합니다. 다시 말해, 해외 결제 수수료 총액보다 캐시백해주는 금액이 더 클 때만 효용이 있습니다.
"해외 결제에 딱 맞췄다"…내게 맞는 카드는? [송영찬의 핀테크 짠테크]
미국에서 20달러를 토스뱅크카드로 결제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20달러를 결제하면, 국제브랜드 수수료 0.2달러와 건당 해외서비스수수료 0.5달러가 붙겠죠? 그러면 총 20.7달러가 결제되고, 20달러의 3%인 0.6달러가 캐시백 됩니다. 3%의 수수료가 붙는다고 해도 실제로는 0.1달러의 수수료가 더 나간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50달러를 결제하면 어떨까요? 50달러를 결제하면 국제브랜드 수수료 0.5달러와 건당 해외서비스 수수료 0.5달러로 총 1달러가 수수료로 나가는 대신, 캐시백으로 50달러의 3%인 1.5달러가 캐시백되니 0.5달러가 돌아온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대략 미화 30달러 이상일 경우엔 토스뱅크 카드로 결제하면 이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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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 속 외화가 많아도 카드 결제에 활용할 수 있어

먼저 해외 결제 특화 카드를 발급받기에 앞서서 방문하는 국가의 통화를 기존에 얼마나 갖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예전에 여행·출장 등에서 사용하고 남은 외화가 서랍 속에 있다면 해당 외화도 카드 결제에 활용할 수 잇기 때문입니다.

‘현금은 현금이고 카드는 카드지, 무슨 현금을 카드 결제에 활용하느냐’고 하시는 분들도 계실텐데요. 쉽게 말해 외화 체크카드를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신한카드의 ‘체인지업 카드’는 해외에서 결제할 경우 신한은행의 외화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갑니다. 하나 비바X 체크카드의 경우 신한 체인지업 카드와 마찬가지로 체크카드였지만 결제액이 원화로 환산돼 원화 계좌에서 빠져나갔지만, 이 상품은 애당초 외화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겁니다. 이 때문에 기존에 갖고 있던 달러가 있다면 가까운 신한은행 영업점에 방문해 외화계좌에 달러를 입금한 다음, 해외에서 이 카드로 결제하면 해당 외화를 직접 들고 가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달러를 사용하는 곳에서 가장 효율이 좋습니다.

국내 소비자금융 철수 관계로 신규 발급은 중단됐지만 사실 한국씨티은행의 ‘글로벌월렛 카드’가 대표적인 외화 체크카드입니다. 글로벌월렛의 경우 달러 뿐 아니라 총 6개의 외화통화를 선택해 각각의 외화 계좌를 만들고 해당 통화를 사용하는 국가에서 결제하면 이 계좌에서 돈이 직접 빠져나가기 때문에 범용성이 더욱 넓습니다. 국제브랜드 수수료, 해외 이용 수수료 모두 면제되고 한국에서 체크카드 쓰듯이 결제액만큼이 깔끔하게 외화 계좌에서 빠져나갑니다.

특히 해외에서 체크카드로 결제할 경우엔 승인시점에 돈이 빠져나가지 않고 카드사가 해당 건을 매입하는 매입시점에 돈이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해외결제의 경우 승인시점과 매입시점 간의 시간차가 크게 벌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원화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방식의 체크카드는 최근처럼 환율이 짧은 시간 동안 요동칠 땐 내가 예상한 결제액과 실제로 결제된 금액 간의 차이가 큰 경우가 많습니다. 외화 계좌에서 빠져나가는 경우엔 환율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이런 점에서 유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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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미국 등 팁 문화가 있는 국가를 갈 경우엔 승인시점과 매입시점 간 차이가 더 벌어지기도 합니다.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카드로 결제할 경우 먹은 밥값에 대해 결제한 뒤 영수증에 팁을 적어내면, 먼저 식사 금액에 대해서만 결제가 된 뒤 식사 금액과 팁을 포함한 금액이 '무승인 매입'이라는 방식으로 결제가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팁을 포함한 '무승인 매입' 건이 승인되는 순간 밥값만 있던 앞의 결제가 취소되는 방식입니다. 무승인 매입건 승인이 늦어지는 사이 환율이 크게 올랐다면 원화로 환산돼 결제되는 카드라면 환차손이 발생합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