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사평역 분향소 수용안해"…서울시 곧 2차 계고장 전달
이태원참사 유족 "분향소는 '관혼상제'…철거 명분 없어"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와 유가족협의회는 6일 서울시가 서울광장 합동분향소를 철거할 명분이 없다며 거듭 항의의 뜻을 표했다.

이들 단체는 이날 오후 중구 서울도서관 앞에 설치된 합동분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분향소는 희생자에 대한 추모 감정에서 비롯된 '관혼상제'로 헌법과 법률로 보호받는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단체는 이어 "서울시는 과거 여러 차례 분향소 설치가 규제 대상이 아닌 관혼상제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며 "분향소를 철거하라고 명령할 정당한 이유가 애초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48시간도 안 되는 시간 내에 철거할 것을 요구하고 계고 절차도 제대로 밟지 않은 채 행정대집행에 들어가겠다는 것은 절차상으로나 내용상으로 위법하다"고 반발했다.

단체는 또한 "분향소는 애초 정부합동분향소가 있던 자리 인근에 더 작은 규모로 설치돼 통행에 문제가 없다"며 "불특정 시민의 자유로운 (공간) 사용이 방해될 것이라는 주장은 억측일 뿐"이라고 맞섰다.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15조는 관혼상제나 국경행사 등과 관련한 집회는 옥외 집회 신고 의무 등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서울시는 2021년 10월 서울광장에 설치된 노태우 전 대통령 분향소에 대해 "관혼상제에 해당해 집시법상 신고 대상이 아니다"라고 판단한 바 있다.

서울시는 다만 이번에는 '서울광장의 사용·관리에 관한 조례'를 근거로 광장을 사용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대책회의 등은 4일 녹사평역에서 참사 100일 국민추모대회 장소인 광화문광장 옆 세종대로까지 거리 행진을 하던 중 서울광장에서 기습적으로 분향소를 설치했다.

설치 당일 서울시는 이날 오후 1시까지 불법 점거물을 자진 철거하라는 1차 계고장을 전달했으며, 이어 조만간 2차 계고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유가족 측은 서울시가 제안한 녹사평역 분향소 설치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오신환 정무부시장이 아침에 전화해 녹사평역 지하 4층을 분향소 자리로 제공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곳은 유가족이 굴속으로 들어가 목소리가 사그라들 때까지 가만히 있으라는 이야기"라고 반발했다.

이날도 유가족들이 '분향소에 난로를 설치하려는데 경찰과 시청에서 막았다'며 시청사 항의 방문을 시도하자, 경찰이 통제선을 만들어 입구를 차단하는 등 갈등이 이어졌다.

현재 시청사 주변에는 경찰기동대 7개 부대 약 420여명이 배치됐다.

소방당국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임시 진료소를 운영 중이다.

이태원참사 유족 "분향소는 '관혼상제'…철거 명분 없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