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테니스 국가대표 에이스 권순우(61위·당진시청)가 세계 16강에 만족하지 않고 8강도 노려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박승규(KDB산업은행)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실내테니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3 데이비스컵 최종본선 진출전(4단 1복식) 벨기에와 경기에서 3-2로 이겼다.
4일 열린 1, 2단식을 모두 내줘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일궈낸 기적 같은 역전승이었다.
이날 복식에 나선 송민규(KDB산업은행)-남지성(세종시청), 3단식과 4단식에 출격한 권순우와 홍성찬(237위·세종시청)이 모두 상대보다 랭킹이 아래였기 때문에 1승도 거두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복식을 시작으로 예상 밖의 3연승을 거둬 데이비스컵에서 준우승만 세 차례 한 유럽의 강호 벨기에를 침몰시켰다.
우리나라가 데이비스컵에서 0-2로 끌려가던 경기를 뒤집은 것과 2년 연속 세계 16강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단식에서 벨기에 에이스 다비드 고팽(41위)과 맞대결을 2-1(3-6 6-1 6-3) 역전승으로 장식한 권순우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어제 2패를 당했지만 '(송민규·남지성) 형들이 복식을 이겨주면 내가 고팽을 잡겠다'고 얘기했다"고 팀 분위기를 전하며 "2세트부터 그런 생각을 하며 즐기려고 한 것이 잘 풀린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4일 1단식에서 지주 베리스(115위)를 상대로 3세트 타이브레이크 3-0, 6-4 리드를 지키지 못한 그는 "실력으로 졌지만, 핑계를 대자면 손도 찢어지고 어깨 상태도 좋지 않았다"며 "선수단이 좋은 얘기를 많이 해줘서 극복할 수 있었다"고 코칭스태프와 동료 선수들에게 고마워했다.
권순우가 내건 다음 목표는 세계 16강에 해당하는 파이널스 진출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8강, 4강이다.
우리나라는 국가 대항전인 데이비스컵 16강에 1981년과 1987년, 2007년, 2022년, 2023년 등 총 다섯 차례 진출했다.
그러나 16강부터는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다.
16강부터 단판 승부였던 1981년과 1987년, 2007년에는 뉴질랜드, 프랑스, 독일에 모두 졌고, 16강 조별리그 제도로 변경된 지난해에도 캐나다, 세르비아, 스페인에 연달아 패했다.
권순우는 "(16강에) 막상 뛰어보니 부족한 부분도 많았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며 "앞으로 16강 이후 8강, 4강에 가는 목표를 잡고 싶다.
팀이 모두 한마음 한뜻이어서 작년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올해 데이비스컵 파이널스 조별리그는 9월에 열리며 경기 장소 및 대진 추첨은 추후 결정된다.
또 권순우는 9일 출국, 13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개막하는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ABN 암로오픈에 출전한다.
이후로는 카타르 도하,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대회를 거쳐 3월 미국에서 열리는 마스터스 1000시리즈 2개 대회까지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