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평화 순례' 마감…영국 성공회·스코틀랜드 장로교회 수장 동참
남수단 시민 "교황의 방문이 상황 바꿀 것" 염원
"무기 내려놓고 용서하라" 교황, 남수단 미사에서 화해 강조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프리카 남수단 방문 마지막 일정인 대중 미사에서 유혈 분쟁 종식을 위한 화해를 강조했다.

교황은 5일(현지시간) 남수단 수도 주바의 독립운동가 존 가랑 묘역에서 집전한 미사에서 "우리의 심장이 과거에 경험한 잘못으로 인해 피를 흘리더라도, 악(惡)으로 응징하지는 말자"며 "서로를 수용하고 진심으로 사랑하자"고 말했다.

그는 미사에 참석한 7만여 명의 남수단인들을 향해 "증오와 복수의 무기를 내려놓자. 부족들과 인종 그룹을 적대의 위기로 내모는 만성화된 반목과 혐오도 극복하자"고 촉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또 "정말 아름답지만, 폭력으로 멍든 이 나라에는 여러분이 가진 빛이 필요하다.

여러분 모두가 빛"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끝으로 "친애하는 형제자매들. 나는 여러분을 내 심장에 더 가까이 둔 채 로마로 돌아간다.

희망을 잃지 말고 평화를 구축할 기회를 잃지 말라. 희망과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남수단과 함께하길 바란다"며 작별을 고했다.

유혈 분쟁으로 3명의 자녀를 잃었다는 페리다 모돈(72)씨는 미사에 참석해 "남수단에 평화가 오기를 바란다.

교황의 방문이 상황을 바꿀 것으로 믿는다.

하느님이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미사를 끝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달 31일 콩고 민주공화국(민주콩고)에서 시작한 엿새간의 아프리카 '평화 순례'를 마감했다.

교황은 이번 아프리카 순례 내내 정치 지도자들을 향해 유혈사태로 얼룩진 땅에 평화를 심기 위한 화해와 용서를 촉구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 더 심해진 자원 식민주의를 경계하고, 자원 개발을 통해 생긴 부의 고른 분배를 강조했다.

"무기 내려놓고 용서하라" 교황, 남수단 미사에서 화해 강조
특히 처음 계획한 지 6년 만에 성사된 남수단 방문에는 영국 성공회 수장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와 스코틀랜드 장로교회 총회 의장 이언 그린쉴즈 목사가 동참해 의미를 더했다.

분쟁 와중에 남편을 잃고 4명의 아이를 혼자서 기르는 제실렌 가바(42)씨는 "3개의 교단이 남수단을 위해 뭉친 것이 평화를 위한 전환점이다.

그들의 방문이 우리에게 축복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故) 이태석 신부가 의료봉사 활동을 하며 제자들을 길러낸 남수단은 수십 년간의 내전 끝에 2011년 국민 투표를 통해 이슬람교도가 주류인 수단에서 분리 독립했지만, 이후에도 정부군과 반군 간 유혈 사태가 이어졌다.

2013년 살바 키르 대통령이 반군 지도자 출신의 리크 마차르 부통령을 쿠데타 모의 세력으로 지목하면서 양측간 갈등이 본격화했다.

이후 키르 대통령 지지자들과 마차르 추종자들의 무력 충돌로 약 40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수백만 명의 피란민이 발생했다.

2018년 에티오피아의 중재로 평화협정을 맺은 키르와 마차르는 2년간의 협상 끝에 지난 2020년 2월 연립정부를 구성했지만, 이후에도 양측간의 충돌로 내전이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는 꾸준히 제기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