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과 주요 7개국(G7), 호주가 러시아산 정제 유류제품 가격상한제를 5일(현지시간)부터 시행한다. EU는 러시아산 석유 제품의 수입도 전면 중단한다.

4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는 보도자료를 내고 G7·호주와 함께 디젤, 중유 등 러시아산 정제 유류제품에 대한 가격 상한선을 채택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디젤 등 원유에 프리미엄을 붙여 판매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은 배럴당 100달러 이하로, 중유 등 저부가가치 제품은 배럴당 45달러 이하로 판매해야 한다.

가격 상한제는 5일부터 시행된다. 상한선보다 비싼 가격에 러시아산 석유 제품을 해상 운송하는 회사들은 보험 및 금융사 이용이 금지된다. 화물 운송도 중지될 수 있다.

EU의 27개 회원국은 가격 상한제에 모두 동의했다. EU 집행위원회는 “가격 상한선 도입은 러시아의 수입에 훨씬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며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치를 수 있는 능력을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세계 에너지 시장을 안정화시켜 세계 각국에도 이익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제재는 지난해 12월 서방국가들이 도입한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에서 범위가 확대된 것이다. 약 1년째 우크라이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의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EU는 가격상한제와 별개로 이날부터 러시아산 석유 제품 수입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러시아로서는 EU의 수입 중단이 큰 타격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 전 EU의 디젤 수입의 반 이상은 러시아산이었다. EU 전체의 디젤 수요 중 10% 수준이다. 폴리티코는 “EU의 원유 수입 금지 이후 다른 국가들이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할 때 할인을 요구해 러시아의 수출 수입에 타격을 입히고 있다”며 “EU 관계자들은 석유 제품 금지가 비슷한 결과를 내길 바라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가격상한제를 앞둔 지난달 EU의 디젤 수입량은 820만t으로 역대 최대치였다. 때문에 당분간 수급에는 문제가 없지만 향후 공급 차질로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