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심의 통과…"법령개정 통해 독점 해소방안 검토"
60년 된 남산 케이블카, 독점운영 논란 속 200억 들여 개보수
가동한 지 60년이 넘은 남산 케이블카가 대규모 개보수 공사에 들어간다.

서울시 심의 과정에서 특정 업체의 독점운영이 논란이 됐으나 시는 안전 확보를 위해 일단 시설 개선을 허용하고, 독점 문제는 향후 법령 개정 등을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5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17일 열린 제1차 도시공원위원회에서 '남산1 근린공원 조성계획결정(변경) 및 경관심의(안)'을 조건부 가결했다.

이 안건은 남산 케이블카 운영업체인 한국삭도공업이 약 200억원을 들여 노후한 케이블카 설비를 개보수하는 내용이다.

한국삭도공업은 현재의 수동 제어시스템을 자동으로 바꾸고 이용객이 탑승하는 케빈도 신형으로 교체하면서 기존의 철탑형 지주를 2m가량 높일 계획이다.

해당 계획안은 작년 10월 도시공원위에 상정됐으나 심의 과정에서 일부 위원들의 반대 의견에 부딪혀 3개월간 보류됐다.

일부 위원들은 한국삭도공업이 대규모 개보수까지 하며 케이블카를 계속 운영하면 특혜 논란이 굳어질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가 별도로 추진하는 남산 곤돌라 사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한국삭도공업 측은 1961년 남산 케이블카 사업 허가를 받은 후 이듬해부터 60년 넘게 '가족회사' 형태로 사업을 대물림하며 독점적으로 운영해왔다.

사업 부지의 40%가량이 국유지이나 업체 측이 거둬들이는 이익의 극히 일부만 국유지 사용료로 납부하고 남산 관리나 환경 보전 등을 위한 공공기여에는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2008년 케이블카를 38인승에서 48인승으로 바꾸고 이후에도 간간이 개보수를 진행해왔지만 2019년 운행 부주의로 승객 7명이 다치는 등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도시공원위는 논의 과정을 거치며 당장 독점 문제를 해소할 마땅한 방안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현행법상 케이블카를 포함한 궤도사업은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허가·승인 등을 받게 돼 있으나 허가 연한에 대한 제한 규정은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2018년 케이블카 등의 운영기한을 30년으로 제한하고 이 기한을 초과해 운영 중인 케이블카는 재허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궤도운송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각종 이해관계가 맞물려 별다른 진전 없이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된 뒤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한 도시공원위원은 "안전을 위해 보강하겠다는 계획을 가로막을 명분이 없고 운영 기한을 둘 법적 근거도 없어 더는 안건 심의를 보류할 수 없다는 기류가 강했다"고 전했다.

60년 된 남산 케이블카, 독점운영 논란 속 200억 들여 개보수
다만 도시공원위는 실시설계와 공사 추진 과정에서 소위원회를 구성해 자문하고 식생조사와 훼손지 복원계획을 세울 때 전문가를 참여시켜 생태·경관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라는 조건을 제시했다.

철탑 보강과 관련해서는 안전성 확보 방안을 설계에 반영하라고 주문했다.

서울시에서 향후 추진할 곤돌라 사업 등 남산 관련 교통정책에 반대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지속적인 공공기여를 위해 노력하라는 조건도 달았다.

독점 논란과 관련해서는 추후 분야별 관련 부서에서 법령개정 등 방안을 마련해 검토하도록 했다.

향후 케이블카 독점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면 서울시의 남산 곤돌라 사업에도 지장이 생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재정부담을 줄이려 민간투자사업(BTO) 방식으로 진행할 경우 참여 업체에 수십 년간 또 다른 특혜성 운영권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서울시의회의 서울시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유사한 지적이 나왔다.

시 관계자는 "관리·감독 권한이 기초자치단체(중구)에 있어 시가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면서도 "2017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궤도운송법 개정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했으며, 올해도 개정 건의를 추가로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