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In] 활기찾는 명동 노점상…불법과 합법 사이 '9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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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허가제 도입 후 '도로점용료' 내고 격일제 영업
노점상들 "세금 안 내고 장사한다고?… 옛날얘깁니다"
지난달 16일 새벽 서울 중구 명동 한복판에서 노점상 철거작업이 이뤄졌다.
명동 한성화교소학교 옆 골목에서 수십 년째 장사하던 떡볶이집 등 노점상 7곳이 하룻밤 새 없어진 것이다.
학교 측이 고용한 리모델링 주관업체(철거업체)가 학교 부지 일부에서 운영하던 불법 가건물(건축물) 형태의 노점상들을 철거했다는 게 관할 구청 측의 설명이었다.
지난달 30일 오후 찾아간 철거 현장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화교소학교 뒤편 100여m 길이의 골목에서 철거된 노점상 자리에는 높이 2m가 넘는 회색 울타리가 세워졌고, '무단 점용 시 과태료 부과 및 강제 정비됨을 알려드린다'는 서울 중구청의 안내문이 놓여 있었다.
중구청 관계자는 "노점이나 위반 건축물 등에 대한 철거 대집행과 관련한 기록이 없어 정확한 파악은 힘들지만, 이처럼 대대적인 철거가 이뤄진 것은 관내뿐만 아니라 다른 자치구를 통틀어서도 극히 드문 일"이라고 전했다.
노점상이 철거된 지역의 맞은편 상점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부채와 가방 따위의 기념품을 파는 김현근 씨는 "철거를 기점으로 유동 인구가 확 줄었다"며 "며칠간은 구청 직원과 점포 주인 등이 나와 철거 잔해물을 두고 실랑이를 벌였지만 잔해물이 수거된 이후로는 그마저도 없다"고 말했다.
같은 날 지하철 4호선 명동역 6번 출구부터 명동 중심가로 이어지는 중앙로 거리에는 리어카 형태의 노점상(서울시 공식 명칭은 거리 가게) 수십 개가 늘어서 있었다.
닭고기꼬치와 추로스, 감자튀김 등 간식거리를 파는 매대마다 인파가 몰렸다.
대부분 외국인 관광객 차림이었다.
계란빵과 붕어빵을 파는 한 상인은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이전만큼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손님이 조금씩 늘고 있다"며 "중구청으로부터 영업 허가를 받고 각종 규제를 준수하면서 영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간판 아래에는 중구청에서 내준 도로점용 허가증이 붙어 있었다.
같은 명동 거리에서 어떤 노점은 철거를 당하고, 어떤 노점은 떳떳이 장사를 하는 것이다.
이처럼 노점상의 '불법'과 '합법'을 가르는 기준은 바로 도로점용 허가 여부다.
◇ 한때는 불법…허가제 도입 후 법 테두리 안으로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앞에서 만난 직장인 이모(36) 씨는 도로 건너편 명동거리에 늘어선 노점상을 가리키며 "허가를 받지 않고 세금도 안 내는 사실상 불법 영업 아니냐"며 "명동에서 비싼 임대료를 내는 사업주들과 비교하면 불공평한 처사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세간의 인식은 오해에 가깝다는 게 서울시나 자치구 관계자의 설명이다.
도로법 제55조가 규정한 점용 허가를 받을 수 있는 공작물에는 버스표 판매대와 구두 수선대, 자동판매기 등을 비롯해 노점이 포함됐다.
지자체 등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노점이라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영업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서울시 안전총괄실 보도환경팀 관계자는 "도로점용 허가를 받은 노점이라면 불법이라 단정할 수 없다"며 "적어도 도로법으로 따져봤을 때는 합법이 맞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점상은 불법이라는 인식은 옛날 생각일 뿐"이라며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려고 꾸준히 노력해온 결과 상당수 노점상이 정식 허가를 받고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6년 5월 서울 중구청도 서울시 지침에 따라 명동 노점상을 대상으로 '노점 실명제'를 도입했다.
기존 명동에서 노점을 계속해 온 사람을 대상으로 도로점용 허가를 내준 것이다.
'생계형 노점'은 보호하고, 여러 노점을 가지고 임대·매매를 통해 많은 돈을 버는 '기업형 노점'은 없애려는 취지였다.
도로점용 허가에 따른 점용료는 매대 위치와 크기 등에 따라 결정된다.
노점은 1인 1노점만 허용되며 본인이 직접 운영해야 하도록 했다.
양도, 임대, 위탁운영은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점용허가가 취소되는 등 제재를 받게 된다.
중구청에 따르면 명동 일대에서 도로점용 허가를 받은 노점상은 366개였다가 현재는 362개로 줄었다.
허가를 받았더라도 노점은 행인들의 동선 등을 고려해 격일제로 운영하도록 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불법 영업에 해당하던 노점을 명동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한시적으로 영업을 허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점상을 할 수 있는 구역은 지정된 공유지로 제한하고 있다.
노점 실명제 구간은 명동길과 중앙로, 충무로길, 1번가, 3번가 등 5곳이다.
앞서 한성화교학교 근처 노점들이 철거된 이유도 도로점용 허가 없이 영업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중구청과 학교 관계자들이 설명했다.
노점상이 있던 장소가 학교 사유지 일부와 도로 일부였을뿐더러 허가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학교 측이 고용한 철거업체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학교 건물이 70년이 넘어서 보강공사가 시급했다"며 "지난해 6월부터 노점상 점주에게 리모델링 공사를 이유로 여러 차례 자진 철거를 권고했지만 듣질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로 인해 불법 가건물에 대한 우려가 커지지 않았느냐"면서 강제 철거에 나설 수밖에 없었음을 강조했다.
◇ "'공짜로 장사' '돈 많이 번다는 소문'은 모두 오해" 노점상 관련 제도와 상황이 달라지고 있지만, 사회적 시선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고 상인들은 하소연한다.
명동에서 크루아상을 팔고 있는 노점상 주인 임재화(57) 씨는 "예전이라면 몰라도 이제 주변 매장과 노점은 상부상조하는 관계"라며 "건물에 들어선 매장과 근처 노점상에서 판매하는 상품 품목이 거의 겹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명동 노점상인 연합회인 '명동 복지회'에 따르면 노점상 3분의 2는 먹거리, 나머지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기념품 판매대로 구분된다.
식당들이 몰려 있는 곳에는 음식 영업을 피하는 방식으로 주변 상권과 상생을 도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임씨는 "위치나 매대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연간) 90만원 정도의 도로 이용료를 내고 영업하고 있다"며 "세간에 알려진 대로 세금 안 내고 돈 많이 번다는 속설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중구청 관계자도 도로점용료가 1년에 90만원 안팎이라고 확인했다.
최근 들어 식용유 가격이나 가스비, 밀가루값 등 대부분 재료 가격이 곱절 이상 뛰었지만, 매출은 아직 불경기 여파와 중국인 입국 제한 등의 여파로 신통치 않다는 게 상인들의 얘기다.
30년 가까이 명동에서 장사를 해왔다고 밝힌 임씨는 "최근 평일과 주말의 일일 매출은 각각 10만원대와 15만원 정도에 불과하다"며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매출이)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도시연구소가 민주노점상전국연합과 전국노점상총연합에 가입한 노점운영 106가구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79.2%가 코로나19 확산이 노점 영업 일수와 시간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노점 운영 소득이 감소했는지를 묻는 문항에서 응답자의 81.0%는 '매우 그렇다'고 답했고, 15.2%는 '그렇다'고 답해 96.2%가 소득감소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 "노점상도 명동의 명물"…상생할 방법 없을까
명동을 비롯해 서울 곳곳의 거리에서 행인의 발걸음을 붙잡았던 노점상은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 거리가게(노점)는 2018년 6천669개, 2019년 6천296개, 2020년 6천79개, 2021년 5천762개, 2022년 5천443개로 매년 줄고 있다.
명동이 있는 중구 지역도 같은 기간 1천53개에서 999개까지 감소했다.
서울시 안전총괄실 관계자는 "노점상의 신규 발생을 강력하게 억제하면서 자연스럽게 감소를 유도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노점 운영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도로 점용허가가 취소되고, 생계난에 처한 배우자 정도를 제외하고는 자식이나 부모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노점을 양도할 수 없도록 한 가이드라인이 실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이강수 명동 복지회 총무는 "극단적으로 말해서 몇십 년 후에는 노점상을 찾아볼 수 없게 된다는 의미"라며 "우리도 명동의 명물 중 하나인데…"라며 아쉬워했다.
유튜브 채널에 명동 거리 음식(myeongdong street food)을 검색하면 명동 노점상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남긴 후기 영상 수십 개가 뜬다.
이 중 일부는 조회 수가 900만 회에 달할 정도로 반응도 뜨겁다.
지난달 30일 명동 거리에서 만난 한 말레이시아 관광객은 한국에 입국하자마자 이곳을 찾았다면서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에서 명동의 길거리 음식 리뷰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명동의 먹거리 노점이 특정 공간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을 정도로 유명해졌지만 같은 지역에서 점포 영업을 하는 상인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외국인을 상대로 기념품 등을 파는 잡화점 주인은 "장사가 잘되기 위한 기본 조건은 많은 유동 인구"라며 "노점상이 명동에 활기를 불어넣는 데 일조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명동성당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비싼 임대료와 인건비를 내면서 장사하는 우리와 달리 노점상은 큰 비용 부담이 없다"며 "억울할 따름"이라고 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노점상 영업이 재개되면서 이를 둘러싼 다양한 사회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며 "대표적인 예가 주변 상권과의 갈등인데 허가제를 통한 지정된 구역 내 영업 등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세우는 방식으로 지자체가 적절히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또 "주변 상권과 업종이 겹치지 않는 판매 품목 협의, 보행자의 동선에 불편을 주지 않는 매대 위치 조정 등 현실적인 묘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노점상들 "세금 안 내고 장사한다고?… 옛날얘깁니다"
지난달 16일 새벽 서울 중구 명동 한복판에서 노점상 철거작업이 이뤄졌다.
명동 한성화교소학교 옆 골목에서 수십 년째 장사하던 떡볶이집 등 노점상 7곳이 하룻밤 새 없어진 것이다.
학교 측이 고용한 리모델링 주관업체(철거업체)가 학교 부지 일부에서 운영하던 불법 가건물(건축물) 형태의 노점상들을 철거했다는 게 관할 구청 측의 설명이었다.
지난달 30일 오후 찾아간 철거 현장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화교소학교 뒤편 100여m 길이의 골목에서 철거된 노점상 자리에는 높이 2m가 넘는 회색 울타리가 세워졌고, '무단 점용 시 과태료 부과 및 강제 정비됨을 알려드린다'는 서울 중구청의 안내문이 놓여 있었다.
중구청 관계자는 "노점이나 위반 건축물 등에 대한 철거 대집행과 관련한 기록이 없어 정확한 파악은 힘들지만, 이처럼 대대적인 철거가 이뤄진 것은 관내뿐만 아니라 다른 자치구를 통틀어서도 극히 드문 일"이라고 전했다.
노점상이 철거된 지역의 맞은편 상점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부채와 가방 따위의 기념품을 파는 김현근 씨는 "철거를 기점으로 유동 인구가 확 줄었다"며 "며칠간은 구청 직원과 점포 주인 등이 나와 철거 잔해물을 두고 실랑이를 벌였지만 잔해물이 수거된 이후로는 그마저도 없다"고 말했다.
같은 날 지하철 4호선 명동역 6번 출구부터 명동 중심가로 이어지는 중앙로 거리에는 리어카 형태의 노점상(서울시 공식 명칭은 거리 가게) 수십 개가 늘어서 있었다.
닭고기꼬치와 추로스, 감자튀김 등 간식거리를 파는 매대마다 인파가 몰렸다.
대부분 외국인 관광객 차림이었다.
계란빵과 붕어빵을 파는 한 상인은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이전만큼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손님이 조금씩 늘고 있다"며 "중구청으로부터 영업 허가를 받고 각종 규제를 준수하면서 영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간판 아래에는 중구청에서 내준 도로점용 허가증이 붙어 있었다.
같은 명동 거리에서 어떤 노점은 철거를 당하고, 어떤 노점은 떳떳이 장사를 하는 것이다.
이처럼 노점상의 '불법'과 '합법'을 가르는 기준은 바로 도로점용 허가 여부다.
◇ 한때는 불법…허가제 도입 후 법 테두리 안으로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앞에서 만난 직장인 이모(36) 씨는 도로 건너편 명동거리에 늘어선 노점상을 가리키며 "허가를 받지 않고 세금도 안 내는 사실상 불법 영업 아니냐"며 "명동에서 비싼 임대료를 내는 사업주들과 비교하면 불공평한 처사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세간의 인식은 오해에 가깝다는 게 서울시나 자치구 관계자의 설명이다.
도로법 제55조가 규정한 점용 허가를 받을 수 있는 공작물에는 버스표 판매대와 구두 수선대, 자동판매기 등을 비롯해 노점이 포함됐다.
지자체 등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노점이라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영업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서울시 안전총괄실 보도환경팀 관계자는 "도로점용 허가를 받은 노점이라면 불법이라 단정할 수 없다"며 "적어도 도로법으로 따져봤을 때는 합법이 맞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점상은 불법이라는 인식은 옛날 생각일 뿐"이라며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려고 꾸준히 노력해온 결과 상당수 노점상이 정식 허가를 받고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6년 5월 서울 중구청도 서울시 지침에 따라 명동 노점상을 대상으로 '노점 실명제'를 도입했다.
기존 명동에서 노점을 계속해 온 사람을 대상으로 도로점용 허가를 내준 것이다.
'생계형 노점'은 보호하고, 여러 노점을 가지고 임대·매매를 통해 많은 돈을 버는 '기업형 노점'은 없애려는 취지였다.
도로점용 허가에 따른 점용료는 매대 위치와 크기 등에 따라 결정된다.
노점은 1인 1노점만 허용되며 본인이 직접 운영해야 하도록 했다.
양도, 임대, 위탁운영은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점용허가가 취소되는 등 제재를 받게 된다.
중구청에 따르면 명동 일대에서 도로점용 허가를 받은 노점상은 366개였다가 현재는 362개로 줄었다.
허가를 받았더라도 노점은 행인들의 동선 등을 고려해 격일제로 운영하도록 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불법 영업에 해당하던 노점을 명동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한시적으로 영업을 허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점상을 할 수 있는 구역은 지정된 공유지로 제한하고 있다.
노점 실명제 구간은 명동길과 중앙로, 충무로길, 1번가, 3번가 등 5곳이다.
앞서 한성화교학교 근처 노점들이 철거된 이유도 도로점용 허가 없이 영업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중구청과 학교 관계자들이 설명했다.
노점상이 있던 장소가 학교 사유지 일부와 도로 일부였을뿐더러 허가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학교 측이 고용한 철거업체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학교 건물이 70년이 넘어서 보강공사가 시급했다"며 "지난해 6월부터 노점상 점주에게 리모델링 공사를 이유로 여러 차례 자진 철거를 권고했지만 듣질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로 인해 불법 가건물에 대한 우려가 커지지 않았느냐"면서 강제 철거에 나설 수밖에 없었음을 강조했다.
◇ "'공짜로 장사' '돈 많이 번다는 소문'은 모두 오해" 노점상 관련 제도와 상황이 달라지고 있지만, 사회적 시선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고 상인들은 하소연한다.
명동에서 크루아상을 팔고 있는 노점상 주인 임재화(57) 씨는 "예전이라면 몰라도 이제 주변 매장과 노점은 상부상조하는 관계"라며 "건물에 들어선 매장과 근처 노점상에서 판매하는 상품 품목이 거의 겹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명동 노점상인 연합회인 '명동 복지회'에 따르면 노점상 3분의 2는 먹거리, 나머지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기념품 판매대로 구분된다.
식당들이 몰려 있는 곳에는 음식 영업을 피하는 방식으로 주변 상권과 상생을 도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임씨는 "위치나 매대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연간) 90만원 정도의 도로 이용료를 내고 영업하고 있다"며 "세간에 알려진 대로 세금 안 내고 돈 많이 번다는 속설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중구청 관계자도 도로점용료가 1년에 90만원 안팎이라고 확인했다.
최근 들어 식용유 가격이나 가스비, 밀가루값 등 대부분 재료 가격이 곱절 이상 뛰었지만, 매출은 아직 불경기 여파와 중국인 입국 제한 등의 여파로 신통치 않다는 게 상인들의 얘기다.
30년 가까이 명동에서 장사를 해왔다고 밝힌 임씨는 "최근 평일과 주말의 일일 매출은 각각 10만원대와 15만원 정도에 불과하다"며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매출이)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도시연구소가 민주노점상전국연합과 전국노점상총연합에 가입한 노점운영 106가구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79.2%가 코로나19 확산이 노점 영업 일수와 시간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노점 운영 소득이 감소했는지를 묻는 문항에서 응답자의 81.0%는 '매우 그렇다'고 답했고, 15.2%는 '그렇다'고 답해 96.2%가 소득감소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 "노점상도 명동의 명물"…상생할 방법 없을까
명동을 비롯해 서울 곳곳의 거리에서 행인의 발걸음을 붙잡았던 노점상은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 거리가게(노점)는 2018년 6천669개, 2019년 6천296개, 2020년 6천79개, 2021년 5천762개, 2022년 5천443개로 매년 줄고 있다.
명동이 있는 중구 지역도 같은 기간 1천53개에서 999개까지 감소했다.
서울시 안전총괄실 관계자는 "노점상의 신규 발생을 강력하게 억제하면서 자연스럽게 감소를 유도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노점 운영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도로 점용허가가 취소되고, 생계난에 처한 배우자 정도를 제외하고는 자식이나 부모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노점을 양도할 수 없도록 한 가이드라인이 실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이강수 명동 복지회 총무는 "극단적으로 말해서 몇십 년 후에는 노점상을 찾아볼 수 없게 된다는 의미"라며 "우리도 명동의 명물 중 하나인데…"라며 아쉬워했다.
유튜브 채널에 명동 거리 음식(myeongdong street food)을 검색하면 명동 노점상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남긴 후기 영상 수십 개가 뜬다.
이 중 일부는 조회 수가 900만 회에 달할 정도로 반응도 뜨겁다.
지난달 30일 명동 거리에서 만난 한 말레이시아 관광객은 한국에 입국하자마자 이곳을 찾았다면서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에서 명동의 길거리 음식 리뷰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명동의 먹거리 노점이 특정 공간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을 정도로 유명해졌지만 같은 지역에서 점포 영업을 하는 상인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외국인을 상대로 기념품 등을 파는 잡화점 주인은 "장사가 잘되기 위한 기본 조건은 많은 유동 인구"라며 "노점상이 명동에 활기를 불어넣는 데 일조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명동성당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비싼 임대료와 인건비를 내면서 장사하는 우리와 달리 노점상은 큰 비용 부담이 없다"며 "억울할 따름"이라고 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노점상 영업이 재개되면서 이를 둘러싼 다양한 사회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며 "대표적인 예가 주변 상권과의 갈등인데 허가제를 통한 지정된 구역 내 영업 등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세우는 방식으로 지자체가 적절히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또 "주변 상권과 업종이 겹치지 않는 판매 품목 협의, 보행자의 동선에 불편을 주지 않는 매대 위치 조정 등 현실적인 묘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