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성호 메디센텍 대표(왼쪽 세 번째)가 김재건 연구소장(왼쪽 네 번째), 직원들과 세계 최초로 개발한 수질측정기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오경묵 기자
공성호 메디센텍 대표(왼쪽 세 번째)가 김재건 연구소장(왼쪽 네 번째), 직원들과 세계 최초로 개발한 수질측정기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오경묵 기자
30여 년 역사를 지닌 경북대의 축적된 센서 연구가 의료·환경·농업 분야의 기술 혁신과 장비 국산화를 이끌고 있다.

공성호 경북대 전자공학부 교수가 2019년 창업한 메디센텍은 실시간 다중수질측정기(환경·물산업)와 표재정맥가시화기기(의료) 개발에 성공했다고 1일 발표했다. 두 장비 모두 핵심기술을 국산화한 것으로 1990년대부터 센서기술을 연구해온 경북대의 첨단 센서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표재정맥가시화기기는 혈관(표재정맥)의 형태를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피부 위에 실시간으로 투사하는 광학의료기기다. 정맥주사를 놓을 때 가이드 역할을 하고 성형외과에서 혈관을 피해 필러를 주입할 때 유용하다. 공 대표는 “미국산 제품이 대당 1200만원이지만 800만원대에 출시했다”고 밝혔다.

물산업과 환경 분야에서 주목받는 메디센텍의 또 다른 핵심 제품은 실시간 다중수질측정기다. 가로세로 폭 1~3m 크기의 기존 수질측정기를 대체할 수 있는 30㎝ 내외의 초소형 수질측정기다. 가격은 대당 1억원대인 외국산의 15% 수준인 1500만원이며 극소량의 시료로 짧은 시간(실시간) 안에 분석이 가능하다. 초소형 실시간 다중수질측정을 가능하게 한 비결은 실험실에서 수행하는 분리, 혼합, 반응, 분석 등 복잡한 과정을 하나의 칩에서 구현한 랩온어칩(LOC·lab-on-a-chip) 기술 덕분이다.

공 대표는 낙동강 수질 문제 및 녹조와 관련해 “같은 예산으로 현재 50㎞마다 설치된 측정기를 5~10㎞마다 설치할 수 있어 오염사고 발생 시 오염원 추적이 빠르다”고 말했다. 회사는 국내 수요 10만 개의 10%만 점유해도 1500억원의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추산했다.

메디센텍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취수원고도화 사업에 참여해 지난해부터 국가물산업클러스터에서 실증하고 있다. 총인(TP), 총질소(TN), 총유기탄소(TOC)를 측정한 결과 외산 장비와 동등한 고정밀 측정기능을 구현했다.

공 대표는 “TOC 측정은 해외 의존도가 높은 기술이었으나 ‘CO2 농도에 비례한 발색법’이라는 세계 최초의 신기술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한국센서학회장을 맡고 있는 공 대표는 “수질측정기의 국산화를 위해 4년간 10억원의 연구개발(R&D) 비용을 투입했다”며 “기업 기술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정부도 신기술 제품의 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디센텍과 경북대는 정밀센서 기술을 농축산 분야에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공 대표는 “최근 스마트팜 등 농업 혁신이 활발하지만 정밀농업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정밀농업을 실현할 수 있는 지능형 시비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공 대표는 “센서 기술을 적용하면 과다한 비료 사용으로 인한 생산비 증가와 하천수의 부영양화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