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사 유상증자, 마감 하루 남기고 청약률 3% 그쳐
인도 아다니그룹, 공매도 여파…3거래일간 시총 83조원 증발
미국 공매도 업체 힌덴버그 리서치의 공매도 보고서 여파로 세계적 갑부 가우탐 아다니 회장이 이끄는 인도 아다니 그룹 주식의 시가총액이 3거래일 만에 83조원 넘게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3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날까지 공매도 보고서 발표 후 3거래일 동안 날아간 시총 규모가 680억 달러(약 83조6천억원)를 넘긴 상태다.

전날 인도 증시에서는 아다니 토탈가스, 아다니 그린에너지 주가가 20%가량 빠지는 등 그룹 주요 기업 5곳의 주가가 5∼20% 하락했다.

다만 그룹 주력사로 직전 거래일에 18.52% 급락했던 아다니 엔터프라이즈 주가는 이날 등락 끝에 4.76% 상승으로 장을 마쳤다.

힌덴버그 보고서는 아다니 엔터프라이즈의 25억 달러(약 3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앞두고 공개됐으며, 이 회사 주가의 30일 종가(2,892.85루피)는 여전히 유상증자 공모가 하단(3,112루피)을 밑도는 상황이다.

인도 증시에서는 통상적으로 일반공모 마지막 날 청약이 몰리는 경향이 있지만, 청약률은 31일 일반공모 마감을 앞두고 전날 오후까지 3% 정도에 머물고 있다.

다만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알 나흐얀 왕가의 투자회사인 '인터내셔널 홀딩 코'(IHC)가 이번 유상증자에 14억 디르함(약 4천689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혀 그나마 아다니 그룹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앞서 힌덴버그 리서치는 지난 24일 아다니 그룹이 주가 조작·분식회계에 관여해왔다고 지적하는 보고서를 내놓고 기업가치 하락에 베팅하는 매도 포지션을 보유 중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아다니 그룹 핵심 상장사들의 부채가 과도해 전체 그룹의 재무 기반이 불안정하다면서 7개 상장사의 주가가 지나치게 고평가된 만큼 기업 기초여건(펀더멘털)과 경쟁사 주가를 고려하면 85% 이상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아다니 그룹이 주가조작과 분식회계에 관여해 왔으며 모리셔스 등 역외 조세회피처 소재 사업체를 부적절하게 이용했다고 비판했다.

보고서 공개 후 첫 거래일이었던 25일 하루에만 아다니 그룹의 10개 상장사 시총 120억달러(약 14조7천억원)가 사라졌고, 26일 공휴일 휴장 이후 27일에도 하락세가 이어졌다.

아다니 그룹은 29일 413쪽에 이르는 해명자료를 내고 힌덴버그 측이 제기한 88개 문제 가운데 65개가량은 이미 공시에 나온 내용이라면서 "계산된 증권사기"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힌덴버그 측은 답변이 구체적이지 않고 핵심을 무시했다며 반박했고, 아다니 그룹의 대응은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에 역부족이었다.

채권시장에서도 전날 아다니 항만·특별경제구역의 2027년 8월 만기 달러채권 가격이 달러당 5센트 떨어진 73.03센트를 기록하는 등 아다니 그룹 회사채 가격 하락세가 이어졌다.

작년 한때 세계 부자 순위 2위에 오른 아다니 회장의 재산도 그룹사 주가 급락으로 줄어 이날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서 그의 순위는 11위(844억 달러·약 104조원)까지 떨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