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 자산 매각 어려워져…부동산 투자펀드 만기연장 사례↑
해외 실물자산은 정보 접근 더 제약…투자자 부담 커진다
경기둔화 속 실물펀드 리스크 부각…정보 부족도 불안 키워
최근 경기 둔화 우려 속에 부동산·선박·유전 등 다양한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대체투자 펀드의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경기 침체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돌발 변수도 늘면서 실물자산 매각이 예상보다 늦어지거나 수익성에 타격을 입는 사례가 나오고 있어서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투자대상이 된 실물자산 종류나 매각 시기 등에 따라 대체투자 펀드의 수익 성적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가령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지난해 10월 미국 중부·동부 물류센터 6곳에 투자하는 피투자 펀드에 재간접 투자하는 방식의 펀드를 약 35% 수익률로 조기 청산했다.

설정액 2천억원 규모인 이 펀드의 만기는 애초 7년이었지만 투자 대상 물류센터들이 지난해 7월 예상보다 일찍 매각되면서 3년 4개월 만에 청산 절차를 밟았다.

이 운용사 관계자는 "만기가 7년이지만 목표 매각 시점은 5년이었는데 그보다도 일찍 청산한 셈"이라며 "다행스럽게도 부동산 시장이 본격적으로 어려워지기 전에 자산이 처분돼 매각 시점이 양호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반대로 최근 매각 시점을 놓친 운용사들은 골머리를 앓는 분위기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부동산의 경우 금리가 과도하게 오르면서 예상보다 불리한 여건이 조성돼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사모펀드의 경우 펀드 참여자들이 '시장을 좀 더 지켜보자'고 합의해 만기를 연장하고 매각 시점을 늦추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도 미국 텍사스 유전에 투자한 펀드의 만기를 오는 3월에서 2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만기를 늦춰 확보한 기간에 지분을 매각하고 보험금을 수령해 투자금을 분배한다는 계획이다.

경기 침체기에는 자금 조달이 워낙 어려워지는 만큼 예정에 맞춰 자금을 회수할 수 없는 '만기 연장 리스크'는 투자자에게 상당한 재정적 피해를 줄 수 있다.

대체투자 펀드 특성상 중도 환매가 어렵다 보니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에 마땅히 대응하기 어렵다는 문제점도 있다.

가령 A 운용사는 지난 2018년 6월 건대입구역 인근에 CGV가 입점한 한 복합상가에 투자해 임대수익을 추구하는 펀드 상품을 내놨다.

하지만 2020년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본격 확산하며 주요 임차인이었던 CGV와 관련 부대시설의 수익이 악화하자 이 펀드의 수익률도 마이너스가 됐다.

현재는 건물 매각 시점을 타진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좋을 때는 시장에 돈이 풍부하기 때문에 자산 매매가 비교적 쉽게 진행되지만, 지금과 같은 불경기에는 옥석 가리기가 더욱 엄격해진다"며 "이에 침체기에는 대체투자 펀드도 어려움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투자자의 정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 역시 대체투자 펀드의 주요 리스크다.

독일 헤리티지 펀드 사태가 대표적 사례다.

독일 내 문화적 가치가 있는 낡은 건물에 투자할 목적으로 조성됐으나 4천800억원대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했다.

이를 두고 금융 당국은 애초 해외 운용사가 펀드의 중요한 부분에 대해 거짓·과장이 포함된 상품제안서를 만들었고, 이에 따라 국내 판매사들은 독일 시행사의 신용도와 재무 상태를 우수하다고 설명해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했다고 지적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령 주식은 상장사가 정기적으로 공시 의무를 이행하고 증권사 종목 보고서도 발행되는 등 정보 접근 경로가 다양하지만, 실물자산 특히 해외에 있는 자산은 충분한 정보 없이 투자 판단을 내려야 할 때가 많아 투자자의 부담이 훨씬 커지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