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성 논란 등 지상파 한계 넘어…"MC 없는 진행 좋다" 반응도
OTT 콘텐츠 제작 뛰어드는 방송사…"방송사-OTT '윈윈' 점점 확대"
MBC가 만든 넷플릭스 '피지컬: 100'…"글로벌 염두에 두고 제작"
#1. 천장에 설치된 구조물에 건장한 몸을 지닌 이들이 이를 악물고 매달려있다.

팔 근육이 터질듯한 고통을 참으면서 옆 사람보다 조금이라도 더 버티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2. 어떤 규칙도 없는 일대일 대결장. 상대의 목에 팔을 걸어 조르고, 허벅지 사이에 상대의 다리를 끼워 넣고 압박해 도망가지 못 하게 한다.

과격한 대결을 벌이다 팔꿈치로 상대의 턱을 세게 쳐 대결이 중단되기도 한다.

근육으로 다져진 몸매를 드러낸 이른바 '몸짱' 100명이 누가 더 힘이 센지 겨루는 넷플릭스 새 예능 '피지컬: 100' 인기가 심상치 않다.

29일 OTT 업계에 따르면 '피지컬 100'은 지난 24일 공개된 첫 주 넷플릭스 대한민국 TOP(톱)10 시리즈 1위에 올랐고,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의 넷플릭스 TV 시리즈 글로벌 순위 10위권에 들었다.

'피지컬: 100'은 말 그대로 '몸싸움'이다.

씨름, 이종격투기 등 특정 운동 종목의 규칙을 따르는 경기가 아닌 오로지 몸으로만 승부를 본다.

서바이벌의 목적도 가장 강력한 피지컬을 가진 최고의 '몸'을 찾기 위한 것이다.

참가자 100명의 면면도 화려하다.

이종격투기선수 추성훈, '도마 황제'로 불리는 전 국가대표 체조선수 양학선, 평창 동계올림픽 스켈레톤 금메달리스트 윤성빈 등 유명 운동선수부터 보디빌더, 유튜버, 소방관, 전직 해군특수전전단(UDT) 등이 출연한다.

이들의 살벌한 몸싸움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마치 '오징어 게임' 같다는 반응도 나온다.

시청자들은 "역시 넷플릭스 콘텐츠답게 연출이며 편집, 음악까지 아주 흥미진진하게 잘 뽑았다", "쓸데없이 잡담하는 MC나 게스트가 없어서 좋다"며 TV 예능과 차별화된 지점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기존의 예능 수위를 훌쩍 뛰어넘고, 제작 규모가 큰 이 프로그램을 지상파 방송국인 MBC가 제작사 루이웍스미디어와 함께 제작했다는 것이다.

연출을 맡은 장호기 PD는 MBC 다큐멘터리팀 소속으로 MBC 'PD수첩', '먹거리 X파일' 등을 만들었다.
MBC가 만든 넷플릭스 '피지컬: 100'…"글로벌 염두에 두고 제작"
박성제 MBC 사장은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피지컬: 100'을 소개하며 "처음부터 글로벌시장을 염두에 두고 기획해서 1년 넘게 공을 들였다"며 "제작비도 웬만한 드라마만큼 투입해 대한민국 리얼리티 콘텐츠 사상 가장 큰 스케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실제 방송사들이 TV 채널에만 주력하던 시절은 일찌감치 막을 내렸다.

각 방송사는 유튜브 채널이나 자사 스튜디오를 통한 TV 편성 이외의 콘텐츠를 생산해 유통하고 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는 그 콘텐츠를 유통하는 플랫폼 중 하나다.

앞서도 MBC는 넷플릭스 예능 '먹보와 털보'도 제작했다.

당시 MBC 재직 중이던 김태호 PD가 연출을 맡았다.

넷플릭스 최고 예능 히트작 '솔로지옥'은 JTBC가 제작에 참여했고, 백종원이 진행한 '백스피릿'은 tvN을 가진 CJ ENM이 제작했다.

올해 OTT 라인업을 봐도 웨이브는 2021년 MBC에 편성했던 두뇌 서바이벌 '피의 게임' 시즌 2를 이번에는 단독 공개한다.

연출은 시즌1과 마찬가지로 현정완 MBC PD가 맡는다.

또 배정훈 SBS PD가 연출한 '국가수사본부'도 웨이브에서 공개한다.

'국가수사본부'는 경찰의 범죄 수사 과정을 직접 카메라로 담은 다큐다.

티빙이 지난 27일 공개한 예능 '만찢남'은 MBC 산하 제작사인 MBC D.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가 제작했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이제는 TV 광고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왔기 때문에 채널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이 많아지고 있다"며 "소속 PD들은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어하는데, 이들이 만든 콘텐츠를 모두 TV에 편성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MBC가 만든 넷플릭스 '피지컬: 100'…"글로벌 염두에 두고 제작"
지상파가 OTT로 시선을 옮기는 데는 자사 TV 채널의 한계도 있다.

지상파 TV 프로그램 제작에는 온라인이나 OTT 콘텐츠보다 제약이 많이 따른다.

TV는 대중을 대상으로 하므로 폭력성, 선정성 등에서 수위 조절을 해야 하고, 새롭고 독특한 소재보다는 다수에게 익숙한 소재를 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피지컬: 100'만 보더라도 MBC에 편성됐다면 폭력성 논란을 피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참가자들 몸에 있는 문신도 모두 모자이크 처리해야 하고, 긴장감이 팽팽한 순간 참가자들 사이에서 터져 나오는 욕설 섞인 발언이나 다소 거친 행동들도 모두 덜어내야 한다.

한 OTT 관계자는 "방송사들이 산하 스튜디오를 늘리고 콘텐츠를 제작하는 추세여서 OTT와 방송사가 같이 만드는 프로그램은 계속 늘어날 것 같다"며 "OTT 입장에서는 방송사의 오랜 제작 경험을 활용할 수 있고, 방송사에서는 새로운 시청자를 확보할 수 있으니 윈윈"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