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상을 떠난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유작 '별의 지도'도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하늘에 있는 별을 보다가 '서시'를 쓴 시인 윤동주를 떠올리고, 시(詩) 속에 담긴 정신을 되새기다가 '맹자'를 생각하고, 그의 사상을 숙고하던 중 천지인(天地人)의 '삼재'(三才) 사상으로 생각의 길이 흐르며, 이 셋의 덕목을 다 갖춘 성인(聖人)을 생각하다가 플라톤의 철인정치로 생각의 물꼬를 튼 후 '국가'와 리더를 떠올리던 중 민족 국가의 폐해를 짚고, 휴머니즘의 필요성을 역설하다가, 사람의 꿈과 희망과 사랑을 언급하는 식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모두 여섯 권으로 기획된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다.
저자는 흐르는 생각을 굳이 잡으려 하지 않고, 그 속을 유영한다.
그는 생각의 나그네다.
그는 신념에 사로잡히지 않는다.
신념은 답이 정해져 있기에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는 "오늘도 내일도 변하지 않는 신념을 가진 사람은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는 "신념 속에 빠져 거짓 휴식에 취하지 말고 변화무쌍한 진짜 세계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진리는 나그네의 것"이다.
파람북. 236쪽.
▲ 픽사, 위대한 도약 = 로렌스 레비 지음. 강유리 옮김. 픽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영화 제작사다.
'토이 스토리' 시리즈를 비롯해 '업', '인크레더블', '인사이드 아웃' 등 수많은 영화가 흥행과 작품성을 모두 건져 올렸다.
시장에서는 픽사가 만들면 무언가 다르다는 인식이 생겼다.
픽사의 성공은 뛰어난 스토리텔링, 예술성, 창의력에 밑바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정답지의 절반에 불과하다고 픽사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저자는 말한다.
픽사를 세계 최고 수준의 스튜디오로 끌어올린 나머지 절반은 "현실적인 생존 압박"이었다.
다시 말해 그들은 자금을 모으고, 영화표를 팔며, 제작 속도를 앞당겨야 했다.
새가 좌우의 날개로 날아가는 것처럼, 픽사의 비상도 '창의력'이라는 한쪽 날개와 '생존 압박'이라는 다른 날개의 힘 덕택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유엑스리뷰. 360쪽.
▲ 과부하 시대 = 로라 판 더누트 립스키 지음. 문희경 옮김.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일상. 현대인은 피곤하다.
많은 이들이 무기력을 호소한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게 미덕인 사회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과중한 업무, 악화하는 환경, 치열한 경쟁 등 곳곳이 지뢰밭이다.
자신의 마음을 알지 못한 채 앞만 보고 내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울화가 치밀어 폭발할 수도 있다.
정신의학 권위자인 저자는 상처에 휩싸여 모든 신경을 뺏길 것 같을 때, 잠깐의 휴식을 취하자고 제안한다.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고, 옷차림을 고르거나 물병을 채우는 일 등 작은 일에 집중해 보자고 말한다.
과부하에 처해 있음을 인지하는 것은 회복의 시작이다.
길벗. 272쪽.
▲ 아이들 나라의 어른들 세계 = 박민영·박상민·손요한·한은혜 지음. 학교가 끝난 후 아이가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교사들의 고민이 시작된다.
책은 도토리 마을 '방과 후 수업'에서 아이들과 함께해 온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아이들과 온몸으로 부대끼며 하루하루 생활하는 돌봄 노동자이자 단단한 교육 철학을 지닌 학교 밖 선생님들이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일상을 전하고, 거기서 배우고 느끼는 것들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책에는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아이들 나라의 어른'인, 교사들의 기쁨과 슬픔, 어려움과 좌절, 고민과 성찰이 담겼다.
배우 선우용여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죽고 나서 납골당에는 안 가려 한다”며 수목장을 원한다고 했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개그계 대부 전유성도 허례허식을 싫어하는 생전의 소탈한 성품대로 자신의 장례를 수목장으로 해달라고 밝히기도 했다. 모두 ‘자연으로 돌아가는 삶의 마무리’를 원한다는 것으로, 중장년층과 시니어들에게 큰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다.‘웰다잉 문화’가 확산하면서 스스로 안식처를 택하는 액티브 시니어들이 늘고 있다. 자녀에게 부담을 덜 주고, 삶의 마지막을 존엄하게 스스로 준비해 가족들에게 아름다운 기억을 남겨주려는 생각에서다. 사전 장묘 준비가 자연스러운 ‘생애 설계’의 일환으로 떠오른 이유다.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사전 장지 상담에서 50~70대 시니어 본인이 직접 방문하는 비율이 눈에 띄게 늘었다. 주로 자녀가 장지를 선택하던 기존 관습과 달리 본인이 주도적으로 시설을 비교하고 결정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다. “자식들 고생시키기 싫다”거나 “취향에 맞는 곳을 택하고 싶다”는 이유가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장경훈 한라대 미래콘텐츠 연구교수는 “경제적 자립도와 정보 접근성이 높은 액티브 시니어 세대에게 죽음은 회피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설계하는 삶의 한 장”이라며 “자신의 장지를 미리 결정하는 것은 타인에 대한 배려이자 자신의 삶 전체를 완성하는 행위로 인식되고 있다”고 풀이했다.삶의 마무리를 생전에 자신의 의지대로 정하는 게 핵심. 전통적인 묘지 매장 방식은 유지·보수 때문에 후손들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40대 직장인 김모 씨
우리가 아는 아트페어의 모습은 대개 이렇다. 전시장에 빼곡하게 사각형 부스를 채워놓고 그 사이로 관객이 줄을 맞춰 이동한다. 조금만 둘러보면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반복해서 튀어나온다. 부스 임차료 부담이 크기 때문에 비싼 작품을 판매하는 것이 중심이 된다.오는 21일부터 나흘간 서울 강서구 코엑스 마곡에서 열리는 ‘하이브 아트페어’는 색다른 전략을 들고나왔다. 부스 모양을 사각형 대신 육각형으로 바꿔 보다 자유로운 동선을 유도했다. 심사를 통해 참가 자격을 부여하면 부스 임대료도 받지 않는다. 파격적 운영 방법을 내세운 신설 아트페어가 한국 미술시장에 어떤 충격을 줄지가 요즘 미술계의 화제다. ◇부스 위치 선택권 최대 200만원기존 아트페어는 대형 컨벤션센터를 빌린 뒤 수십, 수백 개의 사각형 공간을 만들고 화랑들에 이를 임대한다. 화랑들은 면적에 따라 부스비를 내는데 부스 위치는 무작위로 결정된다. 가장 넓은 부스를 기준으로 지난해 열린 프리즈 서울은 1억5000만원대,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는 8000만원대를 받았다.이렇게 큰돈을 지급하니 화랑 입장에서는 부스비를 회수하기 위해 작품 판매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임시 벽을 세우고 ‘팔리는 작가’들의 작품을 최대한 모아 마구잡이로 걸어야 한다. 전시가 재미없어지는 이유다.반면 하이브는 부스비를 받지 않는다. 심사를 통해 무료로 참가 가격을 준다. 벌집처럼 생긴 부스는 모두 같은 크기로 만들어져 있다. 대신 화랑은 부스 위치, 입장권, 강연 프로그램 운영권 등을 필요에 따라 옵션처럼 골라 살 수 있다. 예를 들어 관람객이 더 많이 지나다니는 위치에 있는 부스를 고르고 싶으면 최대 200
파블로 피카소(1881~1973)의 그림을 이해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작품을 그렸을 때 누구와 사랑에 빠져 있었는지를 보는 것이다. 발레 무용수 출신인 첫 번째 아내 올가 코클로바와 함께한 시기에는 우아한 신고전주의를, 관능적인 젊은 연인 마리테레즈 발테르를 만난 뒤에는 부드러운 곡선과 밝고 따뜻한 색채의 화풍을 택했다. 도발적인 성격의 사진작가 도라 마르와의 시간에는 선이 날카로워지고 색이 어두워졌다.마르와 만나고 있었지만 발테르와의 관계도 지속하던 1938년, 두 여인 사이에서 피카소가 그린 작품이 ‘책 읽는 소녀’다. 얼굴의 윤곽과 주변 공간의 양감은 아직 발테르 시기의 부드러움을 간직하고 있다. 이에 비해 날카로운 색조 대비는 마르 시기에 가깝다. 그림의 모델이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이 그림은 피카소의 입체주의가 무엇인지를 가장 알기 쉽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정면과 측면이 동시에 보이는 얼굴, 평면으로 압축된 공간은 입체주의 화풍 그대로다. 책을 읽는 소녀라는 일상적인 장면을 왜 이렇게 왜곡해서 그렸을까. 피카소는 말했다. “얼굴이란 무엇인가. 앞에서 본 것인가, 안에서 본 것인가, 뒤에서 본 것인가.” 앞모습과 옆모습을 비롯해 한 사람에 대해 알고 있는 여러 사실을 한 화면에 동시에 담으려 한 시도가 입체주의라는 뜻이다.피카소는 스페인 내전의 참상을 그린 걸작 ‘게르니카’를 그린 바로 다음 해에 이 그림을 그렸다. 작품을 소장 중인 미국 디트로이트미술관은 “소녀가 들고 있는 책은 지식, 침묵, 사색의 상징”이라며 “폭력과 혼란의 시대에 대한 저항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이 작품은 미국의 자동차왕 헨리